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호
 
한국경제신문 건강 담당기자
중앙대 의약식품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2000년 7월 의약분업이 시행된 이후 감기, 소화불량 등 경미한 질환으로 약국 대신 병의원을 찾는 사람의 비율이 대폭 늘어남에 따라 시간과 진료비 등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경미한 질환이 나타났을 때 전 국민이 한번 병의원을 갈 것을 약국을 이용하도록 유도한다면 연간 4614억5548만원의 사회적 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종호씨(한국경제신문 건강담당 기자)는 중앙대 의약식품대학원 석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일반의약품 활성화를 통한 건강보험재정 절감과 국민편익 증진방안에 관한 연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2006년까지 집계된 각종 보건통계와 2007년 5월 10~19일 인터넷을 통해 일반 국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근거로 연구한 논문에 따르면 경미한 질환으로 병의원을 이용하는 비율은 의약분업 이전인 2000년 상반기에는 5.4%에 불과했으나 분업 직후에는 2001년 11월 25.7%, 2002년 1월 45.2%, 2007년 5월 67.4%로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미한 질환으로 가구당 연간 병의원을 이용한 횟수는 6.2회, 약국은 8.4회로 나타났고 1회 이용시 본인부담금은 병원 6054원, 약국은 4645원으로 약국이 30% 가량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미한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은 약국 이용시 25.8분, 병원은 61.0분으로 병원이 약국보다 배 가까이 많이 걸렸다.
 
 설문참여자의 소득수준과 병의원 또는 약국 이용시간 등을 반영, 전국민이 경미한 질환일 때 한번 병의원을 가는 대신 약국을 이용할 때 절감할 수 있는 사회적 비용은 연간 4614억5548만원 규모인 것으로 추산됐다.
 
그는 “의약분업 이후 아프면 병의원에 가서 치료해야 한다는 인식이 일반화됐고 1회 외래진료 이용 시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평균 금액(진료비+약값)이 우리 경제수준에 비해 높지 않아 가벼운 질환에도 병의원을 지나치게 찾는 의료이용 행태가 자리잡았다”며 ??인식과 제도의 개선을 통해 약국에서 일반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면 시간과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경미한 질환에 걸린 사람이 지나치게 의료기관을 많이 이용함으로써 건강보험재정이 과다 지출되고 이에 따라 암과 같은 중증 질환에 투입될 보험재원이 줄고 있으므로 이를 개선하는데도 일반약의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논문에 실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총 급여비 19조2901억원(건강보험공단과 산출방식 다를수 있음) 가운데 입원 분야와 외래 분야에 들어간 비중은 각각 41.04%, 58.96%로 외래가 더 큰 기형적인 구조를 보였다. 또 암과 감기를 비교하면 총 급여비 가운데 암과 감기의 비중은 6.67%, 7.32%로 감기가 높았다. 전체 진료건수 가운데 암과 감기의 비중은 각각 0.16%, 19.74%여서 더욱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한편 이번 연구에서 설문조사 참여자들은 정부가 중증 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기 위해 일반약을 비급여하는 약가 적정화 방안에 대해 49.8%가 동의했지만 일반약에 건강보험 급여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는 견해에 46.8%가 동감하는 등 엇갈린 인식을 보였다.
 
따라서 국민이 스스로 판단해서 경미한 질환일 때 병의원 가서 외래진료를 받는 대신 약국을 이용해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정부의 인위적인 보험재정 절감정책보다 나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이와 함께 논문은 일반약의 범위가 넓어져야 일반약 사용의 진정한 활성화가 이뤄질수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9.2%가 본인 부담 증가를 감수하고도 처방약의 일반약 전환 확대를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69.0%가 일반의약품의 범위가 좁게 설정돼 있다는데 공감했다.
 
이는 일반약의 범위를 확대해 불편을 덜어달라는 국민의 요구가 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연구자가 전문의약품 가운데 외국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됐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전문약인 의약품과 외국에서 일반약 전환이 검토되고 있는 전문약 등 총11개 성분군(위산분비억제제, 먹는 무좀약, 일부 항히스타민제 및 고지혈증 치료제 등)을 선정, 이들 전문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할 경우 절감할 수 있는 약제비(급여비)를 추산한 결과 연간 3007억원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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