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부족 기인한 심동계에 처방…폐 기능 회복 도움
보중익기탕 동시 복용 시 부정맥 및 허로에 효과 탁월

김연흥 약사▲2003년 대구 가톨릭대 제약학과 졸업 ▲現 안산시약사회 건식위원장 ▲現 안산시약사회 스터디그룹‘주경야독’회장 ▲現 안산시 원곡동 백제약국 대표약사 ▲2011년 경기도 약사회장상 수상

“약사님 지난번에 힘든 게 너무 심하면 다시 한 번 오라고 하셨죠?”

며칠 전 근처 마트에서 일하는 청년이 피로회복제를 사 먹으면서 너무 힘들어 하기에 한 말이 기억이 난다. 키도 크고 체격도 좋은 30대 초반의 젊은 친구가 너무 힘들다며 약 좀 지어달라고 한다.

30대 초반의 키 183센티미터 체중은 족히 80킬로그램이 넘어 보이는 아주 건장한 체격이다. 얼굴색이 크게 나쁘진 않고 땀을 많이 흘리진 않는다. 구취가 심하게 나지도 않고 얼굴에 트러블이 심하게 나지도 않았다.

“잠은 잘 자요?”
“잠을 잘 들지를 못해요. 한 번 누우면 쭉 자는데 잠이 잘 들지를 않아요.”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어지럽진 않아요?”
“어지럽진 않고요. 가슴은 두근거리는 느낌이 종종 있어요.”
“...자꾸 힘들어서 한숨을 자주 쉬게 되고요. 일이고 뭐고 다 하기 싫어요.”
“메슥거리지는 않아요?”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좀 메슥거리는 느낌이 있어요. 침이 자꾸 고이구요.”
“열이 확 하고 위로 치받는 느낌은 없어요?”
“그런 느낌 있어요.”
“자다가 소변이 마려워서 자주 일어나곤 하나요?”
“자다가 한 번씩은 소변보려고 일어납니다.”
“요즘 살빼려고 식사 줄이지 않았어요?”
“...네”
바쁜 마트에서 일하면서 충분히 쉬지는 못하고 영양상태가 나빠지니 허탈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틀분만 줄 테니 한 번 먹어봐요.”

이 환자에게 생각한 약은 자감초, 보중익기, 팔미, 시호가용골모려탕이다. 자감초에 보중익기탕을 동시에 복용하도록 하면 심장이 빨리 뛰며 숨차고 기운이 쭉 빠지는 증상에 아주 좋은 효과를 보이곤 한다.

환자들은 종종 혹 마약이 아니냐며 극찬을 하기도 하는 훌륭한 처방이다. 여기에 환자는 만성적인 피로로 부신기능이 떨어져 보이므로 팔미를 고려했고-야간뇨와 상열감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이다- 불면과 가슴 답답함 등을 개선하기 위해 시호가용골모려탕을 고려한 것이다.

하루가 지나고 환자가 재방문 했다.
“약 좀 먹으니까 편해요?”
“네. 어제 11시부터 잠이 오더니 정말 푹 잤어요. 아침에 일어났는데 컨디션도 좋고요.”
“혹 마약 아닌가 생각했어요. 허허허”

하루치도 다 먹지 않았지만 출근길에 약을 놓고 온 환자는 약을 계속 이어서 먹고 싶어 다시 약국에 들른 것이다. 환자는 약을 먹고 난 후 트림이 잘 나왔고 방귀도 잘 나왔다고 한다. 앞으로 계속 약을 복용해야만 하는지 묻는 환자에게는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될 때까지만 복용하면 된다고 말하고 추후 종합비타민 정도를 보충할 것을 추천했다. 

위 처방엔 자감초탕, 보중익기탕, 팔미지황탕, 시호가용골모려탕이 등장합니다. 시호가용골모려탕과 팔미지황탕은 이미 여러 번 소개를 했으니 이번 화에서는 자감초탕을 한 번 소개해 볼까 합니다.

자감초탕
 
傷寒, 脈結代, 心動悸, 炙甘草湯主之.
治虛勞不足, 汗出而悶, 脈結心悸, 行動如常, 不出百日, 危急者十一日死
治肺 涎唾多, 心中溫溫液液者

상한론과 금궤요략 등에는 자감초탕을 결대맥-요즘 개념으로는 부정맥으로 보입니다-에 쓰며 심동계를 치료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또한 허로하고 땀을 흘리며 답답한 증상에 쓰고, 폐를 고치며 묽거나 짙은 가래를 뱉고 속이 메슥거리는 증상을 개선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보통 한방 초심자들에게 자감초탕은 심장의 질환을 개선시키는 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심장의 기능이 떨어져서...숨이 차고...부정맥이 온 경우에만 자감초탕을 쓰려고 한다면 자감초탕을 쓸 수 있는 경우는 매우 적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자감초탕의 정확한 적응증을 살펴보고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경우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문에 소개된 내용들을 하나씩 정확히 해석해 볼까요?

1) 傷寒, 脈結代, 心動悸, 炙甘草湯主之.
상한으로 맥이 결대맥이고 가슴이 두근거리면 자감초탕을 쓴다고 합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상한이 걸려서 몸에 무리가 오면 영양상태가 나빠지게 될 것이고-입맛은 줄고 소화기능이 떨어지고 감기와 싸우기 위해 에너지 이용만 증가된 상태- 영양은 부족한데 열이 계속 나는 등의 증상이 지속된다면 몸은 영양이 부족한 상태를 보상하기 위해서 심장을 무리하게 뛰게 할 것입니다.

부족한 영양을 몸 전체로(특히 폐) 보내기 위해선 더 많이 움직일 수밖에 없겠죠. 결대맥은 영양이 부족한 사람의 맥상으로 결맥과 대맥을 합쳐서 부르는 것입니다.

우리 약사들은 진맥을 할 수 없지만 그 의미를 가볍게 보자면, 결맥은 한 번 쉰 맥박이 다시 뛰기 위해 이어지는 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말하고 대맥은 맥동이 중지된 뒤 한참 만에 이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또 심장이 무리해서 뛰기 때문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이 밖에서 확인이 될 정도이거나 적어도 본인이 의식적으로 느끼는 정도가 된다면 심동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治虛勞不足, 汗出而悶, 脈結心悸, 行動如常, 不出百日, 危急者十一日死
‘허로함을 치료하고 땀이 나며 가슴이 답답하고 맥이 불규칙하며 심장이 뛰는 느낌이 나면 백일 이내에 위급해지고 급하면 십일 이내에 문제가 생긴다’라고 표현이 되어 있습니다. 땀이 나며 가슴이 답답하다고 표현이 되어 있는데요.

허로함이란 체력이 떨어지고 피로감을 쉽게 느끼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허로하면 영양상태가 좋지 못하기 때문에 또한 몸은 부족한 영양물질을 골고루 보내기 위해서 또 심박수를 늘리게 될 것입니다.

심박수가 늘어나고 혈이 부족한 곳(자감초탕에서는 보통 폐를 일컫습니다)에 피를 무리해서 공급하다 보면 열이 발생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허열이라고 하지요. 이 상태의 열도 몸은 또한 열이라고 간주하기 때문에 열을 식히기 위해 땀을 방출하게 됩니다. 또 가슴에 열이 성해지니까 가슴은 답답하고 괴로워지겠지요.

3) 治肺 涎唾多, 心中溫溫液液者
폐를 치료하고 침을 자주 뱉으며 메슥거리는 증상을 고친다고 되어 있는데요. 폐기능이 떨어지면 침을 뱉고 속이 메슥거리는 증상이란 어떤 상태를 말하는 걸까요?

안하던 운동을 갑자기 급하게 하면-갑자기 100미터 단거리 달리기를 한다던가, 충분한 준비 없이 축구 시합 등을 나가서 심하게 뛰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속이 메슥거려지면서 침이 자꾸 고여 침을 뱉게 되는 상태가 옵니다.

충분한 훈련이 되어 있다면야 호흡을 조절하고 폐기능을 고려하면서 운동을 하겠지만 운동을 해보지 않은 초급자가 갑자기 본인의 페이스도 고려하지 않고 심하게 운동을 하면 폐는 분명 무리하게 될 것이고, 폐가 갑작스레 건조해지게 될 것입니다. 폐가 갑자기 건조해 진다면 폐호흡에 문제가 생길 것이고 인체는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점액물을 과도하게 만들어 내게 될 것입니다.

이때 그 정도가 지나치게 되면 구역질이 나거나 침이 심하게 고이게 됩니다. 이 상태가 만성화 된다면 항상 가슴이 답답하고 구역질이 나고 침을 자주 뱉는 증상을 보이게 될 겁니다.

위에 세 조문을 살펴보면 모두 영양의 부족으로 인한 심동계에 도움이 되는 처방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자감초탕에 어떤 약물이 쓰였는지도 한 번 살펴볼까요?

본초
자감초탕은  자감초, 생강, 맥문동, 계지, 마자인, 인삼, 생지황 혹은 건지황, 대추, 아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감초는 감초를 구워서 만들어지는데 그 과정에서 감초의 부작용(스테로이드로서의 부작용)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맥문동, 마자인, 인삼, 생지황과 아교는 모두 보음제로 작용을 하는 약제들인데요.

처방만 본다면 이 처방은 심근에 작용을 한다기보다는 폐의 기능을 회복시켜서 영양이 전신으로 잘 분포되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약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이렇게 해석을 한다면 자감초탕이 강력한 피로회복제로 쓰일 수 있는 이유 역시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발생하게 되는데요. ‘폐가 어째서 심박동과 연관이 있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우리 몸은 영양을 두 경로를 통해서 공급받게 됩니다. 첫 번째로 소화기관을 통해 음식의 형태로 영양을 공급받고 두 번째로 폐에서 영양이 실린 혈액에 깨끗한 산소를 더해서 온전한 영양이 되는 것이지요.

우리는 영양학적으로 비타민, 무기질 등 소화기관을 통한 영양의 흡수는 신경을 쓰지만 혈액의 양과 질을 높이는 방법은 조혈제 외에는 알고 있는 바가 적습니다.

폐가 적당한 수준으로 습윤해야지만 가스교환이 잘 될 수 있다는 점은 잘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물론 우리 몸은 항상성을 유지해 폐가 일정한 습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지만 병적 상태나 과도한 소비적 상황에서는 그 기능이 떨어질 수 있고 그로 인해 여러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만약 소비가 과한 상태가 지속이 되어 폐가 건조해져서 산소교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심장은 그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빨리 뛰게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점액이 성해져서 메슥거리는 증상도 수반되게 되는 것이지요.

응용
1) 자감초탕은 갑상선 기능항진증인 사람에게 사용할 때 기가 막힌 효과를 보기도 하는데요.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갑상선 기능항진증인 사람들은 갑상선 기능항진으로 에너지의 급격한 소비가 이뤄지게 됩니다. 그 속도를 몸에 있는 영양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말이죠. 이럴 때 자감초탕으로 폐위(肺?)를 개선해 주면 심동계가 진정이 되면서 증상을 호전시키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병원 치료는 받아야 되겠지만 갑상선 질환자들이 느끼는 말도 안 되는 피로감에는 뛰어난 효과를 보이는 처방임은 확실합니다.

2) 자감초탕은 또한 체력이 떨어져서 마른기침을 계속 하는 사람들의 보약으로도 쓰일 수 있습니다. 백일해나 심장성천식 등에도 쓰일 수 있습니다.

3) 심하게 피로한데 잠이 들지 않는 불면증에 쓸 수 있습니다. 피로감이 심하면 그 보상을 위해 심박수가 증가하게 되고 그로 인해 뇌에 혈액이 빠르게 공급이 된다면 카페인을 마신것과 같이 각성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너무 힘들거나 신경을 많이 써서 불면이 온다고 말하는 환자의 불면증 치료제로 쓸 수 있습니다.

4) 부정맥에 쓸 수 있습니다.

5) 강력한 피로회복제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자감초탕과 보중익기탕을 같이 쓰면 어쩌지 못할 정도로 심한 피로감에 쓸 수 있습니다.

6) 마자인이 함유되어 있어 노인성 변비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입이 마르고 심장이 빠르게 뛰는 노인의 변비에 사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7)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장애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자감초탕에 관해서 살펴봤는데요. 자감초탕은 그 임상적 의미에서부터 실제 효과적인 부분까지 약사들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 처방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자감초탕 하나에서 끝나지 말고 그 의미를 잘 활용해서 OTC나 건기식에 연결해서 사용해도 좋은 처방이라고 봅니다.

필자는 자감초탕의 개념을 로얄젤리 제품에 보중익기탕을 코엔자임에 연결해서 많이 사용하는데 갑상선 질환자에게 추천하면 만족할만한 효과를 보곤 합니다. 또한 이런 환자들에게 조혈제로 토노겐이나 철분제 등 조혈제를 추천하기도 하는데 역시 만족할만한 효과를 보기도 합니다.

자감초탕은 그 단일 처방으로는 응용할 기회가 많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 방의를 정확히 이해하고 사용한다면 약사의 임상 폭을 크게 넓힐 수 있는 처방임에는 분명해 보입니다.

더 많은 약사님들이 자감초탕을 폭넓게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연흥 약사▲2003년 대구 가톨릭대 제약학과 졸업 ▲現 안산시약사회 건식위원장 ▲現 안산시약사회 스터디그룹‘주경야독’회장 ▲現 안산시 원곡동 백제약국 대표약사 ▲2011년 경기도 약사회장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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