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류 많고 출처 불분명한 건기식…‘원료’ 성격 파악 필요
객관적 근거에 기반한 정보 전달·상담으로 환자 신뢰 얻어야

▲ 이보현 약사

‘자기개발’의 시대다. 퇴근 마친 직장인들, 수업 마친 학생들은 외국어학원으로 향하고, 열람실은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서점가는 자기개발 서적들로 빼곡하다.

잘해도 더 잘해야 살아남는 시대다. 자기개발은 곧 자기경쟁력. 약사도 예외일 수 없다. 경쟁력은 전문성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스타약국의 이보현 약사는 끊임없이 ‘공부’하며 전문성을 구축한다. 공부한 내용은 상담을 통해 실현하고, SNS를 통해 공유한다.

환자 질문 패턴 달라져…“공부 통해 신뢰 얻어야”

공부는 이보현 약사에게 일종의 생존 전략이었다. 메디컬 빌딩도 아닌 데다 주변에 병·의원이 적어 개국 당시 하루 매출은 12만원뿐이었다. 그래서 ‘상담’으로 경영 노선을 전환했고, 건강기능식품을 대거 취급하기 시작하면서 성공 궤도에 들어섰다.

“약사는 생물학자가 아닌 화학자”라는 지론 하에 이 약사는 건기식의 성분을 비롯, 생의학, 병태생리 등 폭넓게 공부하며 그 내용을 페이스북에 꾸준히 업데이트 했다. 건기식은 종류와 범위가 넓고 출처가 불분명해 원료 자체의 성격을 파악해야 한다. 이에 그는 건기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자료화해 공유하고 강의에 활용한다. 그 결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서울지역 자문약사로 위촉, 의약품 안전교육 강사로 활동할 뿐 아니라 ‘SNS 스타 약사’라는 타이틀도 얻게 됐다.

무엇보다 환자의 질문 패턴이 예전과 달라진 것도 그가 공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요즘 소비자(환자)들은 본인의 증상과 증상 완화에 적합한 약들을 TV, 인터넷 등으로 미리 알아보고 self-medication한 뒤 약사를 찾아와 어떤 약을 선택해야 하는지 질문한다. 이때 대답하면서 얼버무리거나 설명이 빈약하면 소비자는 약사를 덜 신뢰하게 되고 인터넷 구매로 눈을 돌린다.”

그는 건기식에 대한 철저한 공부와 상담으로 더 이상 ‘처방전’에 얽매이거나 ‘온라인 판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틀린 데 ‘화’ 내기보다 옳은 걸 ‘이해’ 시켜야

약사들의 경영 노하우로 심심찮게 꼽히는 상담. ‘친절하게, 상세히’ 보다 이 약사는 ‘화 내지 않고’, ‘환자 눈높이에 맞춰’를 강조한다. “개국하기 전 근무약사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환자에게 화 내본 적이 없다”는 그는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우선 소비자가 말하면 ‘예, 맞아요’ 하고 인정해 준다. 설령 틀렸다고 해도 부인하거나 부정적으로 응대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서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방식으로 풀어나간다.” 환자에 대한 존중이 약사에 대한 존중으로 돌아오는 법이다.

더 중요한 점은 객관적 근거에 기반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 이 약사는 “약사마다 말이 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명확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누구나 인정하는 일반화된 내용만을 말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중구난방인 정보의 균일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상담 중심 약국으로서 안정된 수익을 창출하기까지 그는 오랜 시행착오 과정을 겪었다. 동일한 질환이라도 개개인에 적절한 건기식 레시피(처방)는 각기 다르다. “환자의 체질, 다른 복용약, 식생활, 스트레스 등 다변적 요소를 고려해 상태를 파악한다. 환자의 증상을 따져보면 근본적인 원인을 발견하게 된다.”

이 약사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건기식들로 영양관리·치료 보조 레시피를 짜서 제시한다. 이른바 personalized consulting, ‘맞춤형 상담’인 셈이다.

또한 환자에게 설명할 때는 약물의 화학적 작용 기전이 아닌, ‘왜 이 제품이 몸(질환)에 도움이 되는지’를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이해시킨다.

‘제품 공부-상담-좋은 약-재구매’의 선순환

공들여 상담하고 처방한 약이 효과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 약사는 많은 환자들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약효가 확실한 건기식만을 추천한다.

증상(질환)의 호전을 경험한 환자들은 단골이 되고, 소개를 통해 또는 입소문을 타고 수도권 각지에서도 환자들이 방문한다. ‘제품 공부-상담-좋은 약-재구매’로 이어진 선순환의 결과다. 밤 11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약국업무에 지칠 법도 하지만 그는 “노력해서 보람 느끼는 맛에 약국을 운영한다.”고.

이 약사는 약국 운영에 있어 딱 두 가지를 조언했다. 환자에게 올바른 상담을 해줄 수 있는 입과 좋은 제품을 가려낼 줄 아는 눈이 그것이다.

“한 번 약사를 믿은 환자는 절대 인터넷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이 약사. 동료약사들에게 “환자에게 상처받지 말고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따스한 말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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