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병원·119구조대 간 대형 재난 대비 협력 시스템 필요
권역외상센터 외상팀 구성 비현실적, 안정적인 지원 계속돼야

“전쟁과 같은 대형 위기 상황을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실제 상황을 가정하고 군과 119구조대, 병원이 함께 하는 훈련이 1년에 한번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학술대회가 대형 재난에 대비한 효율적인 의료 대응 태세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대한외상학회 이종복 회장(국립중앙의료원)은 기자와 만난 제3회 환태평양외상학술대회 현장에서 이같이 대형 재난 시뮬레이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아울러 이 회장은 “지난 2013년 군국의무사령부와 '외상분야에 관한 포괄적 협력에 관한 MOU'를 체결한 이래로 군과는 긴밀한 협력이 계속되고 있으며, 시뮬레이션 시행을 위해서는 정부의 예산이 확보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국군의무사령부와 세 번째 합동 심포지엄 열어
이번 학술대회는 지난 6월 3일부터 5일까지 서울 세종대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됐다. 앞서 이 회장의 설명처럼 지난 2013년 국군의무사령부와 MOU를 체결한 이래 세 번째 합동 심포지엄이다.

이 회장은 “MOU를 체결한 이후로 보안에 민감한 조직이기 때문에 우려가 컸었는데, 국방부에서 상당히 협조를 많이 해줘서 군과 학회가 합동으로 외상 치료 체계 구축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며 “사실 군은 병원과 MOU를 맺지 학회와는 체결하는 경우가 드문데, 이번 MOU는 개인적으로 임기 중에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 대형 재난 시뮬레이션을 시행하는 것이 목표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회장은 “만약 실제로 전쟁이 발발하면, 훈련되지 않은 의사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도망가기 바쁠 수 있다”며 “이송부터 환자 분류와 치료 등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 군인과 민간인의 구분 없이 같은 진료지침을 만들어 공유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군과 119구조대, 지역 외상센터가 하나의 협력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환자 이송에 대한 개선점 논의에 박차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서울경찰청, 교통안전공단과의 합동심포지엄도 열렸다. 환자 이송에 대한 개선점을 논의하기 위해서이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가 났을 때, 교통경찰과 외상센터와의 인계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이 회장은 “사고가 났을 때 응급환자는 응급실로, 외상환자는 외상센터로 보내야 한다는 인식이 우선돼야 한다”며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환자도 엉뚱한 2차병원으로 보내져 골든타임을 놓치고. 외상센터 전문의들도 경험을 쌓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형·신경외과 의사 24시간 상주 ‘비현실적’
전국 13개 권역외상센터의 가장 큰 애로사항을 묻는 물음에는 ‘정형·신경외과 의사 24시간 상주 규제’를 꼽았다. 현재 보건복지부에서는 권역외상센터의 외상팀 구성을 흉부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전문의를 반드시 포함시키고 365일 24시간 상시 응급수술 및 중환자치료를 전담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에서는 전문의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이 회장은 “외래 환자를 많이 보는 정형외과나 신경외가 의사를 외상센터에만 전담토록 한 것은 비현실적인 규제”라며 “미국에서도 자문의사로 호출하고 있지만 우리는 반대”라고 개선 필요성을 역설했다.

창립 30주년 맞아, 외상센터 지원이 향후 목표
올해는 대한외상학회가 창립 30주년을 맞는 해이다. 때문에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전임 회장단을 초청해 우리나라 외상학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함과 동시에 기념과 축하공연도 함께 열렸다.

그렇다면 앞으로 30년을 준비하는 대한외상학회의 계획은 무엇일까. 이 회장은 무엇보다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안정적인 예산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현재는 국가에서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부어 외상센터를 건립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 결과가 없자 예산을 줄이려고 하는 상황. 이 회장은 “아직 도입된 지 3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여기서 예산이 끊기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에는 국내 전국 13개 외상센터를 비롯한 민간병원에서 약 500여명, 국군의무사령부 소속 군병원에서 200여명 등 총 700여명의 외상관련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들이 참석했으며, 국외에서는 미국, 일본, 중국, 독일, 싱가포르 등 5개국에서 5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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