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군 위장관기질종양 환자에 수술 후 재발방지 효과 입증
국내 환자 대상, 글리벡 복용시 1년 후 무재발생존율 98%
 
최초의 표적항암제로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로 쓰이고 있는 ‘글리벡’이 국내 고위험군 위장관기질종양 환자의 1년 후 무재발생존율을 98%까지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국제학회를 통해 발표됐다.
 
지난 9월 12~16일까지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열린 제33차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위장관기질종양 수술 후 재발 위험성이 높은 국내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글리벡을 보조치료제로 2년간 투여 했을 때, 1년 후 무재발생존율이 약 98%, 2년 후에는 약 92%로 나타났다. 위장관기질종양은 ‘기스트(GIST)’라고도 불리는 근육종양으로, 우리 몸의 단백질의 일종인 kit 단백질이 변형되어 생긴다.
 
 
 
FDA 우선 심사 대상으로 지정
 
 
서울아산병원, 서울대학교병원, 서울삼성병원 및 국립암센터 등 국내 4개 기관이 참여한 이번 임상연구에서는 돌연변이 염색체(Exon 11)를 가진 국내 고위험군 환자 47명에게 원발성 기스트의 완전 제거 수술 후, 기스트가 재발하거나 견딜 수 없는 부작용이 나타날 때까지 2년간 하루에 글리벡 400mg을 투약했다.
 
글리벡에 대한 내약성 또한 뛰어났으며, 일부 나타난 부작용으로는 호중구감소, 발진, 식욕감퇴 그리고 설사 등이었다. 이번 연구결과를 발표한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강윤구 교수는 “이 연구의 대상이 된 고위험군 기스트는 절제술 이후 2년째 환자의 70%에서 재발이 일어날 정도로 재발 가능성이 높은 질환”이라며, “이번 결과들을 바탕으로 글리벡은 수술 후 기스트의 재발 위험을 줄이거나 재발을 막기 위한 첫 번째 치료 옵션으로 국내 기스트 환자들의 치료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중등도/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한 베이징 의과대학 센(L.Shen) 박사의 임상연구에서도 완전 절제 수술을 받은 후 하루에 글리벡400mg을 복용했을 때 1.5년 및 2년 무재발생존율이 유의하게 향상된다는 결과가 발표되어 글리벡의 기스트 보조치료제로서의 효과를 뒷받침했다. 한편, 글리벡은 최근 미국식품의약국(FDA)로부터 기스트 수술 후 보조치료제로서 우선 심사 대상으로 지정, 해당 적응증 추가에 대한 심사 및 허가 기간이 단축될 전망이다.
 
 
 
위장관기질종양, 수술로는 항암 효과 한계
 
 
기스트는 위 또는 소장에서 발생하는 희귀암으로 위장관기질종양(기스트,GIST)으로 불린다. 기스트는 처음 발생했을 때에는 위 등 장기의 한 장소에 머물러 있는데 이런 기스트를 국소 종양이라고 부르며 기스트가 커져 신체의 다른 부분으로 퍼지면 전이성 종양이 된다.
 
기스트의 원인은 키트(Kit)라 하는 단백질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 단백질은 일반 세포의 표면에 위치하여 세포가 성장하는데 필요로 하는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키트 단백질이 변형된, 즉 비정상적인 키트단백질은 암세포가 계속 자라도록 신호를 보내게 된다.
 
현재까지 기스트 환자의 치료 옵션은 매우 제한적으로 수술이 주요 치료방법이었다. 하지만 암세포가 전이된 경우는 수술로 제거하는 데에 한계가 있고 이 때 수술은 증상을 경감시키는 등 일시적인 효과만 있다.
 
최초의 표적항암제 글리벡이 진행된 전이성 또는 절제가 불가능한(수술할 수 없는) Kit 양성 기스트 환자에 대해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면서, 국내에서도 만성골수성백혈병과 함께 2002년 11월 Kit 양성 절제가 불가능하거나 또는 전이성인 위장관기질종양에 대한 적응증을 승인 받아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최초 표적 항암제…암 치료 패러다임 바꿔
 
 
노바티스의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은 암 세포를 공격하도록 분자적으로 설계된 최초의 표적 항암제이다. 기존의 항암치료는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적인 세포에도 영향을 미쳐 부작용이 심했다. 글리벡은 암세포를 생성하는 단백질인 타이로신 키나아제 (tyrosine kinase)만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도록 ‘설계된 약’으로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표적 치료로 바꾼 대표적인 항암제이다.
 
일반적으로 의약품이 정부 당국의 판매승인을 얻는데 6개월 이상 걸리는 것과 달리 2001년 당시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글리벡을 2개월 만에 신속 승인을 내린 것도 이러한 배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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