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소마취제 함유제품은 직장 내 사용 비효과적
비타민C 고단위 복용시 치출혈 줄어들 수 있어

 

김연흥 약사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백제약국)

 

항문질환(치핵, 치루, 치열)은 환자가 그 증상을 말하길 부끄럽게 생각하기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치기 쉬운 질환 중 하나입니다. 변비 또는 반복적 설사, 간 기능의 저하와 임신은 치질을 발생시키거나 악화시킵니다. 또한 오래 앉아서 일하거나 오래 서서 일할 때도, 나이가 들어 항문혈액순환이 나빠지거나 노화로 인해 항문조직이 약화 되는 경우에도 치질이 악화됩니다. 
치질을 포함한 항문질환은 현대인의 식습관과 인구 고령화 등으로 인해 앞으로 더욱 더 흔해질 수밖에 없지만 환자가 증상을 숨기거나 축소하는 경우가 많아서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고, 또한 그 후유증이 큰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 화에서는 약사가 알아야 될 항문질환에 대한 내용과 더불어 약국에서 할 수 있는 항문질환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법을 알아볼까 합니다.

 

1. 치질(치핵)
치질은 혈관이 많이 분포하고 있는 항문쿠션 조직에 염증성 변화 등으로 인해 부종이 생기거나 쿠션조직이 비정상적으로 커져서 항문 밖으로 튀어나오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쿠션조직에는 정맥혈관이 있는데, 정맥 내부의 괄약근이 이완될 때 정맥혈관은 혈액으로 가득 차고, 괄약근이 수축될 때 정맥혈관의 혈액은 비워지게 됩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쿠션을 지지하는 결합조직이 무너지게 되면, 쿠션이 아래로 하강하게 되면서 항문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탈출한 쿠션의 정맥순환에 문제가 생기면, 그 결과 쿠션의 상피에는 정맥울혈과 염증이 생기게 됩니다.
항문 괄약근의 윗부분을 치상선이라고 하는데 치상선 위에 생기는 치질을 내치질, 아래 생긴 치질을 외치질로 구분합니다.

내치질은 크게 진행정도에 따라 4단계로 구분합니다.

1단계: 항문 내부에 있는 치핵이 항문 밖으로 탈출하지 않은 경우
2단계: 배변시 치핵이 항문 밖으로 나오는데 자연히 되돌아가는 경우
3단계: 치핵이 튀어나와 있는 상태지만 손가락으로 밀어 넣으면 항문내로 들어가는 경우
4단계: 치핵이 손가락으로 밀어 넣어도 들어가지 않는 경우

3~4단계의 치질이라면 약사는 환자에게 병원에 가도록 추천하는 것이 좋습니다.

치질은 출혈, 가려움증, 점액분비, 통증 등의 증상이 수반될 수 있는데, 치핵이 항문 밖으로 탈출하기 전까지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치질로 인한 출혈은 피가 선홍색이고, 내치질은 통증이 거의 없지만, 외치질은 항문쿠션에 생긴 혈전 때문에 통증이 생깁니다. 또한 배변시에 통증이 악화되기 때문에 변비로 이어지기 쉽고 증상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2. 치열
치열은 항문 하부가 찢어져 생긴 상처를 말하며 배변 시 딱딱한 대변으로 손상을 입어 발생하거나, 내부 괄약근의 기능항진으로 항문이 좁아져 발생하기도 합니다. 항문괄약근의 경련에 의해 항문압이 증가하고 항문관이 좁아져 발생하며, 변비와 설사가 반복되어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선홍색의 출혈이 있을 수 있고, 통증으로 인해 배변을 미루면 변비가 발생되서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습니다.

3. 치루
배변시 배변을 도와주는 윤활액이 나오는 항문선에 세균이 감염되면 항문주위 농양이 됩니다. 항문주위 농양에서 농이 나오면 통증이 자연적으로 없어지지만, 상처가 막히지 않거나 재발되면 치루가 됩니다. 치루가 방치되어 구멍이 여러 개가 되는 복합형 치루가 되면 반드시 수술을 해야 합니다. 치루의 증상은 수년이나 수개월 전부터 항문주위에 농양이나 분비물이 나옵니다. 항문주위를 만져보면 심이 박힌 듯 딱딱한 치루관이 만져집니다. 심한 통증과 함께 감기 몸살이 올 수 있습니다.

4. 치질치료제
치질을 포함한 항문질환 치료는 약물 치료와 보존치료, 외과적 치료 등의 방법이 있는데, 여기에선 약사들이 사용할 수 있는 약물 치료를 소개해 볼까 합니다.

1) 외용제
치질치료제는 크게 경구제와 외용제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외용제는 크게 국소마취제, 혈관수축제, 수렴제, 코티코스테로이드제, 조직보호제 등이 있습니다.
 
① 국소마취제 함유제품: 치질에 의한 통증, 작열감, 쓰림감, 소양증을 경감시기키 위해 사용합니다. 국소마취제 함유제품은 직장 내 사용은 비효과적입니다. 직장 내에는 지각신경이 분포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직장 점막내로 국소마취제가 흡수되면 전신적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항문주위에 상처가 있는 경우에도 사용 시 주의해야 합니다.

② 혈관수축제 함유제품: 치질에 의한 부종을 경감시켜줍니다. 하지만 고혈압, 심부정맥, 신경과민, 불면증, 갑상선기능항진증에는 사용을 금해야 합니다.

③ 피부보호제: aluminium hydroxide, calamine, cocoa butter, shark oil, lanolin, petrolatum 등이 있는데, 피부를 보호하여 건조예방, 자극부위 보호, 작열감과 피부자극 경감, 마모로부터 피부보호, 배변 시 통증 경감 및 항문주위 염증을 보호합니다.

④ 수렴제: hamamelis water, calamine, zinc oxide 등이 있는데, 국소피부나 점막에서 피부세포의 단백질을 응고시켜 조직을 보호하고 세포의 부피를 줄어들게 해서 점막에서의 분비를 줄여줍니다.

⑤ 코티코스테로이드 함유제품: 혈관을 수축시켜 리소좀막을 안정화시키고, 이중분열 억제를 통해 소양증, 염증, 불편감 등을 감소시킵니다.

⑥ 역 자극제: 캄파, 멘톨 등이 있는데 이들은 피부 수용체를 자극함으로써 통증과 가려움증을 분산시킵니다. 3)

2) 경구제
경구제품은 바이오플라보노이드 제품과 한방제품이 있습니다.

① MPFF(micronized purified flavonoid fraction): 미세정제플라보노이드분획물로 디오스민과 헤스페리딘으로 구성된 치질 정맥류 치료제입니다. 헤스페리딘과 디오스민은 구조만 살짝 다른 물질로 같은 효과를 가진 바이오플라보노이드라고 보셔도 됩니다. MPFF제제는 바이오플라보노이드의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2마이크로미터 이하로 미분화시킨 제형으로 정맥개선, 모세혈관 투과성 개선, 항염증, 림프순환의 개선 등을 통해 치질과 정맥류에 도움이 됩니다.

② 트록세루틴, 트록세루틴 + 은행잎 + 헵타미놀 제품
정맥류를 개선시키며, 치질에도 도움이 됩니다. 앞서 소개한 MPFF와 유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만 헵타미놀 제품은 도핑테스트에 해당하는 약물이므로 운동선수에게 소개할 경우엔 주의해야 합니다.

③ 을자탕
: 당귀, 시호, 황금, 감초, 승마, 대황
시호와 황금이 염증을 가라앉히고, 대황이 변을 부드럽게 하며, 당귀가 조직에 혈류량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승마는 승거양기 작용으로 탈항, 자궁하수, 위하수에 도움이 됩니다.
치질의 통증과 출혈, 항문열상에 도움이 됩니다.

④ 대황목단피탕
: 대황, 망초, 목단피, 도인, 동과자
대황과 망초는 변을 부드럽게 하고, 목단피와 도인은 단단한 종괴를 제거할 때 씁니다. 동과자는 치질 등의 염증을 없애는데 도움이 됩니다.
하복부 혹은 맹장부에 딱딱한 것이 만져지며, 압통이 있을 때 씁니다. 필자는 단단한 실증의 치질 환자에게 종종 쓰는 약입니다.

⑤ 궁귀교애탕
: 천궁, 아교, 감초 , 애엽, 당귀, 작약, 건지황
사물탕에 아교 애엽이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아교와 애엽은 출혈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어 부인과 질환의 출혈에 사용합니다. 치질의 출혈에 도움이 됩니다.

5. 김 약사의 추천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치질 치료제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내용만으로 치질을 접근하면 약간은 모자란 느낌이 듭니다. 막상 치질 환자가 왔을 때 좀 더 자신 있게 약을 권하기 위해선 조금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하게 됩니다.
필자는 치질에 대황목단피탕을 자주 사용합니다. 물론 대황목단피탕이 단단한 종괴에 쓰는 약이지만 사역산과 같이 함께 사용하면 치질증상을 줄이는데 크게 도움이 됩니다. 또 비타민C를 고단위(필자는 하루 6정을 복용하게 합니다)로 복용하도록 하면 며칠 안에 설사가 낫곤 하는데, 그 과정에서 치출혈이 눈에 띄게 줄어들기도 합니다. 비타민C를 고단위로 복용하면 설사가 나는데, 그 과정에서 변비가 개선되고, 변을 통해 배출되는 비타민C로 인해 상처가 개선됩니다. 또 출혈성 치질엔 대황목단피탕에 궁귀교애탕을 쓰면 도움이 됩니다. 을자탕을 단일제품으로만 쓰지 말고, 보중익기탕과 계지가 작약탕을 같이 쓰면 항문쿠션조직이 무너진데 도움이 됩니다. 더불어 바이오플라보노이드 제품도 같이 쓰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치질 환자에게 고단위 유산균을 복용하게 하고, 하루 2리터 이상의 생수를 마실 것을 주문합니다.
치질은 분명 약사가 다룰 수 있는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이 나뉘어 있습니다. 내치질의 3~4기(손으로 넣어야 들어가는 단계와 손으로 넣어도 치핵이 들어가지 않는 단계)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합니다. 하지만 1~2기의 치질 증상의 경우는 약국에서 약을 잘 선별해주면 큰 도움을 줄 수 있고, 또한 좀 더 심한 치질이라 할지라도 생약과 비타민C 고단위 제품을 잘 사용하면 의외로 크게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외용제도 다양하게 구비를 하고 내복제도 여러 형태로 다양한 시도를 해보면 좋습니다.
치질은 알아야 할 내용도 많지만, 생각보다 약국에서 할 수 있는 일도 많은 질환입니다. 약사 스스로 한계를 정하지 말고, 다양한 시도를 하다 보면, 약사의 역할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주)-----------------
1) 예스항외과 블로그 
2) 예스항외과 이미지
3) 일반약 임상약학, 최병철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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