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고위험군에 저선량 CT 권고, 한국 상황 고려 없어
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가이드라인 초안 올해 안에 공개’

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윤정한 회장

정부의 암 검진 권고안을 두고 의료계의 반발이 격화되고 있다.

국립암센터 주도로 제·개정되고 있는 국가 암 검진 권고안 사업은 현재 7개 중 갑상선암과 폐암만 권고안 초안이 발표됐지만 이를 두고 각 학회와 유관단체가 뜨거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우선 폐암의 경우 국내 임상현실 반영이 미흡해 권고안 확정이 시기상조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지난 9월 19일 보건복지부, 국림암센터, 국가암검진권고안제개정위원회가 공동주최한 ‘제50회 암정복포럼’에서 국가암검진권고안제개정위원회는 폐암 검진 권고안의 초안을 발표했다.

이날 공개된 권고안은 55~74세 중 30년 간 담배를 피웠거나 금연기간이 15년 미만인 사람을 대상으로 매년 '저선량 CT(Low-dose CT, LDCT)'를 권하고 있다. 권고안의 기초자료로 활용된 미국국립암연구소의 NLST(National Lung Screening Trial) 가이드라인 분석결과 ‘흉부방사선촬영’과 ‘혈청 종양표지자 검사’가는 폐암 발견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대한금연학회 조홍준 회장(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은 “가이드라인을 본 느낌은 사실 굉장히 싱겁다”며 “상당히 많은 내용이 다른 가이드라인을 그냥 인용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인의 결핵 유병률 등 한국 상황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고 국가 암 검진으로 적용될 경우 상업적 검진 확대 문제, 취약계층에 대한 불평등, 정서적 위해성 등이 고려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이날 포럼에서는 △과진단 문제 △저선량 CT의 태생적 검진 한계 △국가암검진 적용 시 비용문제 △불안 등 정서적 비용과 위해성 등에 대한 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권고안 공개에 앞서 이들을 면밀히 검토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갑상선암 권고 검진안을 둘러싼 논의는 조금 더 달아오른 모양새다. 지난 7월 보건복지부와 국림암센터는 ‘무증상일 때 초음파 검사를 통해 선별검사를 하는 것은 이득이 없다’는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부에서 갑상선암 치료에 대한 과잉 진단 논란이 거세지자 각 학회가 발 벗고 나섰다. 특히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는 학회 차원의 치료권고안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윤정한 회장(전남대의대 외과)은 9월 13일 ‘갑상선암의 수술적 치료 권고안 심포지엄’을 열고 올해 연말까지 1차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사실 갑상선암 가이드라인 제정을 두고 논쟁거리가 많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 학회가 나서 근거 중심으로 기본적인 가닥을 잡아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이 있다”며 “가이드라인을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원칙적으로 치료의 핵심을 확실하게 밝혀줄 필요가 있다는데 공감해 학회가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해린 학회 총무이사(강남차병원 유방갑상선암센터) 역시 “종양의 크기가 0.5cm 이하일 경우 가족력과 전이가 없을 때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지, 수술할 필요가 없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라며 “일부 매체에서 로빈훗처럼 양심가들이 진실을 폭로한 것처럼 보도했지만, 그들은 사실 갑상선 전문가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사실 세계적으로도 예후를 관찰한 결과가 없기 때문에 최소 20년 정도가 돼야 속 시원한 에비던스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학술적인 근거를 찾으려는 그 첫발을 우리가 떼는 셈”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는 10월 말까지 7대 암 검진 권고안(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갑상선암, 폐암)에 초안을 마련하고 최종안이 확정되면 암관리법 시행령 개정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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