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환 남성 전유물 아냐…경구피임약 복용, 노화 원인
몸 상태 맞게 식이섬유, 이담제 섭취하고 커피 피해야

 

 

 

 

 

 

 

 

나이가 든 다소 초췌해 보이는 여성이 약국에 들어섭니다. ‘피로회복제나 달라고 할까?’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담석증 치료제를 달라고 합니다. 


많은 약사님들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담석증을 비롯한 대부분의 간장 질환이 술이나 기름진 음식으로 인해 비롯된다고 보는 고정관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간장약 하면 우루사가 생각나듯이 과거 우루사 광고의 주인공이었던 백일섭 할아버지의 몸매가 떠오르며, 간장약은 술 좀 좋아하는 체격이 있는 남성에게 권할 약 이라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광고로 만들어진 이미지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최소한 담석증에 한해서만큼은 여성이 남성보다 3배 이상 많이 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간장약이 술 좋아하는 체격이 좋은 남성에게만 권할 약이 아니고 여성에게도 적극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약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됩니다.


이번 회에서는 기본적으로 담즙의 조성과 역할 등에 대해 알아보고, 담석증이 생기는 원인과 치료법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담즙의 성분
담즙의 주성분은 담즙산염(bile salt), 담즙색소(bile pigment) 그리고 Cholesterol입니다. 담즙은 황금색을 띠고 ph는 7.8~8.6이며 등장성입니다.1)


담즙의 독특한 색깔은 담즙색소와 담즙산이 있기 때문입니다. 담즙색소에는 bilirubin과 biliverdin이 있는데 주성분은 bilirubin으로 혈색소가 분해되어 만들어진 것입니다.


혈색소는 수명이 다 하면 골수, 비장, 간 등에서 파괴되고 그 중 철분은 체내 여러 곳에 저장되고 bilirubin은 혈액을 통해 간에 도달해서 담즙성분이 됩니다.


담관을 통해 십이지장내로 배출된 bilirubin은 화학변화를 일으켜 stercobilin으로 되어 대변색을 나타내고 혈관을 통해 신장으로 가는 bilirubin은 urobilinogen이라는 물질로 변화되어 배설됩니다. 이 urobilinogen은 공기 중에서 산화되면 urobilin으로 변하여 오줌의 색깔을 나타내게 합니다.


만약 담관 폐쇄로 인한 담즙의 분비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지방이 소화되지 않아 대변의 색깔이 회색으로 변하며 오줌의 색깔은 더 진해지게 됩니다.

 

2. 담즙의 생리작용
* 지방의 소화촉진
담즙성분 중 소화에 관여하는 것은 담즙산염으로 지방의 표면장력을 낮춰서 유화(emulsification)상태를 만들어서 지방의 표면에 lipase의 작용을 쉽게 받게 하여 지방산과 글리세롤로 전환시켜 물에 쉽게 녹아 소장벽에서 흡수토록 합니다.
* 지용성 비타민 흡수를 촉진합니다.
* Fe, Ca의 흡수를 촉진합니다.
* 가벼운 연변작용을 합니다.
* 장관 내 부패를 방지합니다.
* 담즙색소, 호르몬, 독물, 약물 등의 배설작용을 합니다.

담즙산은 지방의 소화에 관여한 다음 약 90%는 장에서 재 흡수되어 문맥을 통해 간으로 되돌아가 다시 담즙의 성분으로 재활용됩니다.
 
3. 담석의 종류
담석은 구성 성분에 따라 콜레스테롤성 담석과 색소성 담석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구분이 약국에서는 크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되진 않습니다. 순수한 콜레스테롤성 담석이나 순수한 색소성 담석만 존재하지 않고 두 가지 형태의 담석이 혼재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약국에서는 담석증을 혼합형 담석으로 가정하고 접근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4. 담석의 원인
* 담즙의 과포화
* 담석의 핵화 및 형성
* 담석의 비대화

콜레스테롤 담석과 혼합형 담석은 담낭 안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상승하면서 형성됩니다. 담즙의 용해도는 콜레스테롤, 담즙산, 레시틴(포스파티딜콜린)과 물의 상대적인 농도에 의해 조절되는데, 콜레스테롤이 지나치게 높거나, 레시틴이 부족하면 콜레스테롤이 과포화되면서 담석이 형성되기 시작합니다.
콜레스테롤 담석과 혼합 담석을 일으키는 주요 위험 요인은 식이, 성(sex),인종, 비만, 고칼로리섭취, 에스트로겐, 위장관 질환(크론병), 약물, 연령 등입니다.

 

 ■ 담석 발생빈도는 여성이 남성보다 2~4배 높습니다. 에스트로겐으로 인한 담즙의 유동성 저하와 콜레스테롤 합성증가가 그 원인으로 짐작됩니다. 임신, 경구 피임약, 에스트로겐의 상승이 주된 요인입니다.


■ 비만은 담즙 내 콜레스테롤 분비를 촉진합니다.


■ 위장관 질환이 있을 경우엔 담즙산의 재흡수에 이상이 생기면서 담즙산의 양과 담즙 분비속도가 느려집니다. 그 결과 담석 위험이 상당히 커집니다.


■ 담석증은 연령이 높아지면서 증가합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담석증의 원인은 고지방식이나 비만이 그 유일한 원인은 아닙니다. 위장관 기능이 약해도 담석증이 올 수 있고, 경구 피임약의 복용, 인구 고령화 등도 담석증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 약사들이 이런 내용을 알고 있다고 해도 환자를 이해시키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광고로 만들어진 ‘간질환 = 건장하고 살찐 남성’ 의 공식만 알고 있는 환자들에게 술도 마시지 않고 야윈 여성이 담석증을 앓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해시키는 일은 나름 어려워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간질환 = 남성약’ 이라는 고정관념을 깰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약사들이 스스로 만든 고정관념만 없다면 여성 환자에게 간장약을 설명하는 게 어렵기만 한 일은 아닐겁니다.

 

5. 담석 예방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과 음식
■ 식이 섬유질
식이섬유를 보충하면 담즙산 합성능력이 좋아집니다. 또한 장의 세균에 의해 생성되는 디옥시콜린산의 형성을 막아주고 배변을 통해 체외로 배출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디옥시콜린산은 담즙 콜레스테롤 용해도를 떨어뜨립니다.


■ 커피는 담낭수축을 유도하기 때문에 담석증 환자에게 좋지 않습니다.


■레시틴
답즙 내에 레시틴 농도가 낮을 경우 담석증이 발생할 확률이 증가합니다.


■ 비타민C
비타민E나 비타민C를 보충해 주면 담석증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 어유


■ 이담제
이담제는 담낭 수축을 자극해 담즙 흐름을 촉진합니다.


■ 담즙분비 촉진제
간에서 담즙 분비를 촉진합니다. 엉겅퀴추출물, 민들레, 강황, 아티초크, 볼도 등이 담즙 용해도를 높여 담석을 용해합니다.


■ 담즙산
우루소데옥시콜린산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은 담석의 용해에 효과적입니다.

■ 항지간인자
콜린, 메티오닌, 베타인, 엽산, 비타민B12 등을 보충하면 담석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2)

 

6. 담석증 일반약으로 치료하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담즙은 우리 몸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소화에 관계된 역할 이외에도 독성물질의 배출과 배변촉진(담즙은 장액의 분비를 촉진해서 배변을 돕는다)과 철분과 칼슘 지용성 비타민의 흡수에 이르기까지 인체에 중요한 여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인해 담즙의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면 담석증이 발생하게 되고, 그로 인해 담낭을 떼어내야 되는 일이 발생하곤 합니다. 담즙이 이렇게 중요한데 말이죠. 의학의 발달로 수명이 연장됨에 따라 담석증의 발병율은 더욱 증가할 것이며, 에스트로겐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담석증 환자는 더욱 더 증가할 것입니다.


담석의 치료는 단순히 고열량 식이로만 접근할 문제가 아니고 환자의 건강상태나 식습관을 살펴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폐경 이후 여성이 갱년기용약으로 에스트로겐을 복용하고 있고, 만성적인 소화장애를 호소할 경우엔 이담소화제인 가래오가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담소화제는 담즙산 분비가 잘 되지 않는 사람들에게 좋은 약입니다. 이 약에 적합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고 지방질의 소화가 잘 안되며 피부가 건조한 편입니다. 담즙분비를 돕는 가레오와 판크레아틴 성분의 소화제를 같이 주면 효과가 좋습니다. 에스트로겐의 과잉이 담즙의 유동성을 제한하기 때문에 콜린, 엽산, 비타민B12를 추천하는 것도 좋습니다. 간장약 중 앞의 세 가지 성분을 함유한 제품을 추천하시면 좋습니다. 실제로 앞에 소개된 성분이 있는 간장약은 남성에게서 필요하지 않은 에스트로겐의 분해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에 남성 성기능 개선에도 도움을 줍니다.  


둘째, 만성적인 장염을 가진 환자의 경우엔 담즙의 원활한 재흡수가 문제가 있는 경우일 것입니다. 이런 경우라면 고단위의 프로바이오틱과 충분양의 오메가-3, 담즙산 제제, 충분양의 비타민 C를 보충하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담석증이 있는 환자 중에서 만성적인 소화기능 장애를 가진 사람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경우엔 기본적으로 장 기능을 정상화 시켜주는 게 최우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셋째,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연적으로 생기는 담석장애의 경우엔 담즙의 생성 자체가 어려워진 경우이기 때문에 이담제와 담즙산 보충제를 고려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담즙은 세제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지방을 분해해서 작은 조각으로 만드는 일을 하는데 더불어 담즙배설을 통해 몸속의 독소물질들을 대변으로 내보내는 역할도 합니다. 노인의 담즙배설 장애는 담석통도 문제이지만 몸속의 독을 제거하는데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담즙산 보충제(우루사류)와 이담제(담낭을 자극해서 담즙 배출을 도움)을 추천하게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비타민C를 같이 주셔도 좋습니다.


넷째, 전형적인 고지방식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라면 정제당을 줄이고 천천히 살을 뺄 것을 권하는 것이 좋습니다. 급격한 다이어트는 모든 담즙성분의 분비량이 줄어들게 되는데, 담낭 안의 담즙산이 줄면 상대적으로 콜레스테롤이 높아지는 결과가 올 수 있기 때문에 급격한 다이어트는 조심하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충분한 시간을 갖고 천천히 다이어트를 할 경우엔 콜레스테롤은 낮게 유지되면서 담즙산은 정상치로 회복되기 때문에 담석의 생성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약국에 방문하는 환자가 담석을 없애겠다고 극도로 제한된 칼로리의 다이어트를 한다면 알려줘야 할 내용이겠죠.


이렇게 여러 경우의 담석증 환자에 대한 약물요법을 일반약 중심으로 알아봤습니다. 이외에도 인진호탕(황달에 좋은 약입니다)도 좋은 약이고 레시틴과 메티오닌과 같은 약들도 담석 치료에 좋은 물질들입니다. 또한 제가 소개하지 못한 더 좋은 많은 방법들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약사들에겐 환자들에게 줄 수 있는 좋은 약들이 아직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약사가 스스로 고정관념에 갇혀서 특정질환에 대해 한두 가지 약으로만 국한된 단순한 접근을 한다면 환자에게 신뢰를 얻기도 또한 좋은 효과를 얻기도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한계를 정하지 말고 좋은 약을 발견해 나가면서 임상의 폭을 넓히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각주)-----------------
1) 인체생리학 청구문화사 지은이 정영태, 정경아
2) 자연의학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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