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치료는 추상적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 있어
미국선 1941년부터 독서의 치료적 효과 학문으로 정의

그리스어로 비블리오테라피(Bibliotherapy)는 독서치료를 말한다. 비블리오는 책 또는 문학, 테라피는 도움을 주다, 의학적으로 도움을 주다, 병을 치유하다의 뜻을 가지고 있으며 책으로의 도움, 책으로의 치유를 뜻한다. 미국 병원과 도서관 협회에서는 1941년부터 독서치료에 대해 신경증을 치료하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독서치료란 개인이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도록, 혹은 적응하지 못하는 것을 적응을 잘 하도록 긴장을 완화시키는 치료의 수단으로 읽기자료(책)를 사용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독서의 치료적인 효과를 학문적으로 입증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2003년 공식 창립한 독서치료학회가 있다. 독서치료학회 신혜은 회장은  독서가 보건의료계가 만나면 어떤 시너지(synergy)가 발휘되는지 말한다.

독서의 영향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는 것은 독서치료가 갖고 있는 기본 전제라고 할 수 있다. 책을 통한 자기반응 안에서 자신을 찾을 수 있고, 자신이 처한 현재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독서치료학회 신혜은 회장은 “책을 만나서 내가 어떤 반응을 하는지 따라가다 보면 내 이야기, 나의 핵심적인 갈등 등 감정의 풀리지 않은 부분을 인식하게 되고, 그 인식을 반복적으로 깊이 찾아가다 보면 삶의 문제를 직면하게 된다”고 전했다. 그는 “독서를 통해 내가 변화된다는 것은 굉장히 추상적이지만 삶의 모호함을 인식하고 그것을 선명해질 때까지 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스스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유연함을 갖게 하는 것이 독서의 효과라고 강조했다.

독서의 장르는 상관없다.

이탈리아의 한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는 작가가 만들어낸 작품(책)은 완성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독자가 그 책을 읽을 때 비로소 완전해진다는 것이다. 신 회장은 이에 대해 독자마다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신 회장은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이 아닌 비문학에서도 오늘 읽었을 때 느껴지는 지점과 내일 읽었을 때 느껴지는 지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현재 내가 처해진 상태, 마음이 다르기 때문이다.

정보추출식 독서는 삶에 스며드는데 어려움
기존에 우리가 읽는 책읽기 방식은 저자의 의도, 정확한 것을 찾는데 목적을 뒀지만 독서치료는 저자의 의도를 찾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독자가 책을 읽고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가 중요하다. 신 회장은 “저자가 정해놓은, 사회가 정해놓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독서토론이나 책에 대한 이해 쪽으로 가는 것”이라며 “책을 통한 변화의 지점은 그런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나만의 고유적인 느낌이기 때문에 그것이 내게 주는 의미, 나의 삶의 어떤 지점과 연계되는지 찾아가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개인에게는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환경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현대인의 경우 책을 무엇을 위한 수단으로 읽는 경우가 많아 책과 독자사이에 생기는 자기 변화, 감정 등을 다 흘려보낸다”며, 핵심(정보)만 읽는 정보추출식 독서는  실제로 그 정보가 내 삶에 스며들거나 나의 어떤 지점에 만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계와 독서의 관계
신 회장은 최근 잇따른 의료사건, 사고 등의 원인에 대해 정보추출식 독서와 비슷한 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보만 읽는 독서와 같이 의사가 사람(환자)을 만나는데 사람 전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나의 ‘무엇(돈)’을 위한 부분으로 보게 되면 비윤리적인 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는 환자들과 상담하는 직접적인 사람이며, 증상에 대한 처치, 즉 지식만 나열하면 환자와 공유되는 부분이 없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환자가 가지고 있는 아픈 부분만 해결해 주는 부분적인 시각에서 ‘정말 이 사람을 돕는 것은 무엇일까’라고 사람 전체로 시각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치료적인 측면으로도 약의 효과가 나기 위해 밥을 잘 먹고, 스트레스 받지 않는 그 상태를 만드는 데 책이 그 기반을 다질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

한편 신 회장은 “만약 보건의료계에 책이 도입이 된다면 환자 스스로도 치료를 받고 기다리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나름대로 자신의 삶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신 회장에 따르면 실제로 세계 2차대전 이후 미국 군인병원에서 군인들이 물리적인 치료만 받으면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였는데 치료받지 않는 시간들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도서관이 들어섰으며, 그 후 독서치료가 도입됐다.

보이지 않는 것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다.
신 회장은 아직까지 우리나라 병원계에서는 독서로 사람을 치유한다는 것을 의심쩍어하는 시각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독서치료라는 것이 추상적이지만 눈에 보이는 것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치료한다고 생각하고, 분야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미국에서 의사와 치료사가 협력해서 신체적인 치료는 의사가, 태도 등의 변화시키는 것 등은 치료사가 협진 함으로써 그 효과가 증명됐었다고 밝히며 “몸과 마음은 분리된 것이 아니다. 비용도 많이 들지 않으니 병원서비스 차원으로라도 정신건강 쪽으로 적극적으로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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