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불모지에서 꾸준한 임상의 배출로 4천명 학회로 성장
동물실험 워크숍 등 교육 중점 두고 대국민 인식 개선 주력


대한통증학회는 지난 9월 16일 제4회 통증의 날 캠페인의 일환으로 ‘척추 수술 건수가 최근 7년간 86% 급증하고 있다’며 ‘무조건적인 척수 수술을 지양해야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7년간 척수 수술 건수가 연평균 12%씩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척추 수술에 만족하는 환자는 23%에 그칠 뿐 아니라 75%는 재수술 의향이 없다는 결과도 덧붙였다. 통증관리만 된다면 척추 질환에 대해 무조건적인 수술을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비수술적요법이 최근 트렌드로 급부상하면서 대한통증학회의 역할이 나날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 대한통증학회 신근만 회장(한림대학교 강동성심병원 마취통증의학과)을 만나 통증관리의 중요성과 대한통증학회의 역할과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신근만 회장
학술, 교육, 홍보 삼박자 맞아 승승장구
사실 국내에서 통증을 학문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국내에서 통증을 학문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연세대 오흥근 교수(1954년, 1966년, 1973년 WHO 마취과학센터 연수, 코벤하겐)와 연세대 김완식 교수(1962년, 1969년 WHO 마취과학센터 연수, 코벤하겐)가 지속적인 해외연수로 외국 의료계와 물꼬를 튼 후부터이다.

해외 연수를 통해 얻어진 정보와 기술을 바탕으로 1973년 연세의대 병원과 한양의대 병원에 처음으로 통증치료실이 개설되었고, 이어서 1981년에 전남의대 병원, 가톨릭의대 성바오로병원의 뇌신경통증연구소, 1982년 부산 광혜병원에 통증치료실이 개설되었다.
 
대한통증학회의 창립은 1986년이다. 83년 창립된 통증 관련 임상 의사 및 간호사, 기사 등이 참여하는 대한통증연구학회(세계통증학회 한국지부)로부터 자극을 받은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들이 Pain Clinic 연구회를 조직한 것이 모태가 됐다.

당시 통증클리닉에 대한 인식도가 낮을 뿐 아니라 통증에 대한 임상경험이 부족한 마취과 의사들이 대한통증연구학회에서 신경외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의료진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 오흥근 교수의 아이디어였다.

이후 대한통증학회는 1988년 대한통증학회지 창간호를 발간하고 88년 대한의학회 제3차 이사회에서 정식으로 준회원 인증을 받아 95년 대한통증학회 교과서인 ‘통증의학’ 초판을 발행했다.

대한통증학회 신근만 회장은 “90년대 들어 통증의학에 대한 인식이 활발해지면서 많은 타학과에서 통증학회를 표방했지만 2010년을 넘어가면서 대한통증학회로 정리되어가는 모양새”라며 “창립 이후 개원의협의회 구성, 통증의학 고위자과정 및 연수시설병원 지정, 지회 창립, 학술대회 개최, TPI 연수강좌, 약물치료 연수강좌, 시민강좌, 카데바 워크숍, 초음파 워크숍, 학술지 발간 등 학술, 교육, 홍보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선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1996년부터 통증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을 체계적으로 교육해 유능한 임상의를 양성하기 위한 ‘통증의학 고위자 과정’은 통증학회의 주요 사업 중 하나다. 현재까지 전국 48개 연수시설 병원 및 623명의 통증의학 고위자과정 이수자를 배출했다.

올해 5월을 기준으로 현재 통증학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는 봉직의 2180명, 개원의 1024명 등 총 3200명이 넘는다. 이밖에도 전공의와 타학과 전문의와 전공의를 합하면 총 4천명이 넘는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청중 위주 강연 만들고 동물실험 워크숍도 도입
현재 대한통증학회는 무엇보다 교육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실력 있는 임상의 배출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 현재 봄·가을 학술대회와 연수강좌를 비롯해 초음파, 카데바 등 분야별 워크숍과 이번에 새로 도입한 동물실험 워크샵 등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특히 신근만 회장 집행부 출범 이후 변경한 강연 진행 방식이 기폭제가 됐다. 학술대회가 열리기 몇 달 전, 대주제만 공지한 뒤 회원들의 의견을 받아 소주제를 결정하는 식이다. 연자보다 회원 입장에서 학술대회를 운영해야 한다는 신 회장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신 회장은 “진행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워크숍이 더욱 활성화되어 정형외과나 신경외과 선생님들의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다른 학회에서도 이런 방식을 차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웃음을 보인다.

올해 도입된 동물실험 워크숍도 통증의 기초 실험 분야를 육성하고자 한 신 회장의 결과물이다. 일본과 미국 연수를 다니면서 대학교 통증의학과에 4개씩 운영되는 실험실을 보고 신 회장은 기초 실험 분야 육성을 다짐했다. 지난해 기초실험위원회가 출범했고 그 첫 산물로 올해 통증 연구를 위한 동물 실험 가이드라인이 발간됐다.

신 회장은 “사실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지만 막상 시작되자 30명 정원이 하루 만에 채워질 만큼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며 “국내에서 기초 실험 분야 육성을 위해 학회가 나선 첫 사례”라고 소개한다.

통증을 관리하는 치료 패러다임 만들어야
올해로 4회를 째를 맞은 ‘통증의 날’ 캠페인도 대한통증학회의 주요사업 중 하나다. 지난 집행부에서 시작된 이 대국민 캠페인은 당초에는 지역사회별로 공개강좌를 계획했으나 예산과 진행상의 문제로 현재는 전국 28개 의료기관에서 찾아가는 건강강좌로 대체하고 있다. 이와 함께 통증 환자를 대상으로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발표한다.

올해는 ‘통증의학, 100세 시대를 준비한다’라는 캐치프레이즈 하에 마취통증의학과에 방문한 환자를 대상으로 척추수술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설문을 실시했다.

신 회장은 “설문 결과 환자들이 대부분 통증 때문에 척추수술을 받지만 실제로 통증이 발생했다고 해서 무조건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조사 결과 척추 수술이 실제 환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또한 설문 조사와 함께 거대 디스크를 가지고 있으며 운동신경의 손상이 없는 3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평균 9개월 동안 보존적 통증치료를 지속하며 경과를 관찰한 결과, 25명의 환자에서 디스크의 크기가 평균 59%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신 회장은 “척추수술을 고려할 수 있는 경우는 2~3개월간 비수술적 치료로도 통증관리가 전혀 되지 않는 경우, 팔이나 다리 등 신체 기관에 마비가 발생하는 경우, 성기능 장애 또는 배뇨장애가 발생하는 경우로 이외의 경우 대부분 수술 없이 치료가 가능하다. 수술은 그 자체로 기관의 퇴행을 촉진하고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등 환자에게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수술보다는 비수술적 치료로 통증을 관리하면서 질환을 치료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앞으로 통증학회가 국민들에게 통증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릴 수 있도록 앞장 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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