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출 신약 사용량 약가연동제 유예 등 개선안 발표
제약업계 ‘효과 없다’ 시민단체 ‘제약사 배불리기’ 의견 맞서

복지부가 3년 만에 발표한 약가제도 개선안을 두고 정부와 제약업계, 시민단체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는 신약 개발과 수출 지원을 위한 목적으로 이번 개선을 시행했다고 밝혔지만 제약업계는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고, 시민단체는 ‘제약회사 배불리기’라며 개편의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 ‘환자의 접근성과 혜택 높이는 것이 목적’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3일 서울성모병원에서 제약회사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보험 약가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400여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해 어느 때보다 높은 관심을 실감케 했다.

이번 개선안은 지난 2012년 일괄적인 약가인하 이후 3년 만에 대대적인 개편이다. 보건복지부 이선영 보험약제과장은 “이번 개선안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다기보다 제도간의 정교함과 정확성을 높이고자 하는 고민의 연장선상”이라며 “신약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등재 절차를 쉽게 하였으며 산정으로 결정되던 부분의 형평성과 정확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이번 개선안의 목적을 설명했다.

또한 제약업계의 비판을 의식한 듯 “또한 규제완화나 강화 어느 쪽도 아니며 환자의 접근성과 혜택을 높이고자 하는데 제도 개선의 목적이 있으므로 오해가 없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수출 신약 사용량약가연동제 6년 유예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17일 ▲신약 약가 기준을 '대체약제 가중평균가'에서 '비교약제 가격'으로 상향 ▲'대체약제 가중평균가의 90%'를 수용하는 신약은 건강보험공단과 약가협상 생략 ▲희귀질환치료제 경제성평가 특례 신설 ▲수출 신약 사용량약가연동제 적용 유예 등의 내용을 담은 관련 시행규칙과 고시 개정안 등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선 신약의 약가를 결정할 때 임상적 유용성 개선을 입증하면 비교약제의 약가 수준까지 인정해준다. 비교약제란 약제급여목록에 등재된 대체약제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제를 말한다. 임상적 유용성 개선의 입증 범위는 비교약제에 비해 효과 개선을 보인 경우, 비교약제 대비 효과가 비 열등하되 안전성과 편의성 개선을 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인정한 경우 등이다. 만약 비교약제가 2개 이상이라면 유형별 비용효과성을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

두 번째는 희귀질환치료제의 경제성 평가 특례제도 신설이다.
대체제가 없거나 환자수가 적어 근거 생성이 어려운 희귀질환 치료제의 경우 경제성평가자료 제출 또는 대체평가방법 중 선택할 수 있다. 경제성평가 특례제도에 따라 임상적 필요도와 근거 생산의 어려움을 동시에 만족하는 희귀질환 치료제 또는 항암제 3개국(A7 기준) 이상 등재된 약제는 A7 국가의 최저가 이하 수준에서 급여적정성이 인정된다. 다만 등재 후 A7 국가에서 더 낮은 약가가 확인되면 최저가로 가격이 조정된다.

신약 보험등재 기간도 단축된다.
제약사가 대체약제 가중평균가(신약의 특성 따라 90~100%) 금액을 수용하게 되면 건보공단의 상한금액 협상 60일이 생략된다. 다만 예상청구금액 협상은 등재 후 실시하도록 하고 사용량-약가 연동제 등 사후관리는 현재와 동일하게 적용된다.
신약 특성에 따른 협상생략 기준가는 새로운 계열, 생물의약품, 희귀질환에 사용되는 약제의 경우 대체약제 가중평균가가 적용된다. 하지만 기존 계열 약제는 가중평균가의 90%, 소아용 약제는 가중평균가의 95%가 적용된다.

보험약제과 이은신 사무관은 “이번 개선안에 따라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환자 접근성이 향상되고 등재기간이 단축돼 신약에 대한 환자 접근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합제 약가 산정기준도 조정된다. 그동안 복합제 산정기준이 변경되었지만 일부 불합리한 부분이 발생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즉 지난 2007~2011년에 등재된 복합제의 경우 제네릭이 진입해도 가산적용으로 인해 약가 인하가 되지 않아 오리지널 약가가 유지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에 2012년 이후 등재된 복합제에 대해서는 단일제의 53.55% 합으로 복합제 가격을 산정하기로 했다.

또한 구성 단일제가 제네릭 등재로 인하되면 복합제 가격도 그에 따라 연동 인하가 된다.

한편 이번 제도 개선안이 담긴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및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은 2월 16일 입법예고가 마무리되었으며 복지부는 그동안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개정안을 마련, 4월까지 법제처 심사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제약업계 ‘복합제 개발 약값 높이기 수단 아냐’
제약업계는 이번 개선안이 큰 의미가 없다는 반응이다. 이날 설명회 말미에 질의응답시간에 길리어드사이언스 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특히 바이러스제제와 같은 경우 복합제로 인해 환자가 느끼는 개선점이 크기도 한데 단지 단일제를 합한 정도로만 취급해 절반에 가까운 약가만을 인정한다면 이런 제제를 개발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정부가 복합제 개발을 약값을 높이기 위한 수단쯤으로 여기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수출 신약 사용량약가연동제 적용 유예에 대해서도 제약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정부가 리펀드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표시가격과 사용량약가연동제 적용에 따른 차액을 고스란히 정부에 환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출할 때 제 값을 받을 수는 있지만 국내 판매에서도 어차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 ‘건보료로 제약산업 육성하는 꼴’
시민단체는 이번 개선안이 ‘제약사의 배불리기’라고 규정하고 전면 파행을 요구하고 있다.

설명회가 열린 3일,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건강세상네트워크 등은 기자회견을 갖고 “'대체약제 가중평균가의 90%'를 수용하는 신약은 중요한 협상 절차를 무시해 가면서 빠른 보험혜택이 필요한 약들이 아니다”라며 “건강보험 약가제도의 원칙을 흔들면서까지 이처럼 예외 조항을 두는 것은 명백한 제약회사 특혜조치”라고 비난했다.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안이 국민들이 낸 건강보험료로 제약산업을 육성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이들은 또한 “복지부는 희귀질환치료제의 경우 경제성 평가를 면제하고 A7 가격 기준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A7 약가는 실제 약가보다 훨씬 부풀려진 거품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며 “복지부도 A7약가의 허구성을 잘 알고 있어서 이미 10여년 전에 A7약가 기준을 삭제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환자들을 위한다는 명목 하에 다시 거품 약가를 부활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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