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증적 양약 처방보다 한약·과립제로 건강 보완에 무게
성분비교표·POP 직접 제작 및 세부 상담… ‘정성’ 경영

▲ 충북 음성군 금왕읍 중앙약국 정지영 약사

동네를 걷다보면 슈퍼마켓, 헤어숍만큼이나 흔히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약국이다.

약국은 보통 대로변, 오피스빌딩 등 목이 좋은 데 자리 잡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병원가는 으뜸으로 꼽힌다. 그러나 모든 약국이 병원이 즐비한 자리 한가운데 들어서 처방전만으로 운영비 감당이 가능한 매출을 실현하는 것은 아니다.

충북 음성군 금왕읍 소재 중앙약국은 10년간 머물렀던 병원건물에서 떠나면서 처방전 중심에서 벗어난 경영 전략을 수립해 수익을 창출하며 2년 6개월째 독자적인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상세한 상담과 꾸준한 공부로 주민들 신뢰 얻어
하루 평균 처방전수가 10건에 불과하다는 중앙약국이 취한 전략은 ‘한약제제’ 판매다. 중앙약국의 정지영 약사는 환자에게 진통제보다는 한약 혹은 과립제를 권한다.

단순히 증상만을 완화시키는 대증적 처방보다 한약제제로 건강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정 약사는 하루 12시간 근무를 지속하면서도 시간을 쪼개 한약제제와 영양치료에 대한 공부를 시작한 지 오래다.

가벼운 질환으로 양약을 찾는 대다수의 내방객들에게 한약제제를 처방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는 우선 친절하고 상세한 상담을 통해 한약 복용을 안내했다.

감기에도 5분의 정성을 들였다. 환자가 말하는 증상들을 수첩에 기록해 ‘기침은 어떻게 하느냐’, ‘콧물색은 무엇이냐’, ‘증상이 있은 지 얼마나 됐냐’ 등 증상 하나하나에 대해 세부적으로 질문하며 종합적 판단 하에 처방을 내린다. 환자들은 이러한 약사의 태도에 신뢰를 갖게 되고 구매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일종의 라포(rapport)를 형성한 것이다.

상담은 길어지면 두 시간까지, 평균 30분을 소요한다. 손님을 위한 푹신한 좋은 의자와 종아리·발마사지기기도 마련했다. “감기약 주세요”하면 30초 만에 감기약을 건네받을 수 있는 약국이 아니라 “약사가 추천하는 약은 먹어보니 정말 좋더라”는 주민들의 신뢰가 중앙약국의 강점이다.

마진이 우선순위 아냐…성분 비교표로 적합한 약 권유
긴 상담 시간만으로 약국을 다시 찾게 만들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약이 좋아야’ 한다. 정지영 약사는 “마진이 약품 선택의 기준이 아니다”라는 확고한 기준을 두고 좋은 약 구비에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약학 관련 사이트, 유명 약사 블로그, 학술모임 등을 통해 끊임없이 공부하며 좋은 약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동일 품목이라도 제약회사마다 약의 특색이 상이하기 때문에 구성 성분을 꼼꼼히 확인해 다양하게 적용한다. 제약회사 비타민제 성분함량 비교표도 직접 만들었다.

정 약사는 “비타민B 고함량 영양제도 비맥스(비타민D와 마그네슘 다량), 엑세라민(푸르설티아민, 칼슘 마그네슘 함유) 등 종류가 많아 비교표를 보여주며 환자에게 좀 더 적합한 약품을 제안한다”며 객관적인 자료를 처방의 근거로 제시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내방객에게 복용시간을 반드시 지킬 것을 강조한다. 이에 “이틀분만 먼저 드리면서 봉투에 시간을 적어 정확히 그때 복용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그래야 약효가 제대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좋은 약을 제대로 복용한 환자들은 아플 때면 다시금 그의 약국 문을 두드리게 되는 것이다.

“없는 약이 없는 약국”, 한방과립제 제형별로 갖춰
중앙약국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긴 복도를 따라 놓인 오픈 매대에 깔끔하게 진열된 약을 확인할 수 있다. 잘 정돈되어 있어 가늠이 안 됐지만 밴드 종류만 100가지에 구비된 품목도 무수하다고.

손님들이 “여기는 없는 약이 없네”라는 말을 할 정도로 찾는 약이 없는 경우가 거의 없고 찬찬히 매대를 둘러보며 구매하는 손님도 많은 편이다.

처방의 8~90%가 한약제제로 나가는 약국답게 한약, 과립제도 50여 가지이며 갈근탕, 은교산 등 판매율이 높은 약들은 제형별로 갖추고 있다.

정 약사는 “물건이 많아야(팔 게 많아야) 많이 팔리는 법”이라며 “원하는 제품이 없어 서울에서 여기까지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밝혔다.

직접 POP를 제작하기도 한다. 제약회사에서 제공하는 POP를 최대한 활용하지만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직접 자료를 편집해 만든 POP로 약의 정보를 전달한다. 눈에 띌수록 구입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가격대가 높은 한약제제들은 소량으로 재포장해 구매에 부담을 덜어주면서 봉투에는 효능을 부착해 약을 권하거나 읽고 구매하기 수월하게끔 유도했다.

이에 그는 “디스플레이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지만 수많은 제품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유능한 직원을 두는 것도 중요하다”고 동료를 칭찬하며 훈훈하게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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