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 과정 개편 뿐 아니라 개원의 참여도 필요                              심포지움, 춘계학술대회 등 통해 논의의 장(場) 마련

최근 정부 주도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 제도' 시범사업을 위한 테스크포스팀(Task Force Team)이 본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대한외과학회는 호스피탈리스트(입원환자 전담전문의) 제도를 국내 실정에 맞게 도입하기 위한 노력에 한 발짝 다가섰다. 그동안 미국 중심으로 다뤄졌던 외국 호스피탈리스트 제도와 비교 분석하기 위해 영국의 사례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진 것.

국내 외과 현실에 맞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힘쓰는 대한외과학회를 만나 국내·외 외과 현실을 들어봤다.

1947년 조선외과학회로 시작

외과학회는 1947년 조선외과학회로 창립을 한 이래로 정형외과, 성형외과, 흉부외과 등을 독립시킨 모태가 되고 있다. 현재는 약 7000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어 우리 나라 외과계를 대표하는 우리 나라 의료의 중요한 한 축이 되는 학회다.

학회는 4월 15일 세브란스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 유일한 홀에서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제도 도입을 위한 심포지엄'(후원 한국외과연구재단)을 개최하고, 영국 노팅험대학병원 박현미 외과 전문의를 초빙, 영국의 전공의 수련제도와 호스피탈리스트 제도 관련 강연을 진행했다.

▲ 노성훈 이사장

“영국 외과 현실 우리와 다르지만 본받아야 해”

외과학회 노성훈 이사장은 학회에서 영국의 제도를 검토한 이유는 우리나라에 맞는 제도를 만들기 위해 많은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그간 호스피탈리스트 관련 많은 논의는 미국의 제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지만 의료 인력 구성, 수가 등이 우리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그대로 받아 들이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예를 들면 미국의 외과 수술 및 진료 현장에는 physician assistant들이 많은 역할을 하는데 이들은 정식 4년제 대학을 졸업해야 하고 직종의 역할 부여에 맞는 교육을 받는다. 미국에 외과계에 호스피탈리스트가 별로 없는 이유 중 하나다. 또 미국에서 외과계 의사는 다른 과 의사들과 비교해서도 보수가 높았었기 때문에 호스피탈리스트 직군에서 일하는 외과 의사가 별로 없었던 것. 반면 영국의 제도를 보면 우선 수련 과정에 완전한 차이가 있었다.

영국의 제도도 정부(NHS)에서 모든 인력과 재원을 통제하기 때문에 그대로 반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영국 제도의 장점은 같은 외과 의사라고 하더라도 특정한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분과전문의에서, 병원에서 일반적인 수술을 하는 외과의, 외과 병실 환자를 진료하는 호스피탈리스트 등 매우 다양한 직군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에는 우리나라 외과계에서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노 이사장은 전했다. 또 외과 전문의 수련 과정을 세분화해 수련 과정을 통하여 각각의 직군에 해당하는 전문가가 교육될 수 있는 체계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밝혔다.

노 이사장은 “영국의 제도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수련 과정의 개편이 단순히 호스피탈리스트를 교육시킬 수 있는 제도를 만든다는 것이 아니고 교육 과정에 들어온 거의 모든 외과 의사가 분과 전문의가 되고 있는 현재의 구조를 개편할 수 있는 제도가 되어야겠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논의는 단지 학회의 논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고 정부의 협조와 국민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호스피탈리스트 현황 이외 개원의·봉직의 아우르는 프로그램 준비

5월 7일 열리는 이번 춘계학술대회에서 학회는 호스피탈리스트 제도에 관한 그간의 진행 상황을 학회 회원에게 알리고 함께 논의하는 장을 마련했다. 또 학회는 제도의 도입을 위해 외과 수련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학회는 개원의, 봉직의를 모두 아우르는 내용이 될 수 있도록 학술대회 프로그램을 조정하고 있다. 특히 춘계학술대회는 대개 교육이나 보험 등과 같은 정책적인 측면의 프로그램을 주로 준비한다. 다만 관심 분야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회원들의 요구에 따라 지방 연수교육 등도 함께 마련된다. 추계학술대회의 개원의 참여율은 약 1000명 가까이 되지만 지방 연수교육 등으로 인해 춘계학술대회의 참여율은 이보다 낮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외과 고사 위기, 개원의 참여 필요”

노 이사장은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된 저수가로 인해 외과 자체가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고 전했다. 노 이사장은 “이러한 저수가 속에서 개원가는 이미 생존을 위협받고 있고, 외과로 개원은 점점 어려워지는 현실”이라며 “대학이나 종합병원에 있는 회원들에게는 저수가를 수술 건수를 늘려서 보완해야 하기 때문에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의료 한류는 대부분 외과계와 관련있다고 강조하며 의사 개개인의 자기 발전을 위한 투자와 노력에 기인한 바가 많은데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는 과 자체가 고사되어 가고 있고 자기 발전을 위한 투자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실은 전문의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당직등의 과중업무, PA(의사보조인력) 등은 전문의를 꿈꾸는 전공의에게 외과를 기피하게끔 만든다. 학회는 호스피탈리스트에 개원의가 참여하게 된다면 개원의에게는 고용 창출의 기회를, 전공의에게는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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