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 비급여 비용 공개, 의원급까지 확대해라

政, 의료법 개정 9월 시행 위해 3개팀 가동 중

醫, 의원급에 비급여 할 만한 게 어디 있나요?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률이 OECD 국가 중 멕시코와 함께 최하위에 머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건강보험 보장성을 해치는 요인은 ‘비급여’이며, 비급여에 대해서도 급여 진료비와 같이 정부의 통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사)소비자와 함께, (사)한국소비자정책교육학회,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국회의원은 11일 국회의원회관 제 8간담회의실에서 ‘소비자는 알고 싶다, 나의 비급여 진료비용’ 토론회를 개최하고, 현재 우리나라 비급여 진료비 현황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비급여 포함한 총진료비 제출해야…비급여 가격 정하면 투명성 제고

▲ 김진현 서울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김진현 서울대학교 간호학과 교수는 “현재 건강보험제도에는 장점이 많지만 아쉬운 점은 보험인데 보험의 기능이 약하다는 것”이라면서 “건강보험 제외 비용은 본인이 납부해야 하는데 그 비율이 약 40% 가까이 된다. 중증질환의 경우 본인 납부율이 더 높아져 보험인지, 할인제도인지 헷갈린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김 교수는 정부가 보장성 확대를 위해 노력했지만, 5년 간 보장률이 63% 수준에 정제되어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실제로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의료비 지출 후 빈곤층 비율은 10.8%에서 12.5%로 증가했으며, 의료비를 과부담하는 가구의 비율은 전체의 10% 이상 달해 멕시코와 같이 최하위권에 속했다. 문제는 환자들이 실질적으로 가장 많이 지불하는 비용은 ‘비급여’ 부분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지난 10년간 보장성은 120%가 확대됐지만, 비급여 진료비는 180%로 급증해 수조원을 보장성 확대에 투입해도 보장률이 정체될 수밖에 없다”고 밝히며, 따라서 비급여 관리 없이는 보장성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비급여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먼저 비급여 실태를 파악해야 하는데 이것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고 말하며 비급여 현황조사 대안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진료비 세부내역서를 환자들이 발급 받는다고 해도 소비자들은 이해하기 어렵고, 또 필수기재사항, 표준서식 없이 병원마다 제 각각이고 누락도 많아 사전에 비급여 관리 체계를 갖춰 문제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어 이는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면서 ‘비급여 진료비를 포함한 총진료비 청구서’를 심평원에 제출해 적정성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비급여 진료비용 현황조사 대상 의료기관을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의원 숫자가 의과계 요양기관의 90%를 차지하고, 의원에서 발생하는 진료비가 의과계 의원급 진료비의 30%에 달해 의원급을 제외하고 비급여 진료비용의 상당부분이 누락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환자들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비급여 진료비의 세부내역서의 비급여 코드와 수가를 표준화해야 한다고 말하며 “싱가폴의 래플즈병원의 경우 민간병원임에도 불구하고 비급여 가격표를 접수대에 비치했다. 정부가 비급여 가격을 정해주면 비급여와 관련해 투명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보건복지부의 의지가 중요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정숙 (사)한국소비자정책교육학회 회장도 “특히 비급여는 경제적으로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에 병원을 선택하기 전 가격정보를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소비자들의 알권리와 선택권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 의지 있으면 어려움 없을 것, 다나의원 사태는 비급여 때문에 생긴 일

신종원 YMCA 본부장은 “16개 의료기관 대상으로 임의 10개 진료비 항목을 표쥰화해 진료비 세부내역서를 제공하게끔 시범시행한 결과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없었다”며 “결국 이는 정책 의지에 관한 문제”라고 말했다.

강주성 건강세상네트워크 전 대표는 “10여 년 전 부터 하던 보장성 관련 얘기가 아직도 나오는 이유는 복지부가 얘기를 하지 않아서다”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강 전 대표는 “환자들에게 진료비 세부내역서 떼주면 환자들이 아느냐”면서 “환자들이 모르니까 정부에서 나와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진료비가 많이 나왔다고 해서 다른 병원으로 옮기면 그 비용이 또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니 미리 가격표를 제시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나의원의 주사기 재사용 사건은 주사기 사용을 아껴 5만원, 10만원을 아끼려고 생긴 사건이 아니라 비급여 행위를 늘리기 위해 무리수를 던지다 생긴 일”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국민들은 성형이나 치과진료가 아닌 급성기질환의 경우 가격비교보다 어느 병원이 더 잘 치료하나”에 신경을 더 많이 쓴다며, 환자가 아픈 상황을 활용해서 공급자들이 부당한 이윤을 취하는 걸 막는 것은 정부라고 강조했다.

정부, 진료비 세부내역서 표준화 시행 계획 있어

▲ 정영훈 과장

이에 대해 정영훈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의료계와의 협의를 전제로 비급여 진료비 조사 및 공개 대상 확대와 진료비 세부내역서 표준화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과장은 지난해 12월 29일 국회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의 오는 9월 시행 준비를 위해 보건복지부 내에 ▲비급여 진료 표준화팀 ▲조사분석팀 ▲제도개선팀 등이 가동 중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급여 진료 표준화는 비급여가 너무 다양하고, 의료의 질과도 관련돼 있어서 비급여 항목과 가격만 공개할 경우 소비자들이 오히려 혼란에 빠질 수 있을 것"이라며, "공개항목을 계속 확대할 계획이지만,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과연 다양한 비급여 행위를 일률적으로 표준화할 수 있을 것인가 고민"이라고 말했다. 또 "법정 비급여 항목에 대한 조사와 분석, 정보공개는 지난해 개정된 의료법에 근거가 마련됐다. 관련 고시 개정작업을 9월 제도 시행에 맞춰 하고 있다"고 했다.

정 과장은 "제도개선은 보험급여과에서 고민하고 있다. 결국 비급여 진료를 급여로 옮기는 작업인데, 이는 의료계의 의견을 수렴해 진행할 것을 알고 있다"며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비급여 진료가 상대적으로 많이 이뤄지고 있는 성형외과, 정형외과, 치과 등을 중심으로 표본조사를 할 방침이며, 단계적으로 비급여 진료비 조사 및 정보공개 대상을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협, ‘의원급과 병원급 스케일 달라’ 주장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를 통해 “‘의원급 의료기관까지의 비급여 진료비용 현황조사 확대’ 의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강력히 표명했다. 의원급에서 쓸 수 있는 비급여의 스케일이 병원에 비해 작고, 비급여까지 정부가 개입하면 세금 탈루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의협 관계자는 “의원급 단가는 병원보다 낮다. 또 병원급은 고가의 신약, 장비들이 구비되어 있기 때문에 비급여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서 “의원급은 경증환자가 주로 찾는 곳인데 그런(고가의 장비 등) 것들이 어디 있느냐. 내과만 해도 90%는 급여”라고 강조했다. 이어 “비급여 진료비용까지 공개하게 되면 세금탈루가 일어날 수 있다. 특히 비급여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부분은 피부미용, 성형 등인데 이를 막을 수도 없는 것”이라고 불편한 기색을 토로했다.

의협 관계자는 “비급여는 법률상으로도 강제할 부분이 아니고, 정부가 터치할 영역이 아니다.”라며 “비급여는 민간에 맡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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