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로 활동하며 의사들에게 ‘인문학’ 전도
의학과 문학은 사람 치유하는 데 결코 다르지 않아

대부분 사람들은 문학과 의학이 정반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틀을 깨고자 직접 책을 집필한 사람이 있다. 강남에 위치한 은혜산부인과 원장으로 현업에 종사하면서 한국의사수필가협회 부회장, 수필가 등으로 활동하는 김애양 원장이다.

그는 의학은 과학으로 사람을 치료하고, 문학은 예술로서 사람을 치유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문학과 의학은 결코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의사와 책을 접목시켜 의사들의 삶을 보여주고, 조금 더 인간적이고 정감 있는 의료계 풍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김 원장을 만나 의사들에게 책이 필요한 이유를 들어봤다.

“우리 전체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었다”
김 원장이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IMF 이후 실직을 했을 때다. 그는 “처음에는 그냥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어 글을 썼다”며 “지금은 우리(의사)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글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김 원장은 개원을 하고 현업에 종사하기 시작하면서 잠시 글쓰기를 중단했던 적이 있다. 강남 임대료를 내는데 급급했던 그였지만 의학을 팔고 돈을 받는 장사꾼에 지나지 않는다는 허전함에 다시 책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그는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의사는 권위적이고, 딱딱하고,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의사도 보통 사람과 같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의사를 위한 책을 내게 된 배경을 전했다. 김 원장은 “의과대학에 재학하던 시절 의사를 꿈꾸는 학생들은 ‘괜찮다’는 말을 하면 안 된다고 배웠다”며 “‘괜찮아요, 아플 수도 있어요, 금방 괜찮아 질 거예요.’라고 말했다가 안 괜찮아 지면 환자들과 다툼이 일어나고 심하면 고소까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의사도 정말 나약한 사람이고, 의사도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을 인문학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김 원장이 집필하는 수필집 대부분에는 ‘의사’가 등장한다. 좋은 의사의 모습과 나쁜 의사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소설 속 의사를 통해 의사의 역할을 재조명하기도 한다. ‘질병’을 주제 삼아 다루기도 한다.

책과 의사를 만나게 하는 모임
한국의사수필가협회는 올해로 8년째를 맞이했다. 김 원장은 총무로 일하면서 협회를 창립해 현재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그는 의예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의를 펼치기도 한다.

김 원장은 협회 활동에 대해 “글을 쓰는 데 있어 직업을 구분하는 것이 조금 이상한 일 같지만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서로 공감하고 격려가 된다”며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의사가 너무 과학적으로만 치닫지 않게끔 인문학적인 소양을 기르게 하는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필로소피아’라는 책을 읽고, 쓰고, 토론하는 동아리 모임에서도 활동을 했었지만 가정과 일, 타 활동들과 병행하는데 어려움을 느껴 잠시 중단한 상태다. 김 원장은 이에 크게 아쉬움을 느끼며 병원 내에서나마 직원들을 대상으로 작은 독서 모임을 가질 계획에 있다.

책이 의사에게 주는 이점
김 원장은 “사람들이 ‘예수를 믿으시오’라고 구원의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처럼 의사들에게 ‘책을 읽으시오’라고 말하고 싶다”며 의료계 사람들이 책을 가까이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언젠가는 과학이 인간을 지배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며 “인간은 몸으로만 이루어진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감정이나 예술, 영혼이 중요한 작용을 한다. 독서는 인간의 마음의 지평이,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관대해지고 여유가 생기는 작업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최근 현대의학이 과학에만 치중되어 치료한다고 지탄을 받고 있다고 말하면서 의료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고 전인적인 치료를 하는데 노력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책 읽는 의료계 문화 만들고 싶어
김 원장에 따르면 아직까지는 책, 문학 등을 통해 인문학적 소양을 추구하는 의사들이 적다. 그는 “인간 전체를 보고 아픔을 느끼는 의사를 만드는 것이 최근 의예과가 추구하고 있는 목표”라며 “예과 때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책 읽는 의사를 반대하고 외면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식 습득에 급급한 나머지 예술적인 것이 많이 배척된 것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의사의 최후가 비참해진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마약에 빠지거나 돈을 벌기 위해 허위 진단서를 끊는 등의 행위가 그 예다”라며 “전문성만 알고 의사로서의 책임감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간성을 잃기 쉬운 직업이 의사고, 나이가 들어 돈만 있고 허망하기 쉬운 직업이 의사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의사에게 인문학은 중요하다. 인간 본연의 것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의사가 양산되는 문화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 원장은 책을 읽는 의사들이 십시일반 모여 그런 풍토를 이루고, 자신이 좋은 의사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프로필>

이화여자대학교 산부인과 박사 졸업
現 은혜산부인과 원장
   한국의사수필가협회 부회장
   계간 <문예바다> 편집위원
   의과대학 인문학 강의 출강

저서 초대, 의사로 산다는 것, 위로, 명작 속의 질병 이야기, 아프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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