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대한의사협회 제8대 의료정책연구소장에 개원의로는 최초로 이용민 원장(서울 강서구 미소퀸의원)이 임명됐다. 그는 얼마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첫 개원의 출신이기 때문에 양쪽 어깨가 더욱 무겁다”며 “그동안 새경은 회원들에게 받고 남의 밭만 열심히 맸던 의협에서 벗어나, 회원 권익 보호와 의권 정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의협 대관업무 도울 연구 하는 것이 당연”
의료정책연구소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투쟁 과정에서 의료계가 선제적으로 올바른 의료정책을 생산해 잘못된 국가 의료제도와 정책을 개선한다는 목적 아래 지난 2002년 문을 열었다. 이후 7명의 연구소장이 거쳐 갔지만, 내부 만족용 연구에 그칠 뿐 제대로 된 국민들의 동의를 얻어낼 연구를 수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 소장은 이런 비판에 대해 오히려 이런 부분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의료정책연구소가 의협에서 지향하는 바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 여기에 의협이 실제로 연구 자료를 토대로 대관업무에 박차를 가할 수 있도록 가공을 정밀하게 해 입법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소장은 “고고하게 독립 집단으로 정체성을 지향하지 않는다”며 “지적이 있겠다면 달게 받겠지만, 회원 권익 강화와 의권 정립을 위해서는 오히려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오히려 새경은 회원에게 받고 왜 공익적 목적의 연구를 수행해야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 소장은 “의협이 공익적 목적을 수행하려면 국가에서 돈을 받는 것이 당연하지만 우리의 주인의 회원”이라며 “앞으로는 남의 밭을 매주는 일은 지양하겠다”고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현실적인 연구 지향, 결과 필요하면 어디든 갈 것”
이와 함께 이 소장은 회원들의 현실과 동떨어진 연구는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소가 만든 결과물이 협회에 유익하게 쓰이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왔다. 연구 과제의 선택 단계에서부터 의사 회원들의 현실과 동떨어진 주제를 골랐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90% 정도는 연구소의 원래 목표에 부응했다면 10% 정도는 미흡했다. 협회와 대척점에 있는 상대를 이롭게 하는 연구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원들이 연구 결과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어디든지 뛰어가겠다는 다짐도 내보였다. 이 소장은 “아무리 좋은 컨텐츠를 생산해도 회원들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대부분 회원들은 의료 현안에 대해 막연히 '잘못됐다'라고 생각할 뿐 구체적으로 무엇이 잘못됐는지는 설명하지 못하고 울분만 터뜨린다. 회원들의 의식화와 현안 공유를 위한 자료 제공이 필요하다”며 “불러만 주면 연구 결과물을 갖고 어디든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그동안 연구소가 쌓아온 노력과 결과물을 자양분으로 삼아 회원들의 정서와 동떨어진 의료정책연구소가 아닌 회원들과 함께 공감하고 호흡하면서 올바른 의료정책의 대안을 마련하는 살아 움직이는 연구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그동안 새경은 의사회원에게 받고 거꾸로 엉뚱한 남의 밭만 열심히 매는 머슴이었다면 이 기회에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심기일전하겠다”고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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