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권 보호받고 분쟁 방어하기 위해서는 등록 바람직
초기비용 70만원 투자하면 비슷한 이름 난립 막을 수 있어

연재 첫 글에서 아래 케이스를 상정한 적이 있다.

병원명과 관련한 가상 케이스
봉직의로 근무하던 김○○ 원장은 이제 자신의 병원을 개원하고자 한다. 어떤 이름이 좋을까. ‘김○○ 피부과?’, 아니지. 앞으로 잘해서 전국에 여러 분점도 만들고, 크게 키워야 하는데 이름으론 한계가 있어. 그렇게 몇날 며칠을 고심한 끝에 병원명을 ‘고운나라 피부과’로 정하고 멋지게 도안화도 하였다. 병원명을 관할보건소에 의료기관 개업신고도 하고, 세무서에 사업자등록도 마쳤다. 내부 인테리어도 화사하게 장식하고, 도안화한 간판도 달았다. 어느덧 개원 일 년. 진료 잘하기로 주변에 입소문이 나 환자가 끊이질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김 원장에게 한통의 우편물이 배달된다. 제목 ‘경고장’. 뭐지? 내용의 요지는 “귀하께서 현재 운영하는 병원명은 자신이 특허청에 등록한 서비스표 ‘고은나라’에 대한 서비스표권 침해에 해당하오니 2주내로 병원명을 바꾸고, 간판도 새로 바꾸라”는 것이다.

순간 김 원장은 당황한다. 경고장은 부산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박△△ 원장이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를 법률대리인으로 하여 보낸 것이다.

김 원장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서비스표란게 무엇이며, 진료과목도 서로 다르고, 병원명도 ‘고운세상’ vs ‘고은세상’으로 서로 다르고, 병원명 도안화도 다른데 대체 뭐가 침해라는 거지?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상표법 제66조(침해로 보는 행위)
상표법 제66조는 ‘타인의 등록상표(서비스표)와 동일·유사한 상표(서비스표)를 그 지정상품(서비스업)과 동일·유사한 상품(서비스업)에 사용하는 행위’는 등록상표(서비스표) 침해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박 원장은 등록받은 서비스표는 ‘고은나라’이고, 서비스업은 ‘성형외과업’이다. 김 원장이 사용하는 서비스표는 ‘고운나라’이고, 서비스업은 ‘피부과업’이어서, 서비스표 및 서비스업이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비록 진료과목은 다르지만, 이들 서비스업은 상표법상으로는 모두 의료업, 병의원업에 속하므로 동일 유사군으로 분류된다. 또한, ‘고운나라’ 와 ‘고은나라’는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칭호면에서 유사하게 청감되므로 유사 서비스표에 해당한다.

따라서, 김 원장의 ‘고운나라’ 사용은 원칙적으로 박 원장의 등록서비스표 ‘고은나라’ 에 대한 제66조 침해 행위에 해당한다.

상표법 제51조(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는 범위)
상표법은 제66조에 대한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상표법 제51조 제1항 제1호는 “자기의 성명·명칭 또는 상호·초상·서명·인장 또는 저명한 아호·예명·필명과 이들의 저명한 약칭을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하는 상표”에는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상표권의 설정등록이 있은 후에 부정경쟁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위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제51조 제2항).

김 원장이 ‘고운나라’(피부과)를 글자 도안 없이 평범한 글자체로 사용하고 있다면 이는 자신의 상호(고운나라 피부과)를 보통으로 사용하는 것이므로 박 원장의 등록서비스표의 침해 예외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김 원장이 ‘고운나라’를 여러 가지 문양을 넣은 형태로 사용하였다면 이는 보통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므로 본 규정을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병원간판을 보면 병원명 앞에 병원로고가 새겨진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병원로고는 자기 성명 또는 상호가 아니므로 타인의 등록서비스표의 로고와 동일·유사하다면 병원명이 다르더라도 서비스표 침해에 해당한다.

자신의 상호를 보통으로 사용하더라도 타인의 등록서비스표에 대해 부정경쟁의 목적이 있는 경우에는 서비스표 침해에 해당한다. 즉, 박 원장의 ‘고은나라’(성형외과)가 일반수요자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경우라면 김 원장의 서비스표 사용은 부정경쟁의 목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예컨대, ‘고운세상’ 피부과는 특허청에 등록된 서비스표로서, 전국 여러 지점에서 운영되고 있고, 일반수요자 및 당업계에서 특정인의 서비스표로 널리 알려져 있다. 만약 제3자가‘고은세상’를 의료업 간판에 사용할 수 있을까? 이때는 부정경쟁의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어 본 예외 규정에도 불구하고 서비스표 침해에 해당하여 민형사적 책임을 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제57조의3(선사용에 따른 상표를 계속 사용할 권리)
박 원장의 등록서비스표의 출원일 전에 김 원장이 먼저‘고운나라’를 사용(간판제작, 진료개시일)한 경우라면 상표법 제57조의3(선사용권) 제2항 규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상기 규정은 상표 브로커의 폐해를 막기 위하여 2013.4.5. 신설된 규정이다.

상표법 제57조의3은 타인의 등록상표(서비스표)의 출원 전부터 국내에서 계속 사용하고 있는 상표(서비스표)에 대해서는 선사용권을 인정하여 타인의 등록상표(서비스표)의 침해로 보지 아니한다.  만, 선사용권을 가지더라도 이는 상표권자에 대해 대항력이 있는 것이지, 또 다른 제3자의 서비스표 사용을 금지시킬 수 있는 권리는 아니다. 또한 선사용권의 서비스표 및 서비스업은 출원일 전의 진료과목에 제한된다.

추후 진료과목(피부과업)을 확장(성형외과업 추가)하는 것은 등록서비스표에 대한 침해에 해당한다. 그리고 병원명의 글자체가 종전과 동일성이 없을 정도로 변형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사안의 결론
김 원장의 병원명 사용은 상표법 제66조에 따라 원칙적으로 박 원장의 등록서비스표의 침해 행위에 해당한다.

다만 김 원장의 병원명 사용이 박 원장의 등록서비스표 출원일 보다 앞서는 경우에는 상표법 제57조의3 규정에 의해 선사용권으로 대항할 수 있으며, 병원명 간판을 보통의 글씨체로 사용하고, 부정경쟁의 목적이 없다면 상표법 제51조에 따라 대항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상기 예외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이 병원명을 바꾸거나, 라이센스를 맺어야 할 것이다. 또한 박 원장이 심판·소송을 제기한다면 김 원장은 변리사 또는 변호사를 선임하여 심판·소송에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연재를 마치며
병원 간판을 다는 순간부터 병원명은 상호이면서 서비스표가 된다. 서비스표 등록은 특허청에서 관장하지만 사용의 전제 조건은 아니다. 실제로 많은 병의원명이 서비스표 등록 없이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서비스표 등록을 받아야 할까?

첫째는 자기 고유 병원명의 독점권(서비스권)을 보호받기 위해서이다. 수년, 수십 년 간 각고의 노력으로 쌓은 병원 명성을 제3자가 동일 또는 비슷한 이름으로 사용하고 난립한다면 병원 명성은 희석될 수밖에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유사 병원명에 의해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다. 최근 유명 연예인의 사망으로 유사 이름의 병원에도 어느 정도 타격이 있을 수 있다.

둘째는 제3자와의 분쟁 방어의 목적이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등록서비스표권자의 침해 주장이 있으면 병원명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침해 예외 규정으로 방어할 수 있다 하더라도 심판·소송이 제기된다면 대응을 피할 방법이 없게 되고, 결과에 상관없이 많은 소송비용, 시간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요컨대 무조건 송사에 휘말리지 않는 게 상책이다.
병원명의 서비스표 등록에 소요되는 비용(출원시 약 28만원, 등록시 약 46만원 정도)을 감안하면, 자신의 병원명을 권리화하여 제3자의 침해를 막고, 마음 편히 사용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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