‘라이프 플랜’ 짜기…40대 때 수입 분배, 노후 삶의 질 결정
리스크 대비 필수…보장성·연금 보험 젊을 때 미리 챙겨야

▲ 삼성생명 해리티지센터 임태석 팀장

미국의 경제학자 모딜리아니는 생애주기가설을 수립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이 가설에 따르면 사람들은 현재 소득에 맞춰 소비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남은 평생의 소득을 고려해 지금의 소비를 결정한다. 인생에서 돈을 벌어들이는 시간은 한정돼 있지만 돈을 쓰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은 없다. 따라서 나이가 들어 소득이 없을 때도 생활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소비를 결정해야 한다.

사람들이 이렇게 먼 미래까지 바라보고 소비를 결정하는 것은 삶의 더 큰 효용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예를 들면 이달에 200만원을 쓰고 다음 달에 한 푼도 쓰지 않는 것보다는 이달과 다음 달에 각각 100만원을 쓰는 것이 훨씬 만족스러울 수 있다. 마찬가지 이유로 우리는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시기에 저축을 통해 소비를 뒤로 미뤄 둘 필요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노후 저축’이다.

한국의 40대는 전 연령대 중 평균 소득이 가장 높으며 그만큼 지출도 많다. 지난해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40대는 월평균 소득의 86%를 지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적정 지출 비율인 80%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는 어느 연령대보다 저축을 위한 여유자금이 적다는 말이기도 하다.

40대는 노후 저축이 가장 미흡한 연령대다. 같은 해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조사에서도 40대 비(非)은퇴자 가구의 월 생활비에서 자녀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어섰다. 반면 노후를 위한 저축은 자녀 교육비에 투자하는 금액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지출 우선순위에서도 노후 저축은 여행, 외식 등의 여가 비용보다 뒤에 자리한다.

노후 저축에 뛰어드는 시기 또한 너무 늦다. 많은 사람들이 노후 준비를 시작하는 이상적인 시기를 ‘취업 직후부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70%가 넘는 대다수의 은퇴자가 ‘자녀 교육이 끝나면서’ 노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자녀 교육이 끝나는 시기는 퇴직과 함께 소득이 하락하는 시기로, 노후 저축을 하고 싶어도 여력이 없을 확률이 높다.

가계의 합리적인 소비 지출이란 ‘현재 소득’에 맞춰 지출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생 동안 벌어들일 ‘생애 소득’을 염두에 두고 지출을 나누는 것을 말한다. 소득이 정점에 올라와 있는 40대에 내가 번 돈을 어떻게 분배하느냐에 따라 노후 삶의 질이 결정된다.

요즘처럼 변동성이 큰 사회경제 환경에서 장수하는 기업을 보면 탁월한 사업전략과 리스크 매니지먼트(risk management)를 균형있게 구사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 상황에 맞는 유연한 단기 전략을 추진하면서도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중장기적인 전략도 꾸준히 고민한다는 얘기다. 또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는 리스크에도 요인별로 사전에 시나리오를 만들어 대비한다. 이런 대응으로 거머리처럼 달라붙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인생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도 기업과 마찬가지다. 중장기 사업전략에 해당하는 라이프 플랜(life plan)과 함께 언제 직면할지 모르는 리스크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라이프 플랜은 ‘긴 인생을 어떻게 의미 있고 행복하게 살지’를 계획하는 것이다. 몇 살에 무엇을 하고, 이를 위해 지금 어떤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지 고민해야 한다. 이런 인생 설계와 함께 리스크 매니지먼트도 필요하다. 한 번의 리스크로도 내가 세워 둔 라이프 플랜이 크게 흔들리거나 망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기적인 리스크에는 비교적 잘 대응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 나의 모습을 한 번 떠올려보자. 비가 올지 모르니 우산을 챙기기도 하고, 평소에 잘 타고 다니던 자동차라도 장거리 이동에 대비해 사전 점검을 받는다. 혹시 쓸 일이 생길까봐 신용카드와 함께 여행지에서 쓸 현금을 미리 인출해가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는 언제 생길지 모를 일들에 항상 대비하며 살아가고 있다. 문제는 가까운 미래는 잘 대비하면서도 10년이나 20년 뒤처럼 먼 미래에 대해 미리 생각하고 대비하는 일에는 소홀하다는 것이다.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하고 싶다면 ‘만약의 상황(리스크)’에 대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생각해둬야 한다. 물론 자신이나 가족의 질병 또는 사망에 대한 그림을 미리 염두에 두는 것이 썩 내키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예기치 않은 리스크로부터 자신 또는 가족의 라이프 플랜 전체가 망가질 수 있다. 특히 나와 함께하는 가족에게 닥칠 수 있는 리스크에 충분히 대응하지 않으면 중장년기나 노후에 혼돈의 시기를 경험할 수 있다.

이때 보험은 개인이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하는 좋은 수단이 된다. 그중에서도 질병이나 갑작스런 사망을 대비할 수 있는 보장성보험과 노후 빈곤에 빠지지 않도록 돕는 연금보험은 젊을 때부터 미리 챙겨야 한다. 라이프 플랜 수립과 리스크 대응이야말로 인생 100세 시대에 반드시 챙겨야 할 필수품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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