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서 질병 감별했다면 병원 가도록 한 번 더 검사
대변속의 잠혈을 검사해 대장암 조기 진단 돕는다

황은경 약사

 

그 동안 내 소변 속에 있는 체내 성호르몬을 감지하여 확인하는 진단시약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러한 진단시약은 체내 호르몬(혹은 감염에 따른 체내 각종 항원이나 항체)과의 항원항체 발색반응을 이용한 면역크로마토그라피법을 이용한 진단 기법으로 래피드 테스트라고 한다.

간단히 원리를 설명하자면 항원에 대한 항체의 특이적인 면역적 반응성(혹은 그 반대도 가능하다)과 골드 입자(Colloidal gold   )의 발색 특성 및 유동성(결과선까지 흘러가는 성질), 막(Porous membrane)의 모세관현상에 의한 분자의 이동을 응용한 검사방법이다. 어디서나 원스텝으로 간단하게 검사할 수 있고 검사시간은 10분 이내이며 특별한 장비나 전문 인력 없이도 판정할 수 있는 용이성 및 경제성, 검사결과 판독의 신속성 등의 장점이 있다. 80년대 중반부터 임신진단테스트, HIV, HBsAg 진단시약 등이 상품화되어 있으며 다양한 응용 가능성으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사진1] 래피드 테스트의 구조

대부분의 진단시약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결과선(C)과 검사선(T)에 모두 발색이 되어야 양성이다.

[사진2] 진단시약 결과선 발색

이 때 주의할 점은 결과선(C)이 흐리거나 보이지 않고 검사선(T)만 발색하면 새로 검사를 해야 하지만 결과선(C)은 정상으로 발색되는데 검사선(T)이 흐리다면 이것은 양성으로 판정한다.
반면 각종 마약류의 약물을 검출할 때나 니코틴 분해산물인 코티닌 검출에 사용하는 진단시약의 경우는 양성인 경우 결과선(C)에만 한 줄이 나타나고 음성인 경우에 두 줄이 발색된다.

[사진3] 마약류 약물 등 검출에 사용하는 진단시약의 발색


이러한 래피드 테스트는 병원에서 사용해온 혈당검사를 제외한 전문의약품 진단시약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체외진단시약 시장의 주력 분야이다.

[사진4] 2005년, 2010년 전문가용 래피드 테스트의 주요 매출 현황

이러한 래피드 테스트는 주로 질병이나 증상의 감별에 더욱 무게가 실려 있는 상황이라 상담과 연결이 되어야 하는 약국에서의 활용도는 떨어질 수 있다. 질병감별용 소비자용제품이 전부다 나와 있지도 않지만 실제 질병을 감별했다면 병원으로 보내서 우선 한 번 더 검사를 하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즉, 약국에서는 screening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반면 아래 표는 약국에서 팔리는 래피드 테스트 시장이다. 전문가적인 용도와 달리 대부분이 임신과 배란진단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진5] 2005년, 2010년 자가사용 래피드 테스트의 주요 매출 현황

실제의 체외 진단(In Vitro Diagnostics)시장은 래피드 진단테스트 시장보다 훨씬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X-선, 초음파, CT, MRI, PET 등을 사용하여 인체 내부의 해부학적 구조나 기능적 움직임을 직접 보며 검사하는 방법을 체내진단(In Vivo Diagnostics)이라고 한다면 인체의 혈액, 소변, 대변, 침, 구강점막 등을 체외에서 검사해서 환자의 진단, 모니터링 , 적합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사용하는 모든 의료기기를 체외진단(In Vitro Diagnostics)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임신진단이나 배란진단시약만큼 약국에서 간편하게 팔 수 있는 진단시약을 또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대변 잠혈 진단검사지
대변 잠혈검사는 대장암의 조기진단과 위장관 출혈에 대한 스크리닝 검사로서 이용된다. 대장암은 한국의 암으로 인한 사망률 중 두 번째, 발병률은 아시아에서는 1위 세계에서는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식생활의 서구화로 인해 점점 높아지는 대장 항문암, 직장암의 유병률을 낮출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장암의 일반적인 초기 증상중의 하나인 직장출혈을 조기 진단하는 것으로 이를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이 대변속의 잠혈을 검사하는 것이다.

변기검사용 이지디텍트
이는 많은 약사님께 익숙한 진단시약일 것이다. 의약분업 초기 보령제약의 콜로케어와 함께 대변 잠혈진단시약으로 소개되어 약국에서 팔린 적이 있다.

[사진6] 이지디텍트

[사진7] 보령제약 콜로케어

                                                 
한동안 이지디텍트가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약국에서 판매가 쉽지 않았던 적이 있었지만 현재는 모두 체외진단의료기기로 전환되어 있다.
현재 약국에서 대변 잠혈을 진단할 때 제일 적합한 진단시약으로 용종, 선종, 초기 대장암에 간이테스트로 이용할 수 있다. 대장 내시경 권장연령인 50세 이상이 손쉽게 1년에 2~3회 이상 검사할 수 있다.

가) 작용원리
헤모글로빈의 헴(heme)부분이 산화제로 작용하여 진단시약의 테트라메틸벤지딘의 산화를   촉진하여 청색-녹색으로 변하게 한다.1)
 시약은 대변의 표면에 묻어있거나 대변 속에 파묻혀 있는 혈액을 감지하게 되는데 특히 대   변 표면에 묻어있는 하부 위장관 유래 혈액을 탐지하는데 유리하다
래피드 테스트와는 달리 화학적인 발색원리를 이용한 시약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사용이 간편하기 때문에 판매가 용이하다.
대장암으로 사망한 고 이영훈선생이나 고 앙드레김 선생처럼 사회 전반적인 이슈가 있다면 더욱 사람들의 관심이 증가할 것이다.

 [사진8] 대장 검사 결과 확인 방법


나) 사용법
① 소변을 보고나서 물을 두 번 내려 버린다.(혈뇨에도 반응한다)
② 변을 보고 변을 본 물위에 시험지 1장을 띄운다.
③ 1~2분 안에 청색 십자 모양이 나타나면 양성으로 혈변이 있다는 뜻이고 아무런 변화가 없으면 혈변이 없다는 뜻이다. 시험지는 건져낼 필요 없이 휴지같이 물로 내려서 버린다.
④ 그 다음날부터 4일 동안 변을 볼 때 위의 방법대로 검사를 반복한다.
⑤ 위의 3~5회 검사에서 연속 1~3회 양성이면 내과나 항문외과에서 정밀검사를 실시한다.
⑥ 정수기나 연수기 또는 청크린 같은 변기 청정제를 쓰면 결과에 지장을 줄 수 있다.
⑦ 위장이나 소장의 출혈에는 반응하지 않고 치질환자나 생리혈에는 양성반응을 보인다.
⑧ 대장암과 치질은 별개의 질환으로 치질이 있다고 대장암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치질환자의 경우는 본인의 증상이 대장암과 증상이 비슷하므로 새로운 출혈이 있어도 대장암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치질환자는 대부분 변비 환자들이므로 대장암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출혈이 있으면 이지디텍트로 간이 테스트를 해서 문제가 있다면 즉시 병원에 내원하여 정밀검사를 하도록 한다.
대장의 혈변은 미세하고 대체로 변의 초기에 보이고 치질 혈은 눈에 선명히 보이고 대체로 변의 후반에 보인다. 따라서 치질로 인한 출혈이 심할 때는 검사를 하면 검사지가 혈변으로 인해 뭉치게 된다
⑨ 이지디텍트의 경우 FDA에서 음식물 섭취 제한이 없는 시약으로 승인을 받아서 쇠고기, 돼지고기, 녹황색채소, 비타민 C, 철분제제 등의 영향이 없다.2)

다) 약국에서의 적용대상
*50대 이상 중 대장내시경을 하기가 싫은 사람의 스크리닝테스트
*40대 이상 대장질환이 의심되는 분의 스크리닝 테스트
*한 번도 대장내시경을 해보지 않은 사람의 스크리닝테스트
*젊은 연령대인데 최근 음주와 흡연이 과하면서 출혈이 보이는 경우
*고열량, 동물성 음식. 인스턴트 음식은 즐기고 식이섬유는 먹지 않는 경우
*최근 갑자기 살이 찌면서 출혈이 보이는 경우
*대장암 가계력이 있는 경우
*최근1~2년 이내에 대장 폴립을 제거한 경우
*만성 변비가 있어서 변비약을 장복한 경우
*배변습관의 변화가 있는 경우(설사나 변비의 반복, 배변후 불쾌감, 전보다 가늘어진 변 등)

라) 부정확한 결과를 방지하기 위해서
*대변의 피는 대장암외에도 궤양, 크론병, 대장염, 항문열창. 게실염, 치질 등을 의미한다.
*아스피린, NSAIDs, 스테로이드제는 복용시 위장출혈이 일어날 수도 있으므로 진단 전 2~3일과 진단기간 동안에는 주의하고 항혈전제도 주의한다.3)
*직장으로 투여되는 약물도 주의해서 사용
*검사를 실시하기 전 며칠 동안은 식이섬유의 섭취를 늘린다. 섬유질은 병변의 출혈을 자극하여 검사의 정확도를 높인다.
*대장암의 출혈은 간헐적으로 발생하므로 암 탐지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연속 세 번의 배변활동에 대해 검사를 실시한다.
*처음 두 번의 검사에 대해 음성이 나왔더라도 세 번째 검사까지 완전히 마치고 세 번 중 한번이라도 양성이 나왔으면 전문의와 상담을 하도록 한다.
* 반드시 제품사용 설명서를 확인하여야 한다.
아래 POP는 제주도 메디칼 약국 오원식 약사님께서 만드신 것이다. 여러 약사선생님께서도 창의적인 POP를 만드실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길 바라면서 같이 게재하려고 한다.

[사진9] 오원식 약사(제주도 메디칼약국)가 만든 POP

 

 

 


각주 ----------------
1) colorimetric assay, 이런 반응이 나타나면 양성이다.
2) 일반적으로 이지디텍트를 제외한 수입 대변 잠혈 시약은 하루 250mg이상의 비타민C4),철분제제나 특정어류, 과일, 적색육 섭취에 따라 검사결과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헤모글로빈의 과산화작용에 의한 발색을 막아서 위음성을 보이고 적색육, 철분제는 위양성을 나타낼 수 있다.
3) 상용량의 아스피린이나 NSAIDs로 위양성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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