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부 ‘비대위 독자 노선 인정할 수 없다’ 파견 철회
유태욱 이사·정성일 대변인 사퇴, 힘겨루기 수면 위로



원격의료 저지를 두고 의협 집행부와 비대위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집행부 유태욱 정책이사는 지난 10월 22일 파견 비대위원들의 철회와 동시에 사퇴를 표명했고 뒤이어 비대위 정성일 대변인도 사의를 표했다. 집행부의 비대위 파견 철회에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의협 집행부는 사전 상의 없이 독자 노선을 걸어온 비대위에 대해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맞서고 있다. 추무진 회장은 10월 29일 대국회 활동을 공개하는 비대위를 우회적으로 비난하며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원격의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 입법 저지를 위해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지난 10월 22일 유태욱 이사는 제38대 의협 집행부 정책이사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노환규 집행부 퇴진 이후, 당시 추무진 후보와 회장직을 놓고 경합을 벌이다 추 회장의 당선과 함께 집행부 정책이사로 합류한 인물이다. 그동안 원격의료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에 집행부의 파견 비대위원으로 참여해왔다. 하지만 이날 유 이사는 집행부 정책이사직과 비대위원직을 모두 그만두겠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집행부의 상임이사회에서 파견 비대위원들의 철회를 의결했기 때문.

대한의사협회는 같은 날 오전 상임이사회를 통해 비상대책위원회에 파견 중인 상임이사 4인과 전문위원 2인의 철수를 결정했다. 그동안 비대위가 원격의료 저지 투쟁을 진행하면서 의협과 사전 협의 없이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의협은 최근 비대위 공동위원장 중 한 명이 언론을 통해 ‘투쟁과 협상의 전권을 비대위가 갖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함으로써 의협의 협상력을 저하시켰으며, 비대위가 의협의 통상적인 예산집행 절차를 무시한 채 독자적으로 투쟁기금을 운용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에 대해 비대위는 지난 3월 임시 대의원총회로부터 '투쟁과 협상의 전권'을 위임받았으므로 아무런 문제될게 없다며 맞서고 있다.

유태욱 이사의 사퇴 이후 비대위 정성일 대변인도 28일 사의를 표명했다. 정 대변인은 “저를 비대위로 파견 보낸 가정의학과의사회에 비대위원 교체를 말씀드렸다”며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앞에서 투쟁을 하겠다고 앞에서 나선 사람들을 이렇게 홀대하다가 결국 내다버릴 생각이면 누구를 비대위원으로 내세워 투쟁 자체를 할 생각을 말아달라”고 집행부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비대위라고 만들어 놓고 방이나 책상도 지급하지 않고 전담 직원 파견도 보내주지 않았으며 △중간에 회의비용도 끊기고 공문 전달도 차일피일 미루고 △적절한 성명서도 집행부에서 그 내용을 갖고 말이 들어오거나 △시급한 성명서인데도 의협 홍보부로 넘기면 언론사 배포에 2-3 일이 걸리고 △비대위 사무총장은 홍보업체로부터 빚 독촉에 시달리고 △비대위원들이 임명장도 심지어 명함도 없이 활동을 한 코메디가 바로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우리 의협의 수준을 그대로 드러내는 일들이라고 사퇴의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집행부의 입장은 다르다. 추무진 회장은 2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회활동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비대위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비대위가 집행부의 상위조직이 아니라는 점과 △앞으로 입법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나타나면 전 회원 투쟁을 통해 강력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추 회장은 “입법 저지를 위해 많은 국회의원들의 노력이 동반됐는데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과거의 경험 때문”이라며 “누누이 밝히지만 비대위도 상임이사회도 의협 회장 밑에 있는 조직으로 모든 업무는 정관 규정을 지켜서 추진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어 “향후 비대위가 본연의 역할인 대정부 투쟁에 매진한다면 집행부는 적극 공조할 것”이라며 “만에 하나 국회 내 입법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나타난다면 전 회원 투쟁을 통해 강력 저지할 것”이라고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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