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상태 따라 당귀사역탕·온경탕·사역탕 응용 필요
약제·처방 개념 정확히 이해하고 생약 사용해야 도움

지금까지 동상에 쓸 수 있는 처방을 간략하게 살펴봤습니다. 동상은 단지 추운데 나가서 몸이 상하는 개념으로만 보기에는 뭔가 부족합니다. 속에서부터 문제가 시작되었는지 밖에서부터 상했는지를 잘 살펴보고 환자에게 접근하면 더 정확한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개념을 정확히 인지한 뒤에 생약의약품을 사용한다면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되는 처방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한약을 처방하는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한다면 환자에게 줄 수 있는 처방의 가지수가 확 늘어납니다. 다만 한약을 잘 쓰기 위해서만 한약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약제와 처방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도 한약을 공부하면 좋습니다. 더 많은 약사님들이 한약 처방을 잘 사용하게 되시기를 기대합니다.

① 30대 중반 여성. 자궁을 들어낸 뒤 손발이 시려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입술이 마르고 손발이 많이 건조합니다. 아랫배가 많이 차다고 합니다.
② 여름부터 겨울까지 항상 손발이 차다고 합니다. 겨울이 되면 손이 시려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한기를 많이 느끼고 동상에 잘 걸립니다.
③ 심한 수족 건조증을 가진 남자환자. 입술도 건조하고 아토피도 심하다고 합니다.

겨울에 동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쉽게 건네 줄만한 약이 없습니다. 일반약 건기식을 통틀어 봐도 딱히 기억나는 약이 없습니다. 하지만 생약의약품 중 온경탕, 부자제, 당귀사역탕(오수유생강탕)과 같은 약을 잘 쓰면 동상을 쉽게 다룰 수 있습니다.

이번 화에서는 수족냉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의 처방을 살펴보고 약들을 어떻게 하면 잘 사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당귀사역탕(오수유생강탕)

우선 알아야 될 처방은 당귀사역탕입니다. 당귀사역탕은 궐한에 쓰는 약인데 궐한이란 바깥에서부터 오는 한기란 뜻으로 자각하는 냉기와 통증이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우리가 추위에 노출되면 손발이 시리고 아프게 되는데 이것을 궐한이라고 말합니다.

이에 반해 궐냉이라는 표현도 있는데 이것은 대사기능이 떨어지거나 몸이 약해서 사지가 차가와진 상태를 말하는데 통증이 반드시 있지는 않고 평소에 생활하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손을 만지면 차가운 경우를 말합니다.

이 두 개념을 정확히 알아야만 부자제를 쓸지 당사오를 쓸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기억해야만 합니다.

1) 당귀사역탕
당귀사역탕은 계지탕(계지 작약 감초 대추 인삼: 태양병이지만 몸이 약한 사람에게 쓸 수 있는 처방으로 계지는 가벼운 발한작용, 작약은 통증을 완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생강, 대추, 인삼은 체액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한다’1)에서 출발을 합니다.

계지탕에서 생강을 빼고 대추를 늘린 뒤 당귀, 세신, 목통을 더한 처방이라고 보면 되는데 계지탕에서 출발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환자가 한사에 노출되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마황탕과 계지탕 증 등 태양병 약은 한사가 몸에 들어올 때 사용되는 약입니다).

계지탕에 당귀, 세신, 목통을 더한다면 혈이 부족한 증상과 발표(냉기를 몰아내는 기능)를 도우며 수분의 정체를 개선시켜 혈류가 잘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오수유와 생강을 더하면 오수의 열감으로(고방에서는 오수유, 건강, 부자를 열을 보충하는데 사용합니다). 한기가 개선되고 생강을 높게 넣어서 수기(생강은 수기를 조절하는 기능이 있습니다)를 조절합니다.

살펴본 것과 같이 당귀사역탕은 딱히 따뜻한 약제를 사용하진 않았지만 순환을 도와주거나 수기를 제거함으로써 한기를 몰아내는 처방입니다.

여기에 오수유와 생강을 더한 당귀사역가오수유생강탕은 내유구한(內有久寒)을 없앨 때 사용합니다.

내유구한(內有久寒)이란 침한고랭(沈寒痼冷)이라고도 불리며 찬 기운이 장부에 쌓여서 병이 된 상태를 말합니다.2) 일반적으로 속이 냉하다고 하는 경우는 하복부가 찬 경우가 많지만 손발이나 가슴 등이 차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손발이 차면서 하복냉이 심한 여성에게서 증상을 자주 관찰할 수 있습니다.

오수유가 들어있는 당귀사역가오수유생강탕을 살펴봤으니 종종 비교가 되는 온경탕도 한 번 살펴보는 것이 좋겠죠?

2) 온경탕
온경탕은 오수유, 당귀, 천궁, 작약, 인삼, 계지, 아교, 목단피, 생강, 감초, 반하로 이루어진 처방입니다. 처방을 살펴보면 당귀, 천궁, 작약(사물탕)이 보이는데요, 기본적으로 온경탕은 보혈(사물탕의 기본 작용점)에 좋은 약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교는 궁귀교애탕에 들어가는 약으로 보혈기능과 자궁기능을 튼튼하게 하는 작용을 합니다. 단백질과 가수분해물이 주성분이기 때문에 혈구를 건강하게 하고 생리불순이나 자궁출혈, 코피, 혈변 등을 조절할 때 사용합니다.

목단피는 대표적인 어혈제로 대황목단피탕이 대표적인 처방인데 진정기능과 혈액을 잘 돌게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두 약제는 여성의 생리불순과 하혈 등에 매우 효과가 좋아서 부인과 질환에 쓰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반하가 있는 것으로 보아 온경탕은 또한 소화기능을 돕고 담음을 제거하고자 하는 것이 보입니다. 물론 앞서 본 것과 같이 오수유가 들어있기 때문에 오래된 한기를 제거하려는 의도도 보입니다.

따라서 온경탕은 속이 냉하고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으며 혈액이 부족한 사람에게 좋은 약일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아랫배가 차고 입술과 피부 손발이 많이 건조하며 수족이 저린 감을 없애는데 좋은 처방입니다.

온경탕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이 처방을 소개하는 대부분의 서적이 온경탕을 부인과 질환으로 단정하고 있어서 이 약을 단지 여성에게만 사용하게 되는 누를 범하는 것인데, 온경탕은 증상만 정확하다면 남성에게도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약이라는 것을 이해하는데 그 중요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방에서 볼 수 있듯이 온경탕은 부인과 약인 아교와 목단피가 들어있기는 하나 기본적으로 한기를 없애는 오수유와 반하 사물탕이 들어있기 때문에 몸을 따뜻하게 하고 피를 공급해서 피부의 한기와 건조를 개선할 수 있는 처방입니다. 따라서 소화기능이 떨어지고 영양이 부족하며 몸이 찬 사람이라면 성별에 상관없이 그 처방을 응용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온경탕은 소화기능이 좋지 않고 속이 냉하며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의 피부질환, 수족냉, 구순건조, 수족건조 등에 쓸 수 있는 처방입니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처방이 있는데요. 그 처방은 바로 사역탕입니다.

3) 사역탕
사역탕은 감초, 건강, 부자로만 이루어진 단순한 약인데요. 건강, 부자가 들어있기 때문에 아주 뜨거운 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약국 임상에서 부자제를 쓸 일은 많지 않지만 이한증을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잘 기억해야 하는 약입니다. 이한증이란 말은 몸이 한랭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다른 뜻으로는 수독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내장에 수독이 있을 경우 토하고 설사하며 식은 땀이 날 수 있는데 설사가 남에도 불구하고 갈증을 크게 보이지 않는 특징을 보입니다. 이 경우는 속은 차갑기 때문에 따뜻한 것을 좋아하고 오히려 허열이 뜨기 때문에 진한가열(眞寒假熱) 이라고 말하며 이 경우 열을 식히기 위해선 오히려 속을 데워주는 부자제를 사용해야 하는 것입니다.

뜨거운 약을 쓰는데 열이 식는다는 개념은 현대 의학만을 가지고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병적 상태의 열을 허열 이라고 하는데, 현대인에게서 참으로 많이 볼 수 있는 증상입니다. 몸이 너무 힘든 상태에서 찬 음료만 많이 마시다 보면 장내 수독이 많고 영양은 좋지 않은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현대인의 생활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증상이지요. 이럴 때 몸은 그 보상을 위해 혈류를 증가시키고 그로 인해 열이 생기게 됩니다. 이를 허열 이라고 말하고 이 증상을 진한가열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물론 약국 임상에서는 사역탕을 쓸 일은 많지 않고 팔미지황탕이나 진무탕과 같은 약을 더 많이 씁니다.

4) 처방 응용
이제 몸을 데우는 처방은 대략적으로 살펴본 것 같은데요. 이제부턴 어떻게 이 처방들을 응용할 수 있을까를 살펴봐야겠지요?

저는 우선 당사오 처방을 동상에 많이 씁니다. 당귀사역탕은 궐한에 쓰는 약이므로 겨울철에 동상이 와서 손 발이 많이 차고 통증까지 느끼게 되었을 때 사용하면 좋습니다. 하지만 과립을 쓰다 보면 가감이 가능하지 않아 오히려 당귀사역가오수유생강탕을 쓰면 겨울철마다 손발에 동상이 잘 오는 사람들의 내유구한을 바로잡아 줄 수 있습니다.

필자는 당사오와 팔미를 종종 같이 쓰는데 팔미증(야간뇨, 아침요통, 족번열) 증상이 같이 보이는 환자에게는 크게 걱정하지 않고 사용해도 될 것 같습니다. 기간도 크게 길 필요가 없어 10일 전후를 투약하면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또 궐냉과 궐한이 동시에 오는 경우도 있는데, 그때는 온경탕과 당사오를 같이 써도 좋습니다. 물론 오수유가 두 배로 늘어나는 것이라 걱정할 수 있는데 과립은 그 부작용을 초제처럼 크게 걱정하지 않고 사용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온경탕 증은 소화불량과 피부건조를 수반하는데 이 증상을 보이면서 손발이 너무 차서 통증을 느낄 정도가 된다면 적극적으로 사용해 볼 것을 권장합니다.

한 번은 남성인데 지나치게 심한 손습진이 있어서 스테로이드 연고를 다량으로 구입하려고 약국에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이 경우엔 남성인데도 불구하고 온경탕을 써서 오랜 습진과 아토피를 개선시킬 수 있었습니다. 구순건조와 소화기능 불량, 하복냉이 있다면 남성에게도 온경탕을 쓸 수 있습니다.

온경탕을 이해한다면 온경탕에 소화효소와 유산균 그리고 영양이 될 수 있는 단백질 영양제를 같이 주면 온경탕의 효능이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물론 처음부터 단백질 영양제까지 주기엔 환자의 소화기능이 너무 나쁠 경우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처음에는 온경탕과 효소제품에 유산균만 같이 투여하다가 소화기능이 좋아지면 아미노산 영양제를 추가적으로 주는 편이 더 효과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개선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효소에 영양소를 포함한 건강기능 식품들도 나오고 있는데, 온경탕증인 사람의 아토피에 한약을 쓰기 부담스럽다면 이런 제품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동상에 쓸 수 있는 처방을 간략하게 살펴봤습니다. 동상은 단지 추운데 나가서 몸이 상하는 개념으로만 보기에는 뭔가 부족합니다. 속에서부터 문제가 시작되었는지 밖에서부터 상했는지를 잘 살펴보고 환자에게 접근하면 더 정확한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개념을 정확히 인지한 뒤에 생약의약품을 사용한다면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되는 처방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한약을 처방하는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한다면 환자에게 줄 수 있는 처방의 가지수가 확 늘어납니다. 다만 한약을 잘 쓰기 위해서만 한약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약제와 처방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도 한약을 공부하면 좋습니다. 더 많은 약사님들이 한약 처방을 잘 사용하게 되시기를 기대합니다.

참고문헌
1) 정동환, 알기 쉬운 약국의 한방 임상
2) 네이버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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