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법 통과…의사 동의 없이 자동 개시, 이의신청 가능
자격정지 공소시효 5~7년, 의료인 폭행 시 5년 이하 징역

의료사고 분쟁조정 일부 자동개시법(일명 신해철법)이 국회를 통과해, 이르면 오는 12월 중에 시행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의료계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의료인 폭행방지와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 공소시효 관련 의료법 개정안도 의결됐다.

국회는 5월 19일 오전 19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의결했다.

간이조정절차 도입 등 조정 활성화 위한 개정
우선 의료사고 분쟁조정 일부 자동개시법이 통과되면서 의료사고 피해구제가 용이해질 전망이어서 의료기관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번 개정안에는 자동개시 근거 신설뿐 아니라 간이조정절차 도입, 조정위원과 감정단 수 확대 등 의료사고 분쟁조정을 활성화할 수 있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주요 골자는 조정신청의 대상인 의료사고가 사망 또는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이나 장애인복지법 제2조에 따른 장애등급 제1급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경우 피해자나 가족은 의사나 병원의 동의 없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신청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은 의료진의 과실을 환자 측이 밝혀내야 했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고, 환자와 의료기관 중 한 쪽이 동의하지 않으면 조정절차를 밟을 수 없어 환자단체 측에서 지속적으로 자동개시를 요구해왔다.

다만 조정절차가 자동으로 개시되더라도 신청인이 진료방해, 난동, 거짓된 사실 또는 사실관계로 조정신청을 하는 등의 경우에는 피신청인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 환자단체연합회(대표 안기종)는 지난 5월 12일 국회 정문 앞에서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 개시 제도의 신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간이조정절차도 도입됐다. 과실유무가 명백하거나 사건의 사실관계 및 쟁점이 간단한 경우, 사실관계에 대한 신청인과 피신청인 간에 큰 이견이 없는 경우에는 감정 자체를 생략하거나 1명의 감정위원이 감정하는 등 간이조정을 결정할 수 있다.

조정위원과 감정단의 수 역시 현재 50명~100명 이내 에서 100명 이상~300명 이내로 확대됐다. 자격 요건 역시 변경됐는데, 판사의 경우 10년 이상 재직했던 사람이 추가됐고 감정위원의 자격 요건 중 비영리민간단체 임원의 직에 2년 이상 있거나 있었던 사람'이 '비영리민간단체에서 추천한 사람 중 소비자권익과 관련된 분야에 5년 이상 종사한 사람'으로 변경됐다.

또 의료분쟁 당사자의 대리인 선정도 가능해진다. 당사자는 서면으로 대리권을 발부하고 의료분쟁 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그동안 의료사고 분쟁조정 일부 자동개시법 통과를 강력 반대해왔다.  의료사고로 인한 중상해라는 판단기준이 모호하고 환자 측이 느끼는 피해 정도와 의학적 판단이 다르다는 이유에서이다. 개정안 통과 직후 의협은 “충분한 논의 과정 없이 법이 통과돼 국민과 보건의료 간 신뢰관계가 악화될 것”이라고 유감을 표명한 뒤 의료분쟁조정법·령 대응 TF를 운영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의료계 숙원사업, 의료인 폭행방지법 통과
하지만 이날 의료계의 숙원사업이던 의료인 폭행방지법도 국회를 통과했다. 의료계로서는 19대 국회에게 마지막 선물을 받은 모양새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행위가 시행되는 공간이라면 의료기관 내 장소의 구분 없이 같은 처벌을 할 수 있다. 다만,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도록 하는 '반의사불벌' 규정이 포함됐다.

특히 법의 보호를 받는 대상을 애초 법안의 '의료인'에서 '의료행위를 행하는 의료인과 의료기사, 간호조무사 등 의료종사자'와 '진료를 받는 사람(환자)'으로 확대하고, 처벌규정은 △의료용 시설·기재·약품 등 기물파괴·손상 △의료기관 점거행위 등에 '5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했다.

기존에는 진료실 내 폭력행위에 대한 별도의 처벌규정이 없어 형법상 폭행이나 협박, 업무 발행 규정을 빌려 폭행사고 가해자에 대한 처분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진료실 내 폭행행위는 다른 환자의 생명과 안전에도 심대한 위협을 끼칠 수 있다는 의료계의 요구에 국회가 4년 만에 화답하면서 법 개정으로 이어지게 됐다.

국회통과는 쉽지 않았다. 지난 2012년 말 당시 민주통합당 이학영 의원이 의료인 폭행방지 관련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폭행·협박 등이 이미 형법에 의해 처벌받고 있다는 시민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혀 3년 동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의료기관 내에서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인에게 자행되는 폭행·협박행위에 대해 가중처벌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4월, 보건복지부가 환자에 의한 의료인 폭행뿐 아니라 의료인에 의한 환자 폭행도 처벌하도록 법의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을 수용해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했다.

이후 여러 번 법사위 끝에 지난 4월 28일 천신만고 끝에 통과됐고,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극적으로 통과되어 의료인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인 장치를 갖게 됐다.

리베이트 5년, 거짓 청구 7년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 공소시효는 5년~7년으로 확정됐다.

앞으로는 의료인의 자격정지 등 처분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5년이 경과하면 자격정지 처분을 할 수 없으며, 소송 기간은 시효에 산입하지 않게 된다. 다만 △처분사유가 의료인이 아닌 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나 △관련서류를 위변조 하는 등의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한 경우에는 그 시효를 7년으로 했다.

처분 시효 규정은 리베이트 수수 등 모든 위법행위에 포괄 적용되며, 법 시행일 이전에 발생한 사유에 대해서도 소급해 적용된다.

또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금지 관련 개정안도 의결됐다. 의료인의 의무에 일회용 주사 의료용품 재사용 금지 조항을 신설하고, 이를 위반해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입힌 경우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의료기관 내 의료인 명찰 패용 의무화 △미용 목적 환자유인 성형광고 금지 △시군구장이 역학조사를 실시하는 의료기관의 폐업신고 수리 거부 △환자 진료기록부 사본 발급이 가능한 사유에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감염병 역학조사 추가 △의사 등이 환자에게 의약품을 주는 경우 약제 용기에 환자 이름, 용법·용량 등 기재 의무화 △의료기관 개설자 준수사항에 의약품·일회용 주사 의료용품 사용, 감염환자 진료기준 등 신설 관련 의료법 개정안도 의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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