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최소화하고 5% 이상 수익 안정적으로 추구하는 점 인기
국민연금 등 기관들 투자 관심에 내년 7조원대 성장 전망도

▲ 삼성생명 헤리티지센터 임태석 팀장

개미는 모르고, 큰손은 안다. 요즘 국내에서 재테크에 관심 좀 있다 하는 재력가들은 ‘라임’, ‘디에스’, ‘안다’, ‘쿼드’, ‘리운’ 같은 이름을 들먹인다. 바로 ‘한국형 헤지펀드’를 굴리는 중소 자산운용사들이다.

2011년 정부가 국내에 헤지펀드 시장을 열어준 지 만 4년 만에 투자 규모가 4조원대로 불어났다. 헤지펀드 시장은 최소 투자 한도가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아진 지난해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 올해는 4개월 만에 1조원 가까이 불어나 5월 초 현재 4조3500억원대로 커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현재 30개 회사가 85개 상품을 운용 중인데, 자고 일어나면 신상품이 나올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민연금 등 대형 기관들이 본격적으로 여기에 투자하기 시작하면 내년에는 국내 헤지펀드 시장이 7조원으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형 헤지펀드 열풍

헤지펀드는 주식·채권·파생상품·부동산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자산에 투자한다. 투자 기법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반 펀드처럼 오를 주식을 사는 것은 기본이고, 롱숏(상승 예상 종목을 사고, 하락 예상 종목을 공매도), 이벤트 드리븐(기업공개·유상증자 등 특정 이벤트 전후의 주가 변동 활용), 메자닌(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매매), 퀀트(계량분석 금융기법) 기반 시스템트레이딩, 페어트레이딩(동일 산업의 두 종목을 짝을 지어 하나는 매수, 다른 하나는 매도) 등 여러 투자 기법을 동원한다.

이렇게 복잡한 전략을 섞어 쓰는 이유는 ‘헤지(hedge·위험 분산)’라는 이름대로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일 때도 위험을 최소화해 5% 이상의 수익을 얻기 위해서다.

화제의 한국형 헤지펀드 외 펀드당 49명 이하만 가입할 수 있고, 최소 가입 금액은 본래 5억원에서 지난해부터 1억원으로 낮아졌다. 펀드마다 다르지만, 처음 약속한 목표 수익률을 넘어서면 수익의 일정 비율(약 10%)을 ‘성공 보수’로 떼어간다.

헤지펀드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그만큼 투자자들이 시중 공모 상품으로 더는 의미 있는 수익을 얻기 어렵다며 갈증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공모펀드 수익률이 주가지수보다 낮은 경우가 허다하고, 대안 상품으로 떠올랐던 ELS(주가연계증권) 등은 안전성 문제가 불거졌다. 수수료와 성공보수를 좀 더 내더라도 눈에 보이는 수익을 얻고자 하는 수요가 많아진 것이다.

펀드당 투자자 수 한도(49명)가 차면 가입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특유의 폐쇄성을 장점으로 보는 고액 자산가도 많다. 일반 공모형 상품보다 자금 유출입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신생 업체들이 주름잡아

헤지펀드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설립된 지 짧게는 4년, 길어도 8년여밖에 안 된 비교적 신생 자산운용사들이다. 연초 이후 대표 상품의 수익률이 7~9%대로 최고를 달리는 라임자산운용과 디에스자산운용은 각각 2012년, 2008년에 설립됐다.

수익률이 가장 앞선 라임자산운용은 롱숏, 메자닌 등 10여 가지 투자 전략을 한데 섞는 ‘하이브리드형’ 투자 기법을 쓰고 있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한국에서는 2년 주기로 가치주와 성장주의 기복이 심해 어느 한 가지 투자 전략만 고수해서는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내 1호 헤지펀드인 삼성자산운용의 ‘삼성H클럽 에쿼티헤지 1호(설정액 2538억원)’의 경우 2011년 말 출시 이후 42.6%의 누적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헤지펀드라고 모두 이름값을 하는 건 아니다. 깜짝 성적을 내놓는 헤지펀드가 있는 반면, 상당히 부진한 헤지펀드도 수두룩하다. 1세대 헤지펀드 중 브레인자산운용은 헤지펀드 3종 모두가 최근 1년간 -10%대 저조한 성적을 기록 중이고, 트러스톤 역시 2종이 1년 새 -10%대 수익률로 고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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