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경과해야 상속자산 합산에서 벗어나 증여 이를수록 유리
경기 상황·자산 비중·절세 고려해 적절한 증여 시점 저울질

▲ 삼성생명 헤리티지센터 임태석 팀장

올 들어 강남권을 중심으로 서울지역 부동산 증여(재산을 무상으로 자식 등에게 물려주는 것)가 크게 늘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주춤해지면서 올해 1분기(1~3월) 아파트, 주택, 상가, 빌딩 등 건축물 거래량은 작년보다 큰 폭으로 줄었지만 부동산 증여 건수는 35% 이상 급증했다.

빠른 고령화로 재산 증여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가운데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3구’를 중심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본격화되자 자산가들이 보유 자산의 유형별 비중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증여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현상은 강남3구에서 더 두드러진다. 송파구에선 올 1분기 부동산 거래 6102건 중 654건이 증여다. 증여 거래 비중이 10.7%에 달한다. 서초구도 2704건 중 249건(9.2%), 강남구도 3300건 중 283건(8.6%)이 증여 거래다.

아파트만 떼어놓고 보면 송파구의 증여 거래 비중은 14%로 올라간다. 올 1분기 이 지역에서 거래된 부동산 100개 중 14개가 배우자나 자녀 등에게 무상으로 제공됐다는 얘기다.

서초구에 사는 김 모씨(57)가 대표적인 경우다. 김 씨는 최근 시세 10억5000만원짜리 강남구 개포동 아파트를 아들에게 증여했다. 세입자가 6억4000만원의 전세보증금을 내고 살고 있는 집이다.

아들은 보증금을 뺀 나머지 금액에 대해 약 5500만원의 증여세와 2200여만원의 취득세(증여등기이전) 등을 냈다. 1가구2주택자인 김 씨도 6억원대 채무를 넘긴 것으로 간주돼 양도소득세 약 9000만원을 냈다.

김 씨는 “세금이 적지 않았지만 이 일대 아파트값이 계속 오르고 있어 증여를 서둘렀다”고 말했다.

증여는 보통 앞으로 부동산 가치가 올라갈 것이란 판단이 들 때 많이 이뤄진다. 증여세 등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지난 10년간 전국적으로 증여가 가장 많은 해는 2015년(8만6549건), 서울에선 2006년(1만5648건)이었다.

증여 증가 배경으로 빨라지는 고령화, 활발해진 재개발·재건축 사업, 절세의 생활화 등을 전문가들은 꼽고 있다. 전체 보유 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이 큰 장년층이 부동산 일부를 현금화해 노후자금으로 사용하면서 나머지 부동산은 자녀 등에게 미리 물려주려는 수요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삼성생명 WM사업부 임태석팀장은 “자식들 몫을 미리 정리하고 편안하게 노후를 맞으려는 자산가들이 꽤 있다”며 “증여받은 자산은 10년이 지나야 상속자산 합산 범위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미리 증여할수록 유리하다”고 말했다.

강남권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최근 10년 새 가장 활기를 띠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이유로 지목된다. 올해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는 5만1858가구(일반분양 2만3216가구)로 지난해 3만7751가구에 비해 크게 늘었다. 알짜배기로 꼽히는 강남3구의 재개발·재건축 물량도 급증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 9개 단지 1만3633가구에 이어 올해 8개 단지 7445가구가 추가로 쏟아진다.

정진희 세무법인 이촌 세무사는 “과거 자산가들은 아프거나 죽음을 앞두고 증여를 고심했는데 요즘은 경기 상황, 자산 비중 조정, 절세 측면에서 수시로 적절한 증여 시점을 저울질한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분양 관계자들은 증여 목적의 청약자들이 상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월 분양한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 퍼스티지’(개포주공2 재건축)는 전용면적 59㎡의 분양가격이 9억3000만~10억5000만원, 전용 84㎡는 11억9900만~13억9900만원에 달했다. 최종 계약자 중 20대 연령대는 4%, 60대 이상이 17%를 차지했다.

올 초까지 분양한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도 20대와 60~80대 청약자 비중이 24%에 달했다.

임태석팀장은 “20대가 고가 아파트를 매입했다면 부모가 자녀 이름으로 집을 사주고 대출 원리금 상환이나 생활비를 보조해주는 경우일 수 있다”며 “50~60대 이상 계약자들도 미래 증여를 염두에 두고 구입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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