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 받아 의사결정 공론화, 의사회 손잡고 상생 도모
흉부외과는 ‘생명의 보루’, 정당한 대우 받도록 최선 다할 것

흔히 흉부외과를 ‘3D’ 진료과라고 표현한다. 이수 과정이 육체적·정신적으로 많은 노력을 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흉부외과 전문의들 내부에서 ‘3D’는 Dynamic, Dramatic, Dreaming으로 통한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심성보 기획이사는 “흉부외과 전문의들은 누구보다 직업에 대한 자긍심이 높고 항상 환자와 함께 호흡하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고 있다”며 “최근 흉부외과 지원 기피와 대학병원 쏠림 현상 등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학회 차원에서 다양한 노력을 펴고 있다”고 설명한다. 

생명 살리는 첨단의학 선두주자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이사장 선 경, 이하 흉부외과학회)는 대한흉부외과학회의 개정된 명칭이다. 1968년 창립 당시부터 2009년까지 쓰던 ‘대한흉부외과학회’가 일본식 명칭이라는 지적 때문에 ‘The Korean Society for thoracic & cardiovascular surgery'라는 정식명칭을 풀어쓰기 시작한 것이다.

1960년대 후반까지 일반외과에 포함되어 있던 흉부외과학회는 대학병원마다 흉부외과가 독립하기 시작할 무렵인 1967년 한격부, 이영균, 이홍균, 이세순, 이용우 등의 주도 아래 학회 창립을 준비하게 됐다. 그리고 이듬해 가톨릭의대 강당에서 창립총회를 갖고 초대회장에 한격부, 이사장에 이영균을 선출해 학회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비약적인 발전은 1972년 흉부외과가 전문 과목으로 인정되던 해부터 이루어졌다. 이어 1974년 국민의료보험이 시작되면서 심장수술의 증례가 증가되고 이에 따라 개심 수술이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1984년 2월 한국심장재단이 설립되면서 선천성 심장 질환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고조되었고 1990년대까지 흉부외과학회의 전성기가 이어지게 된다.

현재 흉부외과학회 42대 집행부는 선 경 이사장과 장병철 회장을 중심으로 2명의 부회장과 10명의 상임이사, 74명의 이사, 총무 1명, 감사 1명이 꾸려가고 있으며 기획홍보위원회를 비롯해 10개 위원회와 1개의 특별위원회인 백서위원회가 조직되어 있다.

창립 당시 정회원 78명, 준회원 16명이었던 회원 수는 지속적인 전문의 배출로 현재는 원로회원 19명, 정회원 1,218명, 준회원 103명을 합쳐 총 1,340명이 활동하고 있다.

흉부외과학회 선 경 이사장은 “흉부외과는 생명을 살리는 첨단의학의 선두에 서 있는 대표 분야”라며 “특히 대한민국 흉부외과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심장과 폐암수술 사망률과 합병률의 우리나라 전체 평균 성적이 선진국 최고 병원의 성적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낸다.

의사회와 연계 통해 직면 과제 해결
하지만 현재 흉부외과학회는 ‘전공의 확보’와 ‘개원가와의 상생’이라는 중차대한 문제에 직면해있다. 전공의 지원 기피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다가오는 2020년에는 신규인력 공급이 정년퇴직 등 자연감소분에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힘든 수련의 과정을 거쳐도 막상 개원을 하기에는 내과 의존도가 높아 전공을 살리지 못하는 개원의도 많은 상황.

이에 대한 흉부외과학회의 해답은 ‘의사회’와의 강력한 연계다. 흉부외과학회는 2015년부터 학회와 의사회의 공동학술대회 개최를 계획하고 있다.  개원 시 진료 가능한 질병을 전공의 교육과정에 포함하는 식이다. 또한 학회 내에 ‘흉부외과 1차진료연구회’를 구성해 지원할 예정이다. 의사회 임원을 학회의 상임이사(1명)와 이사(4명)로 위촉하고 학회 총무이사를 의사회 기획이사로 위촉하는 등 인력 교류도 계획하고 있다.

심 이사는 “지난 2009년 흉부외과의 가산금을 100% 인상한 뒤로 전공의 지원율이 더 이상 떨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수도권 중심으로 쏠림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최소한 흉부외과를 지원하고 싶은 사람이 부담 없이 할 수 있도록 여건은 만들어야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심 이사는 이어 “흉부외과는 생명의 보루이자 의료의 기간산업”이라며 “정당한 평가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와 언론계에 꾸준히 목소리를 낼 계획”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한 학회 내부 차원의 개혁도 시작됐다. 올해 흉부외과학회는 학회로서는 드물게 삼일회계법인에 정식으로 조직 컨설팅을 의뢰해 정관개정을 포함해 발전전략 등 많은 부분을 강화했다.

그 중 하나가 상임이사와 위원장을 분리해 추인 기능과 집행 기능을 나눈 것이다.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화와 공론화를 위해서다. 기본적으로 학회 활동을 위원회를 중심으로 돌아가지만 위원회 별로 연간 사업계획서와 소요 예산안을 작성한 후 상임이사회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

지난 7월 6일 첫 발은 뗀 ‘흉부외과 미래전략을 위한 워크숍’도 같은 맥락이다. 이날 워크숍에는 전임 이사장을 비롯해 집행부 20여명이 참석해 ‘흉부외과의 현실과 미래’, ‘우리나라의 의료정책에 대한 이해’라는 주제로 발표와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심 이사는 “사실 대한의학회 소속 메인 학회 중 우리가 가장 인원수도 적고 업무가 많아 외부활동에도 적극적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 세대는 사명감과 긍지를 갖고 일하고 있지만 후배들에게는 마냥 그것을 강요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올해를 기점으로 학회 발전을 위한 초석을 다져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한다.

이밖에도 흉부외과학회가 올해 주력하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통일의학’이다. 지난 7월 16일 흉부외과학회는 의학회로서는 처음으로 ‘북한 사회·경제·인구변화가 보건의료에 미치는 영향: 북한의 심폐질환 역학 및 통일을 준비하는 흉부외과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통일의학포럼을 공동 개최했다. 그동안 임상의학에서 배제됐던 통일의료에 대해 흉부외과가 직접 나선 것이다.

심 이사는 “우리나라 환자 수도 겨우 감당하고 있는데, 만약 통일이 되었을 때 어떻게 감당할지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리였다”며 “통일의료를 준비하기 위해서 현재의 상황 인식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사(生死)의 최전선에서 선 전사(戰士)
흔히 흉부외과의 발전 정도가 그 나라의 의료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인터뷰 도중 ‘그동안 흉부외과 전문의들은 진료수가와 같은 제도보다는 단순히 환자를 보는 게 좋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심성보 기획이사의 말을 곱씹게 되는 이유다. 언제나 생사(生死)의 최전선에서 전사(戰士)의 모습으로 국민의 곁을 묵묵히 지켜온 흉부외과학회. 그들의 뜨거운 심장이 국민들의 건강 증진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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