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리아도 기생충이므로 알맞은 약 복용해야
심장사상충, 폐동맥에서 자라 우심실부전 유발

 

 

 

 

 

김연흥 약사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백제약국)

 

기생충 약이 상당히 많이 판매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생충에 대해 전문적으로 알기란 쉽지 않습니다. 기생충 약을 왜 봄·가을에 복용해야 하는지, 왜 돼지고기는 바짝 익혀 먹어야 하는지, 알벤다졸(플루벤다졸) 이외의 어떤 성분을 알아야 하는지, 동물용 기생충약은 어떻게 작용하는지 등등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확실하게 알고 있다고 말하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맞아 국립 국악단원들이 한국을 알리기 위해 아프리카 순방을 갔는데, 그 중 두 명의 여성이 말라리아에 걸려 죽었습니다. 이들은 한국 병원에 개설된 여행자클리닉에서 클로로퀸을 처방받았지만 순방국 중 하나였던 나이지리아가 클로로퀸 내성지역이었고 그 중 2명이 클로로퀸 내성 말라리아에 걸려 사망한 것입니다. 이후 유가족들이 처방을 한 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판사는 클로로퀸을 처방한 의사에게 각각 1억 7천만원과 1억 2천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합니다.
필자도 얼마 전 선교봉사를 가는 학생들에게서 병원 처방을 받아 클로로퀸을 조제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클로로퀸과 메플로퀸의 내성국가 등을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로 환자에게  투약을 한 것은 다분히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의사의 처방에 의해 약을 주는 경우라 책임은 크지 않겠지만 약사의 역할이 단순히 약을 집어 주는 데만 있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애완동물약품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게 되는데 그중 가장 많은 질문을 받게 되는 것이 심장사상충에 대한 내용입니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자신은 구충제를 복용하지 않는 한이 있어도 반려동물의 기생충약에 대해서만큼은 철저하게 준비를 하는 편인데, 우리 약사들은 심장사상충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알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동물약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고 많은 약사님들이 관심을 갖고 공부하시곤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약사님들도 간혹 계시겠지요.
따라서 우리 약사들이 기생충에 대해 아주 전문적으로 알 필요는 없다 하더라도 기생충의 생리나 기생충의 종류 등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충
회충은 우리가 가장 흔하게 들어왔던 기생충으로 2005년 김치기생충 파동으로도 잘 알려진 기생충입니다. 회충은 회충알이 포함된 식사를 하면 감염이 되는데, 회충이 사는 곳이 공장임에 불구하고 회충은 십이지장에 연결된 혈관을 타고 간을 거쳐 심장으로 그리고 폐까지 가서 성장을 합니다. 적당한 크기로 성장한 회충은 기관지를 거슬러 기도 상부에까지 암벽등반을 하듯 올라가고 후두개가 열리는 틈을 타 식도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십이지장을 거쳐 공장에 다다르고 나서야 성충이 되고 하루에 20만 개의 알을 생산합니다.
대변을 통해서 알이 배출되기 때문에 현대식 수세식화장실이 보급된 이후 회충 감염율은 급격히 줄어들었지만 2005년 김치기생충 파동이 발생하면서 다시 한 번 관심을 받게 된 기생충입니다.
당시 중국산 김치에서 발견된 회충 알 몇 개로 인해 음식점에서 김치를 먹지 않는 사람이 생길 정도였고, 음식점은 배추김치 대신 깍두기만 공급하는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회충 감염률은 현재 거의 박멸 수준에 이르렀고 김치를 담그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 회충알이 살기 어렵기 때문에(김치 양념에서 살기가 어렵다고 함) 막 김장을 했을 때나 김장이 다 떨어지고(겨울이 지나고) 겉절이를 해먹을 때 외에는 김치를 먹는다고 회충에 감염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따라서 음식점에서 김치를 먹을 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이런 이유로 김장을 막 담근 가을(아직 김치를 담근지 얼마 되지 않아 회충알이 죽지 않았을 때)과 김장이 떨어져서 겉절이를 해먹는 봄에 기생충에 감염될 확률이 높아 구충제를 봄과 가을에 복용하는 전통이 생겼다고 합니다.

간디스토마
대변검사를 하면 가장 많이 발견되는 기생충이 간디스토마라고 합니다. 간디스토마는 담도에 사는 디스토마로 담즙을 먹고 산다고 합니다. 디스토마가 많지 않으면 증상이 없지만 그 수가 늘어나면 담도가 막혀 황달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간디스토마는 쇠우렁, 붕어나 잉어, 모래무지, 향어 등을 날로 먹을 때 감염될 수 있지만 양식 민물고기에는 간디스토마 유충이 없다고 합니다.
간디스토마는 담도암의 중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고 현재 1군 발암물질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디스토마에 걸리면 디스토마 약을 복용하면 되는데 거의 100%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디스토시드: 프라지콴텔로 1일 3회 복용해야 함)

요충
요충은 1cm가 조금 넘는 작은 기생충입니다. 하지만 종종 어린이들의 부모가 아이 항문에서 벌레가 기어 다닌다고 말할 때 그 범인일 수 있고, 아이들이 항문을 심하게 긁는다고 할 때도 요충이 그 원인일 수 있습니다.
요충은 요충 알을 먹고 감염이 되는데 성충이 된 암컷은 다른 기생충과 달리 사람의 몸속에서 알을 낳지 않고 항문까지 이동한 뒤에(요충이 사는 맹장에서 항문까지는 1.5m에 달함) 잠을 자는 동안 항문이 느슨해진 틈을 타고 나와서 항문 주변에 1만개 이상의 알을 낳습니다. 따라서 아이는 자면서 가려워진 항문을 긁게 되고 그 손에 묻은 요충알을 다시 입에 넣게 되어 요충에 재감염 됩니다.
외부에 나온 요충알은 감염력을 유지한 채 한 달 정도까지 살 수 있어서 요충은 감염률이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일반 회충약으로 잘 치료가 되는 편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요충을 박멸하기 위해선 회충약을 복용하고 20일 뒤에 한 번 더 먹어야 하며(20일 정도가 지나면 약에 잘 반응하지 않는 어린 요충이나 미처 부화하지 않은 요충까지 죽일 수 있음) 감염된 사람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 전체, 또는 같은 유치원 아이들을 전부 치료해야만 합니다. 또한 요충알은 열에 아주 취약하니 아이의 손이 닿은 곳은 어디든 증기청소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생충약
약국에서 기생충약으로  판매하는 알벤다졸, 플루벤다졸은 기생충 표피 및 장관의 미세소관 형성을 억제하여 포도당 흡수를 방해하여 기생충을 죽이는 역할을 합니다. 알벤다졸은 생후 24개월부터 사용이 가능하고 플루벤다졸은 12개월부터 사용이 가능합니다.
알벤다졸, 플루벤다졸로 모든 종류의 기생충을 죽일 수는 없고, 회충, 요충, 편충, 십이지장충과 같은 선충에만 효과가 있고 디스토마와 같은 흡충에는 효과가 없습니다. praziquantel 성분의 구충제가 흡충의 구제에 쓰일 수 있습니다. 또한 반려견에게 감염될 수 있는 사상충에도 효과가 없습니다. 사상충에는 ivermectin이 효과가 있습니다.

말라리아
말라리아가 왠 기생충이냐고 의아해 하실 수 있는데, 말라리아는 어디까지나 유성생식을 하는 기생충입니다. 말라리아는 사람이 아닌 모기가 종숙주이기 때문에(종숙주 안에서 생식활동이 일어남) 유성생식을 하기 위해서 말라이아에 감염된 사람에게 고열을 발생시켜 앓아 눕게 만들고 누워있는 환자를 다른 모기들이 물게 쉽게 만들어서 유성생식의 기회를 높이는 것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 환자가 사망할 수도 있어서 심각한 문제입니다.
말라리아의 1차 예방약은 클로로퀸이지만 내성이 있는 곳에 갈 때는 다른 약을 써야 합니다.

· 클로로퀸(chloroquine)
북아프리카, 카리브해 국가, 중남미 일부 및 중동 일부 국가 등 클로로퀸 내성이 보고되지 않은 국가를 여행할 때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여행 1주일 전부터 시작하여 매주 1회 1정(300mg)을 복용하며, 위험지역을 벗어난 이후에도 4주간 지속합니다.​

· 메플로퀸(mefloquine)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이 클로로퀸 내성 지역이므로, 이 경우 메플로퀸(250mg)을 동일한 방법으로 복용합니다.

· 독시사이클린
메플로퀸 내성이 보고된 태국 북부 지역, 캄보디아, 파푸아 뉴기니아를 여행하는 경우에 사용하며, 독시사이클린(100mg)은 출발 1∼2일 전에 시작하여 매일 1회 복용합니다.
역시 귀국 후 4주간 계속 복용하여야 합니다.

· 아르테미시닌
말라리아가 클로로퀸에 대한 내성을 갖게 되면서 개발된 약으로 개똥쑥에서 추출한 아르테미시닌이 클로로퀸 내성 말라리아에 쓰입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선 아르테미시닌에 대해서도 저항성을 가진 말라리아균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사이트(http://www.cdc.gov/malaria/travelers/country_table/a.html)를 방문하면 여행갈 나라의 말라리아 유행상황과 먹어야 할 예방약이 소개되 있으니 우리 약사들은 꼭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심장사상충
요즘 동물용의약품을 취급하는 약국이 많습니다. 약국에서 취급 가능한 동물용 의약품이 제법 많은데 그 중 가장 높은 빈도로 판매되는 약은 아마도 심장사상충에 관한 약일 겁니다. 매년 여름이 되면 사상충약을 구비하러 약국에 방문하는 손님들이 늘곤 있지만 자세한 설명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들 알다시피 심장사상충은 모기가 매개하는 질환으로 모기에 물릴 때 모기 안에 있던 3기 유충들이 피부를 뚫고 들어옵니다. 이들이 유성생식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자라는데 대략 4개월이 걸립니다. 이들은 주로 폐동맥에서 살며 성충은 암컷이 25~30cm, 수컷은 12~20cm까지 자랍니다. 수명은 7년 이상으로 긴 편입니다.
심장사상충은 다른 기생충과 달리 알을 낳지 않고 미세사상충을 낳아 혈관 속으로 내보내는데 이 미세사상충이 2년 정도 살 수 있습니다. 이 미세사상충을 모기가 흡혈하면 모기 몸 안에서 다시 3기 유충으로 자라게 되는데 온도에 따라 자라는 속도가 다릅니다. 섭씨 28~30도라면 8일만에 3기 유충이 되고, 22도에선 20일 가량이 걸리며, 최저기온이 14도 미만이라면 발육이 중지됩니다. 따라서 아침 기온이 10도 내외에선 3기 유충을 가진 모기가 없게 됩니다.
심장사상충은 폐동맥에서 자라기 때문에 폐동맥 순환을 방해하게 되고 이는 우심실부전을 유발합니다. 또 사상충으로 인해 유발될 수 있는 질환으로 작은 개에게서 일어나는 상대정맥증후군이 있습니다(VCS,vena cava syndrome). 심장사상충이 폐동맥에서 우심실로 자리를 옮겨 우심방에서 우심실로 가는 판막을 망가뜨리게 되면 우심실압이 증가하게 되어 우심방으로 피가 역류하게 되고 혈액은 몸 곳곳에 축적이 되서 배에 복수가 차고 다리가 붓게 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증상은 계속된 기침으로 운동을 하면 기침이 더 심해지고 호흡이 곤란해 집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운동을 못하는 상태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밖에도 수명을 다한 벌레가 죽거나 약으로 치료를 하다가 벌레 조각이 떨어져 나가 혈전색전증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심장사상충의 진단은 혈액을 통해 미세사상충을 검사하는 방법이 아닌, 혈액 속에 심장사상충 성충에 대한 항원이 있는가를 검사하는 것이 더욱 정확하며, 대부분의 동물병원에서 쓰는 방법입니다. 확진은 심장초음파를 통해 벌레를 직접관찰하며, 치료는 멜라소민을 24시간 간격으로 두 번 주사하면 90% 이상 사상충을 죽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사상충의 크기가 크거나 반려견이 나이가 많을 경우엔 혈전색전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서 치료를 해야 합니다. 약을 주고 많이 움직이지 않도록 제한하며 필요에 따라 수술을 통해 목의 정맥에서 사상충을 직접 꺼내는 치료를 해야 하기도 합니다.
고양이는 심장사상충의 좋은 숙주가 아니기 때문에 고양이에 들어간 심장사상충은(모기가 매개하므로 고양이도 감염될 수는 있다) 성충이 되는데 대략 8개월이 걸리고 미세 사상충도 낳지 못합니다.
14도 이하에서 심장사상충의 발육이 정지되기 때문에 사상충 예방약은 5~9월에 사용하면 되고 ivermectin, selamectin, moxidectin 이 있습니다. 유충이 성충으로 발육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심장사상충으로부터 개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사상충은 걸리고 난 뒤에 증상이 심해지고 치료를 하기엔 너무 많은 비용이 드는 질환인 것 같습니다. 사상충의 예방에 우리 약사들이 할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충분한지는 잘 모르겠으나 기생충에 대해 약사들이 알면 좋을 몇 가지 내용을 소개해 봤습니다. 기생충은 많이 극복된 질환입니다. 하지만 기온의 변화(온난화), 반려동물의 증가, 외국여행의 증가 등 사회 환경의 변화는 우리나라에서 익숙하지 않은 또 다른 기생충의 출현을 예측하게 합니다.
약국 한편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기생충 약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관심을 기울이길 바랍니다. 때로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거나 예측하지 못한 부분에서 약사의 전문성이 요구되기도 합니다. 기생충에 대해, 기생충약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제안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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