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양도 약사간 비용 절반씩 부담해 재고조사
일반약 인수하면 새로운 고객과 쉽게 익숙해져

이번 호에서는 개국 시리즈의 일환으로 기존 약국을 인수하여 약국을 개업하는 경우 살펴볼 점을 이야기할까 한다.

약국 재고의 산정
약국재고는 판매를 하기 위한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의약부외품, 화장품, 공산품류 등과 처방조제로 사용되는 전문의약품으로 나누어 계산한다. 기존 재고를 일부라도 인수하는 경우에는 약국 재고를 산정하여야 한다.

1) 일반의약품의 재고 인수
앞선 시리즈에서 얘기한 적이 있는데 약국을 인수하면서 기존에 취급하고 있던 일반의약품을 인수하게 되면 새로운 고객과 쉽게 익숙해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공산품의 이름과 달리 약의 이름은 일반 고객들에게는 상당히 까다롭고 외우기 힘들다. 정말 유명해서 누구나 다 알 것 같은 타이레놀만 하더라도 타레놀이, 타이놀... 등등 제각각의 발음으로 약을 얘기하는 것을 생각해보라. 심지어는 왜 이렇게 생각이 안나는지. “선전하는 약 있잖아요?”하며 우리와 같이 약 이름 추리에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선전을 하지 않는 대다수의 약국 내 일반의약품 이름을 외운다는 건 정말 불가능한 일이다. 외국말인듯 아닌듯 한 일반의약품의 이름을 외우기보다는 효능효과를 외우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인후통 적힌 약, 기도청정, 한방소화제 주세요’, ‘몸살이라고 적힌 약 없어요?’라거나 ‘○○○회사 제품인데 인후통약 주세요’라고 설명한다.

혹은 약의 위치를 외워서 손으로 가리키면서 ‘저기서 약을 꺼내던데요’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아니면 스마트폰에 본인이 원하는 약을 찍어서 약국을 방문하거나 심지어는 그렇게도 얘기한다.

“엊그제 제가 사간 약 있잖아요. 그거 효과 좋던데 좀 더 주세요!”

이런 고객들이니 약사가 바뀌었을 때 환자 본인들도 그러한 점이 가장 불안할 듯하다. 내가 말하는 약을 약사님이 잘 알아듣고 줄 수 있을까? 내가 사던 약이 바뀐 약국에도 있을까? 저 약사님이 주는 약도 잘 들을까?

당연히 약은 누가 주던 어느 회사 제품을 주던 잘 듣게 되어 있지만 나한테 맞는 약이 있다고 우기는 국민들이다.

성분을 보고 판단하는 약사입장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환자들은 내가 먹고 싶은 약을 먹고자 하고 한 술 더 떠 꼭 그 약만이 잘 듣는다고 우기면서 약사를 무시하는 행동을 하며 돌아선다.

젊은 상권의 경우는 본인들이 알고 있는 유명상표의 제품 몇 개만 눈에 띄어도 금방 약국에 적응이 되지만 노인상권의 경우는 기존약이 바뀌는 것에 대한 저항이 심할 수 있다.

그래서 약국을 인수할 때는 기존에 판매되던 제품들을 가능한 한 몇 달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약사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길이다.

새로운 환경에서 예민한 고객들에 익숙해지는 것도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기존에 먹던 제품, 본인이 원하는 제품이 없어서 말씨름 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에 정산과정이 조금 번거롭다 하여도 제품의 일부는 인수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앞서도 얘기했듯이 일이주 정도는 기존 약사님과 같이 근무를 하면서 고객의 성향이나 고객군을 익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재고를 인수하는 범위는 약사의 결정에 따라 하면 된다. 포스를 통하여 한 달간의 사용량을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전체 약국의 일부만이 포스시스템을 통한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약국장이나 제약회사 직원의 도움을 얻어서 인수범위를 결정하면 된다.

재고인수를 너무 많이 하면 초기에 인수비용이 커지기 때문에 부담이 갈 수 밖에 없다. 제약회사나 도매상과 새로 거래를 시작하면 일반의약품의 경우 매입 3개월이 지난 이후 첫 결재를 해주면 되기 때문에 여유가 생긴다.

2) 전문의약품의 재고 산정
전문의약품은 매입 후 결재 일시에 따라 정부에서 정한 할인율의 적용을 받게 된다.

기존의 재고를 인수하는 경우 제약회사나 도매상에서 새로 사입하는 것과 같은 할인이 적용되지는 않지만 약을 주문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약이 빠트리는 일이 없어 개국 당일의 혼선은 줄어 들 수 있다.

전문의약품의 재고는 처방조제 입력 프로그램에 입력된 수량을 기준으로 해서 계산하면 제일 편하지만 실제 재고조사를 해보면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

그리고 일반의약품보다 한 알 당 단가가 높아서 재고 차이에 따른 손실이 커지므로 정확한 계산이 필요하다.

소분된 약까지 일일이 손으로 세어서 하기에는 약국을 양도 양수하는 약사간의 에너지 낭비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비용은 들지만 조금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 시스템은 서울의 도매상 백광의약품에서 시행하고 있는 방법이다.

이 경우 약국 양수·양도 약사간에 비용을 절반씩 부담하여 재고조사를 진행한다. 걸리는 시간은 하루 밤이면 충분하고 그 시간동안 전문의약품, 일반의약품의 모든 재고를 조사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이 방법은 각 약국에서 불용재고를 조사하는 방법과 동일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오거리약국에서 시행했던 불용재고의약품 조사 방법을 차용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① 재고 확인하기
<사진 1>은 불용재고를 확인하기 위해서 12개월간 사용하지 않은 의약품을 검색하는 화면이다. 우선 처방조제입력시스템에 접속해서 1년간 쓰지 않은 약품을 검색해서 엑셀로 저장한다(사진 2). 팜2000과 유팜에는 쓰지 않는 약품 검색 기능이 있다. 오거리약국은 팜2000을 사용하고 있다.

▲ <사진 1> 청구프로그램에서 재고 확인하기
▲ <사진 2> 반품대상 재고의약품 엑셀파일 저장

재고확인을 위해서는 확인 목록을 줄이기 위해서 12개월간 혹은 6개월간 이용실적이 있는 약의 목록을 추출하여 엑셀로 옮기거나 사용실적이 있는 모든 약의 목록을 추출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 <사진_3> PDA로 자료 옮기기

② 자료를 PDA로 옮기기
엑셀로 저장한 자료를 PDA로 옮긴다(사진 3, 4). 이 작업은 약국에 오기 전 미리 준비해 올 수도 있다.

불용재고의약품을 가려내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PDA를 사용해야 하는데 인수 받는 약에도 그간 사용되지 않는 약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 작업을 통해서 가려낼 수 있다.

▲ <사진_4> PDA로 자료를 이송하는 모습

③ PDA를 약에 일일이 찍어 바코드를 확인한다.

▲ <사진 5> PDA로 의약품의 바코드 확인하는 모습

의약품의 바코드를 도매상 소속 직원이 PDA로 일일이 찍는데 불용재고의약품이면 불용의약품이라고 뜨고 처방이 계속 나오는 약은 상품검색 성공이라는 음성이 나온다(사진 5).

이에 따라 약을 확인하고 분리한다(팜2000과 유팜). 이 때 바코드 옆에 있는 유효기간은 도매상의 직원이 수동으로 확인(눈으로 확인)하여 유효기간 이내약과 유효기간 지난 약을 분리하게 된다.

▲ <사진 6> 약국 조제업무를 방해하지 않고 재고약 확인

이렇게 상품을 찍는 시간이 평균 2시간 정도 걸린다(오거리약국은 3시간 정도). 약국에서 조제를 하는 데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사진 6).

이 작업을 통해 유효기간이 짧은 약이나 처방이 일정기간 나오지 않은 약을 파악하여 분리할 수 있다.

④ 의약품의 수량 파악
수량 파악은 포스시스템과 전자저울을 이용해서 빠르게 계수한다). 약국 전문의약품 재고파악의 핵심이 위의 두 가지 요소이다.

▲ <사진 7> 전자계수를 위한 프로그램

당연히 재고 목록의 양과 시간은 비례한다. 오차는 1% 미만이라고 한다. <사진 7>은 전자저울과 전자계수를 위한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밝은 매장 포스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다.

▲ <사진 8> 계수 전에 확인하는 모습
▲ <사진 9>계수 전에 확인하는 모습

<사진 8>과 <사진 9>는 전자저울을 이용해서 계수하는 모습이다.

무게로 계량한 부분은 포스시스템 안에서 자동적으로 약 수량으로 환산이 된다.

전자저울 계수는 많은 경험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한다. 약 알이 작을수록 오류가 많이 나기 때문에 약국의 전자저울로 약사가 직접 모든 약을 계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렇게 파악된 약의 재고는 엑셀로 전환되어 약국 컴퓨터에 저장한다.

⑤ 불용재고의약품의 처리작업
만일 불용의약품으로 반품처리를 해야 한다면 낱알 반품인 경우 스티커지에 소분약 반품이 가능하도록 출력을 해준다(사진 10).

▲ <사진 10> 불용재고의약품 반품 스티커 출력

⑥ 오거리약국의 불용재고의약품 처리현황
오거리약국은 하루 평균 30개 이상 병원의 처방을 받는다. 의약품 개수는 2,800개 총 잔고는 1억원이 넘는다.

수시로 바뀌는 각 병원의 약 덕에 약재고 관리가 정말 힘들고 경영적인 부분을 본다면 마이너스인 약국이다. 다행히 직업의식이 투철한 직원들 덕에 불용재고의약품이 아주 많지는 않은데 관리하는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직원들이 매년 연말이면 한 달 이상에 걸쳐 매일 확인해야 했던 1년 이상의 불용재고의약품을 단 5시간만에 정리를 끝내면서 대단히 만족한 경험을 했다.

앞으로 있을 불용재고의약품 반품사업이 진행될 때 각 약국의 일 처리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황은경
▲1991년 이화여대 제약학과 졸업 ▲1993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수료 ▲2003년 경성대학교 약학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2010년 경성대학교 약학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2008년 대학약사회주최 복약지도경연대회 장려상 수상 ▲2009년 경기도약사회 학술대회 우수상 수상 ▲현 부산시 사하구 오거리약국 대표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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