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부터 개정 작업 착수, ‘치료 결절 크기’ 두고 논쟁
미국도 개정 발표 자꾸 늦춰져, 이번 학술대회가 논의의 시작

한국형 갑상선암 가이드라인의 최신 개정판을 내년 초에는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직전 가이드라인은 2009년 발표된 바 있다.

대한갑상선학회 소의영 회장(아주대학교의료원 외과)은 지난 3월 7일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열린 춘계학술대회 현장에서 “그동안 갑상선암에 대한 많은 새로운 연구업적들이 축척되어 올 한해는 우리나라 갑상선 종양 및 암에 관한 치료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고자 한다”며 “2014년 한 해 동안 벌어졌던 여러 논쟁을 타산지석 삼아 합리적이고 증거에 입각하면서도 우리나라 진료환경에 적절한 개정안이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정 작업에 착수한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결절의 크기’이다. 2009년에 발표된 가이드라인은 0.5mm를 초과하는 결절에 대해서만 조직검사를 권고하고 있으며 1cm가 넘는 결절에 대해서는 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수술을 권유하고 있다. 하지만 수술을 할 경우 평생 약을 먹어야 하거나 목소리가 변형되는 등 부작용을 동반하는 것이 사실.

문제는 5mm와 1cm 사이의 결절이다. 이를 ‘Gray Zone(회색지대)’이라고 부르는데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진행성 암으로 발전하는 결절의 크기를 결정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과 영국에서는 5mm이상이면 조직검사를 권장하다가 최근에는 1cm쪽으로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선욱 총무이사(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 내과 갑상선센터)는 “미국의 경우를 비롯해 조직검사의 기준을 올리는 트렌드가 짙다”며 “하지만 미국갑상선학회에서도 지난해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었다가 작은 결절에 대해서 수술하지 않고 지켜볼 수만은 없지 않느냐는 찬반이 거세져 아직까지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의 갑상선 암의 방별율이 높아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이런 현상은 미국이나 기타 서구 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검진도 분명히 영향을 미치지만, 비만 등 서구화된 식습관이나 과다한 요오드 섭취 등도 분명히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학제 연구 필요성 높아져 학회 창립

대한갑상선학회는 이처럼 세계적인 갑상선 결절과 암의 폭발적인 증가로 내과, 외과, 핵의학과, 이비인후과, 병리과, 영상의학과, 예방의학과 등 다양한 분야의 상호 협조적인 진료와 연구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2008년 출범했다.

창립 당시 대한내분비학회 갑상선 분과회, 대한내분비외과학회, 대한두경부외과학회, 대한병리학회 내분비병리 동호회, 대한신경두경부영상의학회, 대한예방의학회, 대한핵의학괴의 회원들이 주축이 되어, 현재는 약 550명의 평생회원들을 보유하고 있는 학회로 성장했다.

창립은 비교적 최근이지만 대한갑상선학회는 1977년 갑상선연구회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당시 매년 학술집담회를 개최하다 1986년에 대한내분비학회로 통합되어 ‘대한내분비학회 갑상선 분과회’로 변경되었고 1999년 이후부터 갑상선 심포지엄을 서울, 대전, 여수, 부산에서 총 7회 순회 개최하다가 2008년 지금의 학회로 자리매김했다.

대외적으로는 1977년 연구회 창립 이후 ‘Korean Thyroid Society’ 또는 ‘Korean Thyroid Association’이라는 영문 이름으로 아시아 대서양주 갑상선학회, 세계 갑상선학회, 한일갑상선학회, 한중일상선학회에 지속적으로 참가해왔으며 2000년에서 2005년까지는 아시아 대서양주 갑상선학회의 회장국으로 활동한 바 있다.

“과잉진단 논란, 가이드라인 개정에 집중할 것”
소의영 회장과 정재훈 이사장(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을 필두로 하는 4대 집행부의 임기는 올해 9월까지이다.

하지만 지난해 사회적으로 갑상선암 과잉 진단 논란이 이슈화되면서 어느 집행부보다 바쁜 한 해를 보냈다. 김선욱 이사는 “사실 언론에서 과잉진단이라는 측면을 부각했고, 반대 입장을 가진 단체를 마치 이익 집단처럼 보도하면서 제대로 된 입장을 반영할 수 없었던 부분이 있다”며 “하지만 대국민 홍보 등은 관련협회에 맡겨두고 우리는 학술에 집중해 논란이 수그러들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는 쪽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정 작업이 완료되고 나면 국민들에게 정확한 지식을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도 함께 덧붙였다.

이어 김 이사는 “이런 논란도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수가와 제한된 진료시간을 갖는 국내 사정을 감안하면 100% 의사와 환자가 정보를 공유한다고 볼 수만은 없다”며 “이번 춘계학술대회가 의사들이 학문적으로 이런 한계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논의할 수 있는 자리라는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요오드섭취 표본 조사 시작, 정확한 인식에 도움 될 것”
한편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요오드’와 관련된 발표가 회원들의 이목을 끌었다. 요오드의 과다섭취가 갑상선 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인 상용식품의 요오드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한국 성인의 요오드 섭취 실태 및 갑상선 질환과의 연관성 연구’가 발표된 것. 특히 한국은 요오드 섭취가 세계적으로 높은 지역 중 하나이기 때문에 국민 영양 교육 역시 필요한 상황이다.

김선욱 이사는 “2013년부터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요오드 섭취의 표본조사를 시작했고 학회 차원에서도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좋은 데이터가 나오면 국민들이 갑상선 질환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초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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