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피로·음허 증상 개선에 효과적인 처방
다른 제품과 함께 사용할 때 큰 시너지 효과

약국에서 노인의 비뇨기계 질환에 비처방 제품으로 많이 쓰는 제품은 소팔메토, 카리토 등이 있고, 한약에 자신 있어 하는 약사님들은 팔미지황환을 자주 씁니다.

팔미지황환은 흔히 노인의 야간뇨, 신허요통, 수족번열에 도움을 주어서 이 세 증상을 호소할 때만 도움이 되는 것으로 생각을 할 수 있으나, 현대인들의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해 노년층이 아닌 젊은 사람에게도 유사한 증상이 야기되는 경우가 많아, 팔미지황환은 현대인의 질병 치료에 있어 관심을 갖고 봐야 될 처방으로 생각합니다.

이번 화에서는 전통적인 관점에서의 팔미지황환에 대한 해석과 현대적 관점에서의 팔미지황환을 이해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도록 하고, 다빈도로 팔미지황환을 쓸 수 있는 다양한 증상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팔미지황환은 숙지황, 산약, 산수유, 목단피, 복령, 택사(육미지황환)에 부자와 계지가 포함된 처방입니다.

숙지황, 산약, 산수유는 부족해진 체액으로 인한 음허증상을 개선해주는 역할을 하며 목단피, 복령, 택사는 병적인 체액을 제거해주는 역할을 통해 간과 신장에 건강한 음액을 채워줍니다.

한쪽으론 나쁜 것을 빼내고 한쪽에서는 건강한 것을 넣는 것이지요. 이를 3보(三補) 3사(三瀉) 한다고 하는데, 필자는 이 개념을 욕조에 담긴 물을 새로 담는 것을 빗대어 설명하곤 합니다.

한쪽에서 지저분한 물을 배수구를 통해 제거해 주면서 다른 한쪽에선 깨끗한 물을 넣어주면 결국 욕조의 물은 깨끗해 질 것이라는 식으로 말이지요.

이것이 육미지황탕이 하는 일이고 여기에 혈관을 확장시켜주고 심박출을 도와주는 부자와 계지를 넣어서 팔미지황환을 만들면 육미로는 해결이 되기 어려운 신양허까지 제거된다고 합니다.

노년이 되면 기본적으로 혈류가 약해져서 보음을 해준다 해도 그 힘이 약해 몸 전체로 퍼지지 못하는 것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 보입니다.

팔미지황환(육미지황환 역시)는 위와 같은 방식으로 간신음허(肝腎陰虛)를 개선해 주는 역할을 하는데, 간신음허는 만성 소모성 질환, 만성 염증성 질환, 영양불량, 허약체질, 노화 등으로 인해 음액이 소모되었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합니다.

증상은 허리가 아프고 다리에 힘이 없고, 몸의 하반신이 차며, 소복구급(아랫배에 심한 경련이 일어나는 증상)이 있거나 야간뇨와 같은 비뇨기계 질환 등이 있습니다.

음허
음허는 몸의 체액이 부족한 상태이므로 혈압이 낮고 반대로 보상적인 맥박수의 증가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체액량의 감소를 보상하기 위해 국소 혈액 순환량이 증가되어 몸의 특정 부위 순환량이 증가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입안이 마르고, 미열이 나며, 뺨이 붉어지고, 손발바닥이 화끈거리며, 가슴이 답답하고, 야간에 식은 땀이 나는 등의 증상이 발생합니다.1)

[용어해설]
소복구급(少腹拘急): 아랫배에 심한 경련이 일어나면서 소변을 잘 누지 못하는 증상을 말합니다.
신허요통(腎虛腰痛): 신장의 기능이 약해져서 나타나는 요통으로 오랜 병을 앓고 난 뒤 기력이 없어지거나, 나이가 많이 들었거나 과도한 성생활을 했을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기에 불편한 자세로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있을 때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지나친 업무나 운동도 그 원인이 될 수 있고 허리둘레가 은근히 아프게 됩니다. 소변을 볼 때 힘이 없고 다리와 무릎이 시리고 저리며 다리에 힘이 없어집니다.
오래 서 있거나 걷기 힘들고, 허리근육은 탄력이 없이 늘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허리 부분을 손으로 누르면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심한 경우에는 얼굴에 열이 나고 가슴도 두근거리기도 합니다다. 그 밖에 눈이 침침하고 귀가 잘 들리지 않거나 소리가 나며, 소변을 자주 보는 증세가 함께 나타나기도 합니다.2)

그 중에서 임상적으로 특히 기억해야 할 부분은 야간뇨와(밤에 자다가 2회 이상 소변을 보면 야간뇨라고 봐도 됩니다) 신허요통, 수족번열과 같은 증상이고 이런 증상이 있으면 육미지황환이나 팔미지황환을 자신 있게 사용하셔도 됩니다.

부자
부자가 맹독성을 가진 약이기 때문에 쉽게 사용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약국에서 과립의 형태로 투약한다거나 몇 개월에 걸친 처방 등 장기적으로 투약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크게 걱정하지 않고 사용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복용하는 과정에 혀끝이 떫은맛이 나는 것처럼 무뎌지고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 같은 열감이 있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잠이 잘 오지 않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복용을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대신 부자를 뺀 육미지황환을 사용하면 되겠지요.

전통적인 방식으로 팔미지황환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위에 소개된 내용만 잘 숙지해도 크게 부족하지 않게 팔미지황환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적인 관점으로는 수족번열감을 해석하기도 어렵고, 소복구급, 야간뇨, 신허요통과 같은 증상을 설명할 방법이 부족해 보입니다.

따라서 위에 나열된 증상을 현대적으로 이해하고자 한다면 신장과 신장에 붙어있는 부신에 대해서 이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부신의 기능을 알아봐야겠지요?

부신은 콩팥 바로 위에 위치하는데 수질 부위는 아트레날린과 같은 카테콜아민을 만들어내고, 피질부위는 코티솔과 알도스테론을 만들어내지요.

시상하부가 CRH(corticotrophin-releasing hormone: 부신피질자극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는 호르몬)을 분비하면 뇌하수체가 부신피질자극호르몬을 분비하고 이 부신피질자극호르몬이 혈액을 통해 부신에 도달해 부신을 자극하면 스트레스호르몬인 코티솔이 분비됩니다.

만약에 스트레스가 지속되면(질병이나 스트레스, 만성염증성 질환 등) 코티솔 과잉상태가 지속되서 체지방이 증가되고 고혈압, 혈당상승, 면역력 저하, 기억력 저하와 같은 신체의 상태가 초래되게 됩니다.

거기에 더해서 부신 호르몬의 소비적인 상태가 더욱 더 지속된다면(스트레스나 만성질환 등) 더 이상 코티솔을 생산하기 어려워지는 부신고갈상태에 도달하게 됩니다.

부신고갈은 여러 책에서 소개가 되고 있지만 아직 좀 더 검증이 필요한 내용입니다. 하지만 약국에서 환자의 상태를 이해하기에 타당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필자는 적극적으로 환자의 상태에 적용해 보는 개념입니다.

부신이 충분한 시간동안 쉬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소비만 하다 보면 더 이상 부신호르몬을 만들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데 이때가 되면 기립성 저혈압과 만성적 피로, 상처의 회복지연 및 성기능(성욕 포함) 저하와 저혈당, 복부비만 등의 증상이 오게 됩니다.

이는 부신호르몬으로 나오는 코티솔이 필요할 때 정상적으로 나오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이 상태는 팔미증과도 유사한 점이 많은데요. 팔미의 소복급결은 복부로 영양이 적절히 공급되지 못해서 근육에 경련이 오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부신고갈(부신이 고갈되면 코티솔이 적절히 분비되는데 문제가 생기므로 잦은 근육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로 인한 근육통과 비슷하고, 또 수족번열은 코티솔 부족으로 인해 염증 상태를 잘 해결하지 못하는 부신고갈과 또 비슷합니다.

우리가 평소보다 더 많은 거리를 걷는다고 하면 저녁에 발바닥이 후끈거리게 딥니다. 하지만 충분히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하면 코티솔이 분비되어서 발바닥의 염증을 없애주므로 후끈거리는 증상이 사라질 텐데, 만약 부신고갈이 온다면 이런 작용이 잘 되지 않아 수족번열이 온다고 생각합니다.

팔미지황탕은 부신고갈로 인한 영양불균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도 유사한 상태에 사용하면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필자는 팔미는 간신음허(체액의 고갈)을 보충하기 위해서 사용하고, 근육의 통증을 없애기 위해 쌍화탕, 또 만성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반표반리를 개선하기 위해서 소시호탕을 만성적인 염증성 질환이나 근육통 등에 자주 쓰는데 그 효과가 아주 좋습니다.

약국에서 위의 개념을 잘 이용하면 만성적인 통증이나 오래된 질환을 개선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미 말한 것과 같이 팔미, 쌍화, 소시호탕은 하나의 개념으로 스트레스(여기서 스트레스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육체적 피로를 모두 의미합니다)의 만성화로 인한 체액의 부족과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여기에 더해서 신허요통으로 인한 다리저림에는 소경활혈탕을 같이 쓰면 좋고, 견비통에는 오약순기산을 같이 쓰면 좋습니다.

어지럼증이나 귀가 먹먹해지는 증상에는 팔미지황탕, 소시호탕, 삼황사심탕에 영계출감탕을 쓰면 좋습니다. OTC 제품으로는 아미노산 복합제가 음허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양소로 생각이 됩니다. 팔미지황환을 써야 되는 환자에게 추천해주면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팔미지황환 외에도 이 처방을 가감해서 다양한 처방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 과립제만을 응용해야 하는 젊은 약사들은 팔미지황환을 음허를 채울 수 있는 처방으로 많이 이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현대인들은 지나친 스트레스와 영양 불균형, 과도한 업무와 운동과 같은 환경에 노출되어 있어서 음허와 부신고갈이 발생할 수 있는데, 두 개념을 따로 보지 않고 잘 연결해서 사용하면 상당히 효과적으로 만성피로와 음허 증상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팔미지황환이 노인의 보약, 노인의 비뇨기계 명약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성질과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면 팔미지황환을 응용할 수 있는 범위는 더욱 넓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단일 제품으로도 훌륭하지만 다른 제품과 더불어 사용할 때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제품이 팔미지황환입니다. 더욱 많은 약사님들이 다양한 환자들에게 다양한 형태로 팔미지황환과 같은 보음제를 사용하게 되시기를 기대합니다.

각주
1) 임상 한의사를 위한 기본 한약처방 강의, 주성완 지음, 가온해미디어
2) 네이버 백과

김연흥
▲2003년 대구 가톨릭대 제약학과 졸업 ▲現안산시약사회 상임이사 ▲現안산시약사회 건식위원장 ▲現안산시약사회 스터디그룹 ‘주경야독’ 회장 ▲現안산시 원곡동 백제약국 대표약사 ▲2011년 경기도 약사회장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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