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잃어버린 약업계…“약사 영역? 이제 뺏기지 말고 되찾을 때”
면대약국 척결 가장 큰 숙제, “반드시 처단해 회원단합 도모할 것”

▲ 이무원 울산시약사회장

25년간 궂은 일도 마다 않고 약사회 활동을 활발히 펼쳐온 이무원 회장은 ‘모범적인 약사회, 국민과 함께하는 약사회’를 주창하며 본격적인 회무를 시작했다. 이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약사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회무를 하고 싶다며 회장으로서의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지난 선거에 낙선한 후 당선되셨는데, 그 소감과 앞으로의 각오는?
울산 분회 시절, 서른 살부터 회무를 시작해 25년간 약사회에 몸담으면서 울산의 대소사, 한약분업·카운터약국·난매 문제 등 약사사회의 이슈들을 겪어왔습니다. 그때마다 ‘이런 문제는 이렇게 풀었으면 좋겠다’, ‘약사사회에서 이런 부분은 꼭 개선해야겠다’ 등 당시는 일을 돕는 입장이라 의견을 내기 어려웠지만 언젠가 제가 지부장이 된다면 반드시 해결해야지 하는 마음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품어온 생각들을 실현시키는 것이 제 각오입니다.

지금은 여느 때보다 약업계가 심각한 이슈들을 안고 있는데요.
우리 세대가 개국하던 30년 전에는 고생해도 시간이 지나면 좋은 시절이 올 거라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약사들에게 희망이 없는 시대입니다. 평생 짊어지고 가야할 직업이지만 약사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리게 됐습니다. 고소득 자영업종에 항상 포함되어 있던 약사는 이제 완전히 빠졌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약사사회를 둘러싼 많은 현안들 가운데 우리는 얻는 것보다 뺏기는 것을 지켜오기만 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3년간 실현하고 싶은 계획은 무엇인지?
울산시약사회장으로서 약사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회무를 하자는 목표로 울산시 안팎에서 발로 뛰겠습니다. 약사사회 내부의 고질적인 문제들인 면대약국, 카운터약국, 난매 문제를 척결하고 회원 단합을 위한 동호회를 활성화시키고자 합니다. 또한 당연히 약사 영역이어야 하는 동물약, 기능성화장품, 한약의약분업, 농약 등을 이제 뺏기지 말고 가져와야 할 것입니다.

기능성화장품은 일반의약품보다 훨씬 부작용이 많기 때문에 일반의약품 기준에 준해 판매돼야 합니다. 기능성화장품을 약국용화장품, 일반화장품으로 구분해 부작용 발현이 우려되는 화장품은 반드시 복약지도를 통해 판매할 수 있도록 법규를 제정해야 합니다.

아울러 그동안은 한약사수가 적어 한의원의 파트너가 부족했는데, 현재 시험을 통과한 한방조제약사가 1만5천명으로 충분히 한방의약분업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시골에서 일반의약품보다 훨씬 매출이 큰 약은 바로 농약입니다. 농약은 독극물에 가까워 농약에 노출되어 나타나는 질환들을 앓는 농민들이 많습니다. 농약을 판매할 때는 상세한 부작용 설명과 방지책에 대한 약사의 지도가 필요합니다.

약사가 커버하는 영역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겠군요.
ETC, OTC 시장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ETC매출보다 건기식, 기능성화장품 등의 매출 규모가 커져야 병원에 종속된 약국의 판도를 바꿀 수 있습니다. 약업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우리 영역을 넓혀나가야 합니다.

지난 3년간 대한약사회 약사지도위원장을 맡아 면대약국이나 무자격자 판매 척결에 앞장서셨는데 그때의 회무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약사지도위원장으로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임원부터 바르게 약국을 운영해야 한다는 원칙 하에 회장부터 지부장, 부회장 등을 조사한 것이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잡았습니다. 그렇게 시작해 3년 동안 면대약국 청문회를 여는 등 70개 약국을 식약처에 고발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약국가의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습니다.

면대약국은 약 4~7%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2만5천개 약국 중 1천개나 됩니다. 오래된 약국은 고령 약사들이 운영했고, 목이 좋은 약국은 대부분 면대약국 차지였으며, 병원 자리는 리베이트를 요구했습니다. 심지어 조제료의 50%를 월세 대신 납부하라는 병원, 벌금을 부담해 달라는 병원도 있었습니다.

나쁜 소리도 듣겠다는 각오로 윗선부터 철저하게 단속해 척결 작업을 진행하려 합니다.

울산시약사회가 추진할 주요 사업은?
봉사 및 재능기부 활동

평소에 약사가 필요한 데를 먼저 찾아가야 합니다. 해경에게 구급약품을 전달하고 지정 약국을 통해 필요한 약을 무상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의약품 안전사용 교육, 프리셉터 교육, 초등학생·노인 인생 상담 등 예산을 추가 편성해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최대한 활성화하겠습니다.

약국환경개선
하반기 중요 사업으로 약국환경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시범 약국을 선정, 약사신협과 인테리어업체와 협력해 간판 수리 및 부분인테리어 작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신협이 즉시 대출 해주면 할부로 상환하는 방식으로 회원 부담을 덜어주려 합니다. 

약국자율정화
가장 큰 숙제입니다. 대한약사회 회무 경험을 토대로 면대약국을 가차 없이 처단하겠습니다. 우리를 방해하는 독소들을 정리해야 회원들의 단합을 도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울산시에서는 제가 아니면 아무도 못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안 좋은 소리를 듣더라도 실행하겠습니다.

지난 조직과 이번에 새롭게 구성된 시약은 어떻게 다른가요?
임원을 전부 교체했습니다. 회무 경험이 많은 연륜 있는 선배들을 모셨습니다. 대부분 분회장을 두세번 역임하신 분들입니다. 이분들을 구심점으로 선배 회원들, 후배 회원들의 목소리를 한데 모아 모든 회원들을 위한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겠습니다.

임원 인선에 있어 어떤 기준을 두었는지?
조금이라도 비리가 의심되거나 약사들의 입에 좋지 않게 오르내리는 분은 임원으로 선임하지 않았습니다. 집행부가 깨끗해야 회원들의 신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5개 분회가 있는데 어떻게 분회장들과 소통할 계획?
울산은 좁은 도시이고 회원수도 적다보니 회원들이 서로 잘 알고 있습니다. 울산시약사회는 소위 ‘형님동생’ 하는 약사들이 모인 지부입니다. 식사 자리가 있으면 우르르 함께 나오기도 하고, 시약 사무국이 분회 일도 처리하고 있어 아직 분회같은 느낌은 들지만 그만큼 친밀도가 높다는 점이 또 장점입니다.

무엇보다 울산시약사회 전 회원들은 시약이나 분회, 동호회 관련 밴드, 단체 카카오톡 등 SNS에 속해있어 서로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습니다.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현안을 공유, 논의하고 안부도 나누곤 합니다.

약사사회 최대 이슈인, 원격화상투약기에 대한 입장은?
약은 항상 부작용을 수반하는 화학제품입니다. 약국에서는 누가 약을 구매했는지도 알 수 있고 수거 조치가 떨어지면 즉각 회수에 들어갑니다. 원격화상투약기로, 인터넷으로, 편의점으로 약을 판매하면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회수할 것인지 궁금합니다.

약은 백번 조심해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위험성을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는 약을 지금보다 더 어렵게 판매하기는커녕 규제를 풀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남용과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편의 중심이 아니라 약을 더 불편하고 더 조심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만약 의약품이 반개봉 상태로 투약기에 들어가면 햇빛을 받을 경우 변색되고 연질캅셀은 물렁해집니다. 투약기에서 판매된 약으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기기 내 의약품이 변질된다면 그 책임소재는 어디에 있으며 투약기 내 의약품의 유효기간 관리가 제대로 될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요?

대한약사회 규제개혁 악법 저지 투쟁위원회에 조언을 해주신다면?
옥시 사태를 롤 모델로 삼으면 해결됩니다. 아직도 국민들이 옥시 사태를 걱정하고 주의를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가습기살균제보다 더 큰 위험성을 내포한 약을 안전하게 통용시켜야 한다는 것을 내세우는 전략으로 현안을 돌파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편의점·슈퍼마켓 상비약 판매를 통해 국회에서 이기고 지고가 아니라 여론에서 이기고 지고가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여론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 국회의원들의 약사법 개정을 저지할 수 있도록 로드맵을 수립해야 합니다.

여론을 어떻게 돌릴 수 있을까요? 되도록 포스터 약국 부착, 서명운동 같은 방식은 지양하고, 우선 이미지 광고로 약사에 대한 인식을 고양시켜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전국 약사회가 대규모로 외국인노동자, 독거노인 등을 위한 무료 투약 봉사를 실시한다면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각인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포털사이트, 텔레비전, 신문 등 매체를 통해서 광고도 하고, ‘약은 약사의 손으로 여러분 손에 쥐어드리겠습니다’와 같은 문구를 담은 플래카드를 제작해 전국 곳곳에 걸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자보다는 만화와 사진으로, 가르쳐 주려 하기보다는 보는 이가 생각할 수 있도록 현안을 전달해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입장에 동의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회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침묵은 금이 아닙니다. 준비하고 행동하지 않는 자에게 우리 사회는 아무 것도 허락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일을 ‘약사회가 해 주겠지’라고 맡겨만 두시지 마시고 약사의 미래를 위해 시간과 관심과 지혜를 조금씩이나마 약사회에 내어주시길 바랍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투쟁을 통해 약사의 업권을 바로세우고 확장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소명이자 목표입니다.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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