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율 OECD 평균과 비슷하지만 지역격차 커
책 읽을 수 있는 분위기 조성 필요해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덕)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00명과 초·중·고등학생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에서도 성인 평균 독서량은 1년에 9.5권으로 집계됐다. 이는 성인 30%가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학생의 연평균 일반도서 독서량은 29.8권으로 2년 전에 비해 2.5권 감소하기도 했다. 왜 우리나라 국민들은 이처럼 책을 적게 있는 것일까?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독서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본지는 타 국가와 우리나라 독서 현황을 비교해 살펴보고, 우리나라 독서율을 높이기 위해 가장 필요한 방법을 모색했다.

우리나라 독서율 외국과 비슷
우리나라 국민 독서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 및 유럽연합의 평균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주도로 수행된 15세 이상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를 토대로 분석한 ‘해외 주요국 독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자책과 만화를 포함한 독서율에서 한국은 74.4%로 조사돼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76.5%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는 한국의 독서율이 스웨덴(85.7%)과 덴마크(84.9%), 영국(81.1%)에 비해 낮지만 프랑스(74.7%)와 비슷하고, 벨기에(65.5%), 일본 (67.0%), 네덜란드(73.6%) 등보다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 2013년 유럽연합(EU)의 조사와 ‘2013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를 비교해 보면 유럽연합 평균(68.3%)보다 한국인의 독서율(73%)이 더 높고, 공공도서관 이용률도 한국(32%)이 유럽연합 평균치(31%)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서습관 선진국 비해 현저히 낮아
우리나라 독서량이 유럽 등 국외와 비슷하지만 습관적으로 책을 찾고 읽는 습관은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 국가들과 독서 빈도 조사 결과 우리나라 국민들은 매일 읽는 독서 습관 비중이 조사 국가 중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조사에는 미국, 영국, 핀란드, 일본 등 OECD 21개국이 참여했다.

"매일 독서한다"는 응답자의 비교국 평균은 20.2%인 반면 우리나라는 8.4%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많이 응답한 답은 "한달에 한두번 독서한다"로 26.2%를 기록했다. 이는 OECD 국가 중 최상위었다. 비교국 평균은 14.3%였다.

"전혀 읽지 않는다"라고 응답한 이들은 25.6%에 달했다. 국민 4명 중 1명은 독서를 전혀 하지 않는 '비독자'라고 답한 것이다.

“읽을 곳 없는 우리나라”
이러한 우리나라 독서 문제는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한 데에도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독서에도 ‘지역편차’가 존재하기 때문.

지역별 독서율과 공공도서관 이용률 등 주요 독서지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성인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대도시에 비해 중소도시 및 읍면 지역 거주자들의 독서지표가 대부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16개(세종시는 충남에 포함) 광역 지자체별로는 서울, 인천, 대전, 대구, 제주의 독서지표가 평균치 이상의 결과를 나타낸 반면, 광주,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등은 주요 독서지표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 지역 간 격차가 컸다.

게다가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 현황 분석 결과에서 지자체별 공공도서관 도서구입비가 2014년 604억 원에서 2015년 550억 원으로 약 54억 원 감소된 것으로 나타나 도서관 이용활성화 및 독서지표 향상을 위해서는 도서구입비 확대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범정부 차원에서 독서 지향하는 해외 사례
독서율이 80.1%에 이르는 미국, 83.4%에 이르는 핀란드 등 독서율이 높은 나라들은 범정부 차원에서 독서진흥정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특히 공공도서관 인프라 구축을 위해 노력하며 학교 교육에서부터 독서를 강조하는 것이 장점이다.

미국
미국은 공공도서관 인프라가 잘 구축된 국가 중 하나다. 2015년 4월 기준 14세 이상 국민의 69%가 도서관 회원이며 공공도서관 프로그램은 인구 5000명당 62.4개에 달한다. 이 중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40개다.

미국의 공공도서관들은 취약계층 어린이를 위한 '퍼스트 북', 초등학교 1학년 읽기부진 어린이를 위한 '리딩 리커버리' 저소득층 가족들을 위한 '달러 스토어 프로젝트' 등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 뿐만 아니라 청소년,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한다.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도서관을 자주 방문하게끔 하려는 의도다.

핀란드
핀란드의 경우 학교 교과 과정 전반적으로 '독서'가 강조된다. 핀란드는 여타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전 과목에 걸쳐 교과서가 아닌 책으로 수업한다.

 '독서'라는 과목을 두는 것이 아니라 전 교과에 걸쳐 '책'을 교재로 수업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독서 교육이 이뤄지는 형태다.

핀란드는 교육부와 문화부가 통합된 '교육문화부'를 두고 있으며 교육문화부에서 모든 독서 관련 정책을 총괄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장점이다. 교육문화부에 함께 속해 있기 때문에 학교와 공공도서관의 협력이 프로젝트별, 프로그램별로 원활하게 이뤄진다.

특히 핀란드는 학교도서관을 설치하지 않고 공공도서관을 활발하게 이용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공공도서관의 3분의 1이 학교 인근에 세워져 있어 교과 과정 중 학생들과 교사들이 자주 이용한다. 학교생활 속에서 공공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학생들은 사서와도 빈번하게 교류하게 된다. 부모가 도서관에 데려가지 않는 가정의 자녀라도 도서관 방문이 일상화된다는 얘기다.

독서 강요보단 환경 조성이 먼저
독서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성인과 학생 모두 ‘일이나 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라는 응답이 각각 39.5%, 30.1%로 가장 많았다. 우리의 삶을 돌아보자. 과연 우리가 정말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해서 책을 읽지 못하는 것일까?

“책을 읽으면 좋다”라는 생각은 누구나 생각한다. 책이 우리에게 유익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자신에게 유익한 일을 하지 않는 사람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책 대신 TV나 스마트폰 등으로 우리의 여가시간을 허비하는 이유는 ‘책은 이롭다’는 사실이 막연한 생각뿐이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책을 읽고 책의 어떤 점이 내게 유익한 지, 나를 성장시키는지 몸소 깨달은 바가 적기 때문에 독서를 피하는 것이다.

독서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이 먼저가 아닌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면 독서를 통해 경제적 성공을 이끌었거나 자아성찰에 도움을 받은, 혹은 위기를 극복해낸 독자들의 강의를 통해 독서동기부여를 이끌 수 있다. 외국과 같이 직장인, 학생 등에게 필요한 맞춤 프로그램을 공공도서관에서 진행하면서 책과 가까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도 있다. 사람들이 독서강연이나 도서관을 찾아올 수 있게끔 환경을 조성하는 법도 있지만 ‘책’이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는 방법도 있다. 정부차원에서 학교나 직장, 공공기관과 협력해 독서를 교육하고 홍보를 진행하는 캠페인을 시행하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도 생각의 전환을 해야한다. 책은 ‘정보’만을 전달하는 매개가 아니라는 것이다. TV 드라마의 슬픈장면은 눈물을 흘리고 끝이지만 고전소설 속 주인공을 묘사한 문체는 여운이 남는다. 스마트폰에서 읽은 지식은 그 ‘지식’만 얻지만 책은 읽을수록 우리의 뇌가 구조화되고 언어능력, 이해능력, 추리능력 등도 함께 진화된다. 눈에 보이는 결과는 당장 없을 수 있겠지만 전세계에서는 독서의 효과에 대해 신빙성 있는 자료들이 많이 배출된다는 점을 유의하자. 한손으로 잡을 수 있는 작은 책 한권이 우리를 크게 성장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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