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교감신경 흥분-에너지 고갈’ 반복, 발병 이어져
코티솔 분비작용 정확히 이해해야 질병 예방·치료 가능

가족력 질환은 한 가족에서 어떤 질병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말하며, 생활습관을 포함한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소인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유전성 질환은 유전자나 염색체의 변이가 생기면서 특정 유전 정보가 자식에게 전달돼 생겨난다.

건강은 시대에 따라서 그 정의가 바뀌고 있는데 현대사회에서 건강의 정의(WHO가 제시한 건강이란)는 '단지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 이다.

건강하기 위해서는 질병이 없어야 하고, 질병이 있다고 하더라도 육체적 활동에 지장이 없어야 하며, 정신에 고통이 없어야 한다. 그래서 현대인은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많은 건강검진을 받고 있으며, 건강보험공단에서는 일반건강검진, 생애 전환기 건강진단, 암 검진 및 영유아 건강검진까지 실시하고 있다. 건강검진을 통해 자신의 질병(만성질환)을 미리 찾아내고, 조기 치료를 통해서 과도한 의료비 지출은 막을 수 있다.
그리고 환자는 묻는다.

“왜 혈압(당뇨, 콜레스테롤 등)이 올라가요?”
“어떻게 하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나요?”
“평생 약을 먹어야 하나요?”
이런 질문에 우리는 무엇이라 답을 하나요?
단지, “당신은 고혈압에 걸렸으니 혈압이 올라가는 것입니다.”
“혈압이 높은 것을 낮추려면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운동 열심히 하고 좋은 식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혈압으로 인해서 다른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으니 보통의 경우 평생 약을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대답이 환자가 듣고 싶은 대답일까?

병명이란 병의 원인이 아니고, 병의 결과이다. 혈압이 높다면 교감신경계 원인 및 레닌-안지오텐신 기전(renin–angiotensin system)으로 인한 체액성 요인과 더불어 가족력, 지나친 소금의 섭취 등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교감신경 및 레닌-안지오텐신 기전은 스트레스와 관련이 많은데 스트레스만 없애면 혈압이 낮아지는가?

지난 호(약사와 철학①)에 적었듯이 스트레스란 삶이다. 삶을 사는 동안 스트레스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면 혈압을 비롯해서 당뇨, 심혈관계 질환 등 만성질환은 인류가 피할 수 없는 질병인가?

1) 쿠싱증후군과 애디슨병(cushing’s syndrome & addison’s disease)
부신의 대표적인 질환인 쿠싱증후군과 애디슨병은 코티솔(cortisol)과 관련이 있다. 쿠싱증후군은 코티솔의 과도한 분비에 의해서 나타나고, 애디슨병은 부신피질호르몬(특히 코티솔, 알도스테론)의 부족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쿠싱증후군이나 애디슨병 모두 흔히 볼 수 있는 질환은 아니다. 이 두 질병의 공통된 특징은 코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 조절(negative feedback)에 문제가 발생하고, 그와 동시에 신경계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즉, HPA axis(hypothalamic–pituitary–adrenal axis)의 문제와 SAM pathway(sympathetic adrenal medullary pathway)의 문제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다. 

HPA axis의 문제없이 쿠싱증후군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가성쿠싱증후군(pseudo-cushing’s syndrome)이라 부르는데 비만, 만성 알콜중독, 우울증 등이 있다.

비만은 혈액 및 요중 코티솔 농도가 정상 수치를 나타내며, 만성 알콜중독환자는 술을 끓으면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온다. 우울증 환자에서는 요중 스테로이드 수치 이상이 쿠싱증후군과 유사하지만 외모는 쿠싱증후군환자와 다르다.

약물에 의해서 발생하는 외인성쿠싱증후군은 쿠싱증후군과 구별이 쉽지 않다. 스테로이드(경구, 흡입, 비강내, 외용 등)나 progestin(프로베라Ⓡ;medroxyprogesterone, 메게이스Ⓡ;megestrol acetate)의 투약에 의해서 발생한다.
이차성부신기능부전은 주로 스테로이드의 장기간 사용(경구, 흡입, 비강내, 외용 등)으로 인해 HPA axis의 억제와 ACTH 분비 감소의 결과로 코티솔과 안드로젠 합성이 손상되어 일어난다. 이 때 mineralcorticoid의 농도는 정상이다.

스테로이드 외에 이차성부신기능부전을 일으킬 수 있는 약물로는 rifampin, ketoconazole, phenytoin, phenobarbital, mirtazapine(미르탁스Ⓡ), progestin(medroxyprogesterone, megestrol acetate)이 있다.

2가지 질병(쿠싱증후군, 애디슨병)에서 나타나는 증상은 다른 질병이나 인체의 쇠약, 비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이고, 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과도 관련이 있다. 이 중심에 코티솔이 있고, 코티솔의 분비조절 및 작용을 정확히 이해한다면 많은 질병을 예방 또는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2) 코티솔(cortisol)
코티솔은 HPA axis에 의해서 조절되며, 일주기리듬(circadian rhythm)과도 관련이 있다. 또한, 코티솔은 인체에서 단독으로 작용을 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호르몬인 갑상선 호르몬, 성장호르몬, 성호르몬, 인슐린, 글루카곤 등과 상호 작용을 통해서 인체에 영향을 미친다.

코티솔의 가장 큰 작용은 스트레스 반응(stress response) 시 안정적인 포도당 공급 및 면역을 억제함으로써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생존 기회를 극대화 한다.

스트레스 반응이 지속되면 코티솔의 분비도 지속되고, 인체의 한정된 자원을 이용하여 포도당의 안정적인 공급을 하게 되면서 인체의 문제가 나타나게 된다.

① 단백질 분해(proteolysis)로 glucogenic amino acid를 공급하지만 근육은 약해지고,

② 지방세포에서 중성지방을 분비함으로써 glycerol을 공급하지만, 혈중 중성지방수치는 올라가고,

③ 코티솔(인슐린 대항한 작용)에 의해서 GLUT4(glucose transporter 4)가 억제되고, gluconeogenesis는 증가하여 혈중 포도당이 올라가면, 인슐린의 분비도 증가하지만 GLUT4의 감소로 혈중 포도당 수치는 내려가지 않게 된다.

④ 인체에 한정된 자원으로 위기 상황을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 코티솔은 갑상선호르몬을 억제하면서 기초대사량을 줄이게 되고,

⑤ 단백질합성은 줄어들게 되면서 결합조직이 약화되고, 피부 조직은 얇아지고, 근육이 약화, 뼈가 약해지게 된다. 반대로 간에서 단백질 합성은 늘어나는데 적혈구의 합성 등이 늘어나게 된다.

⑥ 남은 포도당 및 중성지방, 유리지방산은 다시 저장이 되는데, 이 때 주로 내장지방(복부지방 또는 지방간 등)으로 저장이 된다.

⑦ 코티솔은 mineralcorticoid receptor에 높은 친화성을 가지고 있어서, Na+ 및 물의 재흡수를 증가시키고, epinephrine의 작용과 더불어서 심박수 및 혈압을 높이게 된다.

⑧ 면역기능의 변화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하게 된다. 또한, 단백질합성의 저하와 함께 상처치료가 지연되게 된다.

⑨ 코티솔의 증가와 epinephrine의 증가가 지속되면, 신경계의 serotonin과 dopamine의 상대적 부족이 나타나게 되고 이로 인해서 기분이나 감정, 수면 등의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⑩ 코티솔은 위산분비의 촉진작용과 식욕증진 작용을 가지고 있다. 만약 epinephrine의 작용이 더해지면 소화기능은 떨어지고 식욕이 항진되면, 소화가 쉽게 되는 부드러운 음식(주로 인스턴트 식품)의 섭취가 증가하게 된다.

⑪ 코티솔은 단백질합성을 억제하는 것뿐만 아니라 단백질 합성에 필요한 DNA, RNA의 합성도 억제한다.

⑫ 코티솔의 분비와 더불어 부신 안드로겐의 분비가 증가하지만, 성호르몬의 분비는 억제가 되어서 무월경이나 다모증이 나타나게 되고, 성욕은 감소하게 된다.

코티솔의 작용은 면역계, 신경계, 소화기계 등에 영향을 미친다. 반대로 면역계, 신경계, 소화기계 등 인체에서 나타나는 문제는 코티솔의 작용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타박상이나 외상으로 처음에는 염증반응이 심하게 나타나다가 코티솔의 작용으로 붓기가 줄어들게 된다.

신경계의 문제 즉, 정신적으로 심한 스트레스 상태(사별, 과중한 업무, 교통사고 등)는 epinephrine의 증가와 더불어 코티솔의 증가를 가져오게 되고 스트레스 반응이 나타나게 된다.

장시간의 공복상태나 과도한 음식의 섭취도 코티솔에 영향을 미친다. 장시간의 공복상태는 코티솔의 본래 기능인 gluconeogenesis를 증가시키고, 과도한 음식의 섭취(특히, 정제탄수화물의 섭취)로 인슐린의 분비가 증가하게 되고, 인슐린의 작용이 증가하게 되어 혈당이 떨어지게 되면 epinephrine과 글루카곤의 작용으로 glycogen을 분해하고 코티솔의 분비가 증가하면서 혈당을 올리게 된다.

3) 스트레스 반응과 코티솔
코티솔의 분비는 일주기리듬과도 관련이 깊다. 코티솔은 야간에 가장 적은 양이 분비되다가 새벽 4시경에 분비가 증가하다가 6시를 전후하여 가장 많은 양의 코티솔이 분비된다. 코티솔의 분비와 함께 우리는 잠에서 깨며, 예측할 수 없는 환경에 적응을 하면서 생활한다.

스트레스 반응은 외부의 스트레스 요인(stressor)뿐만 아니라 인체의 항상성(homeostasis) 변화에 의해서도 나타난다. 즉, 맹수의 공격, 사냥을 하다가 생긴 상처 등 외부의 스트레스 요인과 더불어 긴 공복상태나 세균감염 등에 의한 항상성의 변화에 의해서도 나타난다. 

스트레스 반응은 생존의 기회를 높이는 훌륭한 반응이지만, 인체에 저장된 에너지가 소비되는 불리한 반응이기도 하다. 스트레스 반응을 피할 방법은 없다. 그저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적응을 하거나 회피(fight & flight response를 통해서)하는 방법이 전부이다. 그리고 생존해 있다면 또다시 스트레스 반응은 나타날 것이고 이것에 대비하기 위해서 우리는 휴식하고 음식을 섭취하여야 한다.

과거의 스트레스 반응의 대부분은 기아, 맹수, 세균에 의해서 나타나는 반응이었다. 기아, 맹수, 세균은 생명과 직접적인 관계를 가진 것이고, 스트레스 반응을 통해서 이것을 이겨내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스트레스 반응 후에는 음식과 휴식을 통해서 인체에 에너지를 보충하였다.

현대사회의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키는 요인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아침마다 겪는 교통혼잡, 소음, 매연 같은 기분 나쁜 냄새, 과도한 업무 등 스트레스 반응을 통해서 이겨낸다고 하여도 다음날 똑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결국 인체는 이러한 상황에 적응을 하게 되지만 과거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물론 현대사회는 과거보다 더 많은 열량의 음식을 제공하여서 스트레스 반응에 소비한 에너지를 보충하게 한다.

인체가 항상성을 유지하는 능력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다. 하루 밤을 세면서 야근을 하더라도, 너무나 바빠서 식사를 걸러도, 간혹 상한 음식을 먹더라도 인체의 항상성은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정상을 찾게 된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변화가 인체에 저장된 에너지(에너지는 단순히 칼로리(열량)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를 고갈시킨다는 것이다. 인체의 에너지가 부족하게 되면 코티솔의 분비가 증가하고, 교감신경은 더 오랜 시간 흥분하여야 한다.

코티솔의 분비 증가(또는 고갈되는 경우도 있다)와 교감신경의 흥분은 만성질환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즉, 만성질환은 인체의 에너지 고갈에서 나타나고 인체의 에너지 고갈은 나의 사소한 잘못된 습관에서 나온다. 그리고 잘못된 습관과 더불어 제대로 하지 못한 휴식과 음식의 섭취에 의해서 나타난다.

“나비효과”
나의 사소한 습관이 결국은 만성질환을 일으키고, 반대로 인체에 조금만 도움을 주면 만성질환도 치료할 수 있다.


참고문헌

국가건강정보포털, 애디슨 병, 쿠싱증후군
pharmacotherapy 임상약학 백과사전, 조윤커뮤니케이션
위키피디아검색, corti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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