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천여명 모여 多學際 진료 모색, 검사 도구 개발
아시아권 임상 진행 박차…‘진료과보다 개인적 노력 중요’

지난 7월 1일부터 치매특별등급제가 시행되면서 개원가에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짧은 교육 시간에다 명확한 치료 기준이 없어 진단 남발도 우려되고 있는 것이 현실. 이에 대한 해답을 듣기 위해 ‘치매’ 관련 각계 전문가들의 학회인 ‘대한치매학회’의 김상윤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센터)을 만나봤다.

아시아에서 가장 체계적인 치매 학회
대한치매학회는 1996년 대한치매연구회로 시작했다. 당시 충북의대 한설희 교수 및 성균관의대 나덕렬 교수 등 11명의 회원이 문을 열어 지난 2002년 정식으로 창립총회를 가졌다. 현재는 정회원 535명, 일반회원 752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신경과나 정신과 전문의뿐 아니라 기초연구자, 치매전문간호사, 신경심리학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창립 당시에는 치매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지 않았을 때였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김 이사장은 “당시 국내에서 배울 곳이 없어 각자 서로 공부한 것을 공유하면서 연구회를 시작했다”며 “지금은 아시아에서 가장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학회일 뿐 아니라 국제무대에서도 국가 단위 학회로 이런 규모는 흔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초기 활동은 해외의 신경심리검사도구를 번역하고 우리 실정에 맞게 수정하는 것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 과정을 숱하게 반복하면서 우리의 고유의 한국형 치매 선별검사법인 ‘KDSQ’도 만들 수 있었다. 현재 이 설문지는 해외 일부 국가에서 검진 사업에 사용하고 있으며 국내 의사도 원하면 누구든지 받아볼 수 있도록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대국민 캠페인, 국제 연구 협력 주력

이번 집행부가 출범하면서 주력하고 있는 사업은 세 가지이다.

우선 환자와 보호자에게 가까이 가기 위한 ‘대국민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저수가 구조 때문에 충분한 상담시간을 확보할 수 없어 환자나 보호자와 소통할 수 있는 다른 창구를 선택한 셈이다. 치매학회가 주관해서 1년에 한 번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일상예찬’과 각 병원이 주관하는 ‘일상예찬 플러스’가 그 대표적인 예다. 김 이사장은 “예방을 위한 가장 최선의 방법은 질환에 대한 정보에 밝아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두 번째는 학회 내부의 수평적인 의사결정 시스템 구축이다. 기존에 이사장 중심이었던 회무를 각 이사들에게 일임하는 대신 의결구조를 명확하게 했다.

마지막은 국제 연구 협력이다. 최근 대한치매학회는 아시아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국제 임상 연구 ‘ADOS(Alzheimer's Disease Observation Study)'를 시작했다. 약제의 지속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판단해 치료율을 높이는 방법을 찾는 것을 목표로 중국과 대만, 필리핀 등 총 10개 국가가 참여하며, 현재 IRD를 통과하고 9월부터 본격적으로 환자를 모집한다. 이 스터디에는 2년간 600명 정도의 환자가 참여할 예정이다. 

김 이사장은 “올해 이 사업을 잘 마무리 지어 최소 2~3년 안에 아시아에서 치매 임상 연구 분야의 대표적인 주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포부를 드러낸다.

국가 주도 치매 데이터 네트워크 구축에 박차
이밖에 대한치매학회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가장 큰 사업은 국내 모든 치매 관련 데이터를 관리하는 네트워크 구축이다. 의사들이 치매 환자의 혈액 샘플과 뇌조직 등 관련 정보를 입력하면 이를 국가에서 관리하면서 기초 연구자에게 연구 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연구 결과는 이후 의사들에게 제공되어 후속 연구와 임상의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김 이사장은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등과 손을 잡고 이제 예비연구가 끝난 단계이지만 예산 배정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개인 연구를 넘어서 국가적으로 데이터를 관리한다면 치매로 인한 보험재정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정부, 치매 정책 기조부터 바꿔야
치매 연구에 대한 예산 확보도 문제지만 김 이사장은 국가의 치매 정책 기조부터 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과주의가 예방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 이와 함께 2012년 정부가 선포한 ‘치매와의 전쟁’이라는 기조 역시 변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치매는 싸워야할 대상이 아니기 때문. 치매 환자를 사회라는 다양한 스펙트럼 안에 있는 구성원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장은 “국가에서 ‘치매환자를 줄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한다”며 “치매특별등급제의 경우에도 의사의 진단에 대한 평가 등 지속적인 수정·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치매 진료, 지속적 관심과 공부가 절실
김 이사장에 따르면 대한치매학회 회원들은 술을 즐겨 하지 않는단다. 김 이사장은 “최근 5년 동안 양주 한 병 마시지 않았다”며 “선생님들의 성향인데 술 대신 공부하는 걸 너무 좋아한다”고 웃음을 보인다. 전문의뿐 아니라 다양한 직업군이 모이기 때문에 다양한 사고가 가능하다는 것도 치매학회의 장점. 

이런 회원들을 위해 올해 치매학회에서는 해외 논문 초록을 번역해 최신 지견을 메일링하는 서비스와 홈페이지 개편 등을 준비하고 있다. 개원의들이 ‘치매’와 관련된 강의를 나갈 때 컨텐츠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김 이사장은 “치매 치료와 관련해 1차 의료진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며 “학회 차원에서도 이들에 대한 교육을 더욱 강화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도구가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대화하는 기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일부에서 타 진료과 개원의들의 치매 진단을 반대하기도 하지만, 치매학회의 공식적인 입장은 전혀 다르다고 덧붙인다. 치매는 ‘잘 보는 사람이 봐야 한다’는 것. 진료과보다는 의사 자신의 지속적인 관심과 공부가 더욱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어떤 학회보다 열린 사고로 최적의 진료와 관리를 위해 힘써 온 대한치매학회. 아시아를 넘어 국제학회에서도 그 역량을 뚜렷이 드러내며 ‘치매’에 관한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길 기대해본다.

*본지에서는 학회의 동의를 얻어 한국형 치매 선별 질문지를 게재한다. 이 중 ‘아니다(0점), 가끔 그렇다(1점), 자주 그렇다(2점)’의 방식으로 총점 30점 중 6점이 넘으면 전문의와 상담이 권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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