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추세 빠르게 받아들여 일본과 어깨 나란히
올해 전문인 육성·국민홍보 중점 두고 스타 배출 목표

김재문 회장

두통은 사실상 모든 사람들이 일생 동안 한두 번 이상은 경험하는 증상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가족과 의료인으로부터 경시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두통학’이 부상하면서 그 위상이 새로워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편두통의 병태생리학적 원인이 규명되면서 WHO에서는 편두통을 치매, 사지마비, 정신질환과 더불어 인류의 삶의 질을 훼손하는 4대 만성질환으로 분류하고 있다.

대한두통학회(회장 김재문)는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두통에 관한 의학적인 지식 전달뿐 아니라 홍보 및 사회적 계도에 나서기 위해 출범했다.

회원 수 1200여명, 신경과 가장 많아
대한두통학회(KHS, Korean Headache Society)는 대한두통연구회를 모태로 한다. 연구회는 1998년 대한신경과학회의 전문의 정회원과 미국 Cleveland Clinic 두통센터에서 두통전임의로 근무했던 이태규 교수가 두통 환자에 대한 진료의 질 향상과 학문적 연구 기반 마련, 전공의 및 개원의들의 교육을 목적으로 월례집담회를 열면서 시작됐다.

학회 창립부터 함께한 대한두통학회 김병건 부회장(을지대병원)은 “두통은 가장 흔한 질환 중 하나이면서 WHO에서 정한 가장 괴로운 질환 중 하나이다. 하지만 당시 의대에서도 관련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인력도 전무했다. 때문에 저를 포함해서 1998년 정진상 교수(삼성서울병원), 이태규 원장(이태규뇌리신경내과)이 주축이 되어 학회의 전신인 대한두통연구회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이후 대한두통연구회 연합심포지엄과 대한두통연구회 창립총회 및 기념 심포지엄을 거쳐 2001년 6월 16일 삼성서울병원 대강당에서 연구회를 해체하고 대한두통학회로 재창립을 하게 됐다.

현재 두통학회의 회원 수는 1,200명 정도다. 신경과 의사들을 비롯해 소아과와 신경외과, 가정의학과, 치과 등의 전공의들이 참여율이 높고 개원의들의 관심도 활발한 편이다.

일본과 어깨 나란히 하고 세계와 교류
김병건 부회장
김 부회장은 학회 창립의 세계적 배경에 대해서 “사실 그동안 두통이 다뤄지지 않은 이유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0년대 ‘트립탄’이 발매되면서 미국과 유럽에서 논의가 점차 활발해지기 시작했다”며 “우리나라는 비교적 빠르게 이 패러다임의 변화를 받아들인 셈”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세계무대에서 대한두통학회의 위상은 어느 정도일까.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변화에 빠르게 적응했던 만큼 그 위상은 남다르다. 대한투동학회는 2006년 한일두통학회를 서울에서 개최했고 2010년에는 일본에 이어 아시아두통학회(ARCH, Asian Regional Headache Congress)를 개최해 세계와 교류에 주력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주로 유럽 중심이던 기존의 두통학회의 흐름이 미국의 합류와 함께 아시아로 외연을 넓히는 과정에서 일본과 우리가 그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최근 보톡스·전기자극 치료 활발
그렇다면 실제 진료 현장에서 개원의들은 어떤 치료전략을 갖고 두통치료에 임해야 할까. 김 부회장은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기본적인 치료는 라이프스타일 관리다. 스트레스나 월경, 비만, 수면 부족 등 개인마다 두통 유발 요인이 다르기 때문에 상담을 통해 이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예방치료에는 약물치료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두통에는 베타차단제와 칼슘채널길항제, 간질약, 항우울제 등이 쓰여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만성편두통환자에게 보톡스치료와 전기자극치료 등도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보톡스 치료의 경우 곧 주사제에 대한 인정비급여가 고시될 예정이어서 치료의 폭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Gamma Core 등 의료기기를 사용해 환자 스스로 두통을 관리하기도 한다.

김 부회장은 “개개인마다 효과적인 약물의 종류와 용량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의의 진찰과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두통 환자의 90%는 신경과가 아닌 다른 진료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어 개원의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최선의 치료법 모색의 장 마련해주길
두통이라는 가장 흔하지만 심각한 질환을 중심으로 국민들과 가장 가까이서 호흡해온 대한두통학회. 지휘자가 악기들의 소리를 하나로 모아 웅장한 음악을 선사하듯, 다양한 전공의들에게 최선의 치료법을 모색할 수 있는 장(場)을 만들어주길 그들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김재문 회장 인터뷰>

‘세계무대 위한 전문 인력 양성 중점’

대한두통학회 김재문 회장은 지난 2006년부터 4년 동안 부회장을 역임하고 2011년부터 두통학회의 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회무 수행 마지막 해인 올해,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대한두통학회 춘계학술대회 현장에서 그를 만나봤다.

Q. 이번 학회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총 4개의 세션으로 구성했는데 외래진료 업그레이드와 자유연제, ‘The Challenges fot the Headache Expert'를 주제로 한 영어심포지엄, 증례를 통한 기타원발두통의 진단과 치료가 그것이다. 워크숍에서는 후두신경차단술과 만성두통의 보톡스 치료에 대해 현장감 있는 교육이 마련됐다.

특히 이번 학회는 대만의 저명한 두통학자를 두 분이나 모셨기 때문에 참석자들의 호응이 크다. Wang Shuu-jiun과 Fuh Jong-Ling 박사는 아시아에서 RCV(가역적뇌혈관수축증후군) 관련 논문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분들이다. 오늘 오후 Wang 박사는 ‘Reversible cerebral vasoconstriction syndrome'을 주제로, Fuh 박사는 ’Lifelong course fo chronic daily headache, from adolescent to elderly'를 주제로 연단에 선다.

Q. 올해 가장 역점을 두는 회무가 무엇인가.
스타 전문 인력 배출을 통한 두통학회의 글로벌 위상 제고다. 우리나라에서도 두통을 전문으로 하는 세계적인 중견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올해 연구이사를 신설해 학회의 모든 연구를 총괄하고 역량을 모으는데 집중하고 있다.

Q. 두통에 대한 인식 개선이 가장 시급해 보인다.
국내에서는 ‘두통을 치료해야 한다’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다. 흔한 질환이기도 하지만 발병 주요 연령층인 30~40대가 가장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연령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통은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횟수나 아픈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국민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학회 차원에서 책자와 지침서, 대중강연을 준비하고 있다.

Q. 이밖에도 장기적인 플랜이 있다면.
우선 젊은 연구자 육성이 필요하다. 수가 인정이 되지 않기 때문에 병원에서도 독려하지 않다보니 두통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나 교수가 없는 실정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비 지원과 해외학회 연수, 해외센터 근무 등을 추진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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