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후가 건조하고 기침 연달아 한다면 고려
열이 많은 사람은 마행감석탕과 함께 사용

 

김연흥 약사


 

얼마 전 감기 증상으로 병원을 다니던 초등학생 환자가 병원 처방약을 복용하고 마른기침이 더욱 심해져서 약국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소리가 깊고,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연속적으로 하는 기침이었습니다. 아마도 감기가 지속되어서 폐가 건조해져서 그런 증상이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처방약에 포함되어 있던 항히스타민제가 폐의 건조를 더욱 악화시켰다고도 생각합니다.
이럴 때 딱 하고 생각나는 처방이 있으신가요?
저는 맥문동탕이 생각이 났습니다. 어른들이 복용할 양(3g)의 반씩 하루 3회 물에 타서 먹도록 했더니, 2일 뒤에 증상이 거의 없어져서 약국을 재방문 했더군요.
맥문동탕은 반하, 인삼, 감초, 대추, 갱미로 이루어져 있는 마른기침(폐음허)에 대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안전하고도 좋은 약입니다.
보통 우리 약사들은 기침엔 중추성 기침약(덱스트로메트로판 성분 함유)이나 말초성기침약(벤프로페린 함유제품) 등을 쓰면서 한약제품으로 맥문동탕, 또는 소청룡탕, 마행감석탕, 청상보하환 등을 동시에 판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적응증을 알지 못하고 사용하게 되면 약을 투약하고도 기대했던 효과가 나오지 않아 추후 약효에 대한 기대가 낮아질 수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약국에서 자주 사용하는 기관지용 약물 중 맥문동탕을 한 번 살펴볼까 합니다.

 

맥문동탕의 본초를 확인해보면 반하, 인삼, 감초, 대추, 갱미와 맥문동이 있습니다. 반하, 인삼, 대추, 감초, 갱미는 위장기능을 북돋아 주는 약으로 볼 수 있고, 맥문동은 폐음을 채워주는 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맥문동탕의 본초가 기침보다는 위장기능에 도움을 주는 약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어떻게 기침약으로 쓰일 수 있었을까요?
우선 맥문동탕을 이해하려면 폐의 기능과 감기로 인한 몸의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가 음식을 섭취하게 되면 음식의 영양소는 소장을 통과해 간으로 가서 대사를 거친 뒤에 심장으로 갑니다. 혈액을 타고 심장으로 간 영양소는 폐를 거쳐 신선한 산소를 태우고 전신으로 가게 됩니다.
한방에서는 이를 선발숙강이란 표현을 써서 설명하는데, 선발이란 폐가 흡입한 맑은 공기와 기, 혈, 진액을 전신에 퍼뜨려 인체의 모든 기관이 영양을 공급받고 노폐물을 제거하는 과정을 말하고, 숙강이란 폐가 기를 맑게 하고 아래로 내려 보내는 기능을 한다는 뜻입니다. 1)이 선발숙강에 문제가 생기면 가래가 끓고 기침이 나며 호흡이 불편해 진다고 봅니다.
이 표현을 현대적인 해부생리의 개념으로 이해하기가 그리 쉬워 보이진 않습니다. 하지만 영양의 흡수와 분포라는 과정을 곰곰이 되새겨 보면 위장 기능이 좋지 못할 때 폐 역시 정상적으로 영양을 받지 못해서 건조해 질 수 있고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수긍이 됩니다.
또한 감기가 지속되어 여러 이유(식사를 잘 못한다던가, 감기로 인한 대사기능의 저하 등)로 음허가 일어나게 되면(음허는 영양의 실조와 체액량의 감소를 동시에 고려해야 합니다) 폐 역시 음허가 발생하게 되어 정상적인 점액 분비가 어려워 질 수 있습니다. 폐가 건조해지면 어떤 형태가 되던지 체액량 감소를 보상하기 위해 국소 혈액 순환을 증가시켜 몸의 특정 부위 순환량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폐에 열이 발생하게 될 것이고(허열의 발생) 폐기능은 더욱 떨어지게 됩니다.2) 이를 금궤요략에서는 열성폐위라고 하는데, 폐기능이 허열로 인해 떨어진 상태를 말합니다.

 

이외에도 항히스타민제의 복용이나 음주, 흡연, 아파트 생활과 같은 폐를 건조하게 하는 조건들은 폐의 건조를 가속화 시킬 수 있습니다.
이렇게 폐에 허열이 생겨서 열이 생기게 되면 우선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열을 식히는 약을 써서 폐열을 내리는 방법일 듯 합니다. 폐열을 끄기 위해 차가운 성질의 약제를 고려하면 어떨까 생각할 수 있겠지요. 물론 아주 심한 열은 석고와 같은 차가운 약으로 잡아야 되기도 합니다(예. 마행감석탕). 하지만 맥문동탕에서는 좀 더 세련된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허열은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몸의 영양이나 체액이 부족한 상태에 보상적으로 순환혈류량을 증가시키다 보니(실제로 맥문동탕은 얼굴이 붉어지면서 마른기침을 할 때 사용하는 약입니다) 허열은 열을 잡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허열이 생기는 원인을 잡는 것이 중요한 문제인 겁니다. 다시 말해 영양을 원활히 공급해줘서 음허가 오지 않도록 하고, 그로 인해 허열이 생기지 않도록 돕는 것이지요.
따라서 맥문동탕의 갱미, 인삼, 반하, 감초, 대추와 같은 본초는 위장 기능을 건강하게 해서 진액이 부족해 지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오랜 기간 잘 낫지 않는 기침에 줄 수 있는 양약은 크게 기억나는 것이 없습니다. 점액 분비를 돕는 암브록솔이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약효가 지속되는 동안만 유효할 것으로 보여 맥문동탕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렇다면 맥문동탕을 적용할 수 있는 정확한 증상은 어떻게 될까요.
 
맥문동탕의 증상
1. 인후불리: 건조함으로 인해 인후가 불편한 상태가 됩니다. 인후가 건조하기 때문에 물을 자주 먹게 되지만 목을 축이는 정도가 많습니다. 이는 완전한 갈증과는 달리 인후를 적시는 정도의 수분이면 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2. 대역상기: 허열이 발생해서 얼굴이 붉어지면서 기침을 하게 됩니다. 평소에 기침이 없을때는 전혀 없다가도 한 번 기침이 나면 연달아 하는 상태가 됩니다. 심할 경우엔 구역질을 할 정도로 심한 기침을 합니다.(기본적으로 비위기능이 떨어져 있어서도 기침과 구역질이 수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당뇨환자의 기침: 당뇨병 환자가 기침을 하는데 너무 오랜 기간 기침을 하면 맥문동탕을 기억해야 합니다. 당뇨환자의 경우 병의 성격상 음허(폐 뿐만이 아니라 몸의 여러 부위에 음허가 발생합니다)가 오기 쉬운데, 맥문동탕은 음허를 보충하는 좋은 처방입니다. 임상에서 많이 사용하진 않지만 피부의 건조에도 사용할 수 있는 약이기도 합니다.


그럼 맥문동탕과 구별해야 할 처방도 있지 않을까요?

1. 소함흉탕: 기침을 연달아 하고, 확 달아오르는 열감이 있는 것은 동일하나 가래가 걸걸하는 느낌이 납니다. 또한 옆구리가 결리고 흉통이 있습니다.

2. 반하후박탕: 인후불리가 오는 것은 비슷하지만, 맥문동탕처럼 건조해서 오는 불편함이 아니라, 스트레스로 인한 기울로 인한 증상으로 평소에 소화기능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 쉽게 올 수 있는 증상입니다.

3. 소청룡탕: 기침에 맥문동탕과 더불어 자주 사용되는 처방인데, 맥문동탕은 소청룡탕과 달리 가래가 수반되지 않는 기침입니다. 기침 끝에 가래가 나오면 쉽게 해소되기도 하지만 가래가 잘 나오지 않아서 고생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맥문동탕을 사용해야 하지만 환자가 한약을 선호하지 않을 때는 어떤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1. 환자가 마른기침을 할 때는 항히스타민제는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환자에게는 브롬헥신이나 암브록솔과 같이 기관지 점액분비를 촉진시키는 약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암브록솔과 같은 약은 비위기능을 개선시키는 역할까지는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듯 보이지만, 단기간 사용할 경우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2. 환자의 증상이 오래되었거나 지속적으로 약을 보충해야 할 경우엔 해독쥬스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브로콜리, 양배추, 토마토, 당근을 삶고 바나나, 사과를 넣어서 갈아서 복용하는 해독쥬스는 강력한 보음제입니다. 음허를 해결해주고 위장기능의 복구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해독쥬스를 복용하면 피부가 건조한 증상도 많이 좋아집니다.

3. 소화기능을 돕는 버섯이나 홍삼액 등은 음허를 개선시키고 기관지의 건조를 개선할 수 있습니다. 현재 약국가에는 운지다당체와 유산균, 효소 등의 제품이 많이 있는데, 이런 제품 역시 위장 기능을 돕고, 음허를 개선할 수 있는 제품으로 보입니다. 현재 일동제약과 유유제약 등에서 나오는 히아루론산 제품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맥문동탕과 잘 어울리는 처방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1. 맥문동탕 합 마행감석탕: 체격이 좋은 열이 많은 사람이 과로로 인해 소화기능이 떨어져서 허열과 실열이 모두 상승했을 때 좋은 효과가 납니다. 결핵환자의 기침에도 효과가 있고, 진땀이 날 정도로 심한 기침에도 도움이 됩니다.

2. 맥문동탕 합 소시호탕: 감기가 오래되면 소화기능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 역시 많이 증가하게 될 것입니다. 마른 기침이 나고, 열이 올랐다 내렸다 하면서 입술도 건조하고 어지러운 증상도 오게 마련이지요. 이땐 소시호탕과 맥문동탕을 동시에 투여하면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상과 같이 맥문동탕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처방을 살펴봤습니다. 맥문동탕은 폐에 영양을 공급해서 마른기침을 제거한다는 개념을 탑재한 놀라운 처방입니다.
현대의학의 어떤 약이 맥문동탕을 대체할 수 있겠냐만 맥문동탕을 정확히 이해함으로써 그 개념을 통해 여러 건기식과 한약처방을 좀 더 세련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음허, 허열, 선발숙강과 같은 한방용어는 과거의 한약을 설명할 때 사용되는 개념이기도 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약사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어렵게만 보지 말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가 이해 못할 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맥문동탕을 잘 이해하고 멋지게 쓰는 약사님들이 더욱 더 늘어나기를 기대합니다.

 

 

 

각주)-----------------
1) 기초에서 응용까지 핵심 상한론 48처방, 배현, 대한약사통신, 225page
2) 임상 한의사를 위한 기본 한약처방 강의, 주성완, 가온해미디어, 21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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