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나는데 목욕을 해도 될까요” “어째서 내 약엔 항생제가 안 들어 있나요” 약국을 찾는 환자들의 이 같은 소박한 질문에 귀를 기울이며 환자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차분히 지도할 수 있도록 복약지도 현장에서 약사에게 당장 도움이 되는 ‘감기와 인플루엔자의 최신 지식’을 특집으로 꾸몄다. Part 1. 차마 남에게 묻기도 어렵다. 감기의 상식 ‘참이냐, 거짓이냐’ “왜 겨울에 감기환자가 많나요” “인플루엔자가 홍콩형이라니 무슨 뜻이죠” 이런 질문은 당연한 의문인 것 같지만 얼핏 명쾌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감기와 인플루엔자에 관한 진솔한 문답(Q&A)에 도움이 될 ‘상식’을 모아본다. 1 ‘감기’와 ‘인플루엔자’는 다른가 감기(감기증후군)에 대한 확실한 정의는 없으나 ‘재채기, 콧물, 기침 등의 호흡기 증상과 발열, 두통, 권태감 등의 전신증상을 초래하는 증후군’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그 원인은 대부분의 경우가 바이러스 감염이며 세균, 마이코플라즈마, 클라미디아 등의 감염에 의한 감기는 전체의 10~20%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의에 따른다면 인플루엔자는 감기의 일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플루엔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호흡기 감염에 의한 질환이며 호흡기 증상과 함께 급작스런 발열, 심한 권태감과 같은 전신증상이 뒤따른다. 감기 중에서도 가장 증상이 심한 것이 인플루엔자라는 인식이 타당할 것이다. 다만 때로는 ‘감기와 인플루엔자는 틀리다’라는 표현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인플루엔자의 공포를 부추겨 일반시민을 계몽할 때 쓰이는 상투어이다. 이런 경우의 ‘감기’는 인플루엔자 이외의 ‘보통감기’를 지칭한다. 환자에 따라서는 ‘인플루엔자는 감기의 일종’이라는 등의 의학상식적인 말로 설명을 하면 인플루엔자, 속칭 독감에 대한 선입견을 지닌 환자가 오히려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특별한 주의를 요한다. 2 겨울에 감기에 걸리기 쉬운 까닭은 겨울에 감기에 걸리기 쉽다는 것은 의료관계자가 아니라도 삼척동자도 경험으로 잘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겨울에 감기에 걸리기 쉬울까 감기연구의 제1인자이며 감기와 인플루엔자에 관한 많은 저서를 집필한 구루메 대학교 가치마시로(加地井郞) 명예교수는 그 까닭을 다음 세 가지로 나눈다. 첫째 이유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비롯해서 많은 감기바이러스가 생존하는데는 겨울철의 낮은 온도가 적합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겨울의 낮은 습도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최적한 생존 조건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21℃~24℃의 공기 속에 분사시킨 실험에서 습도가 50% 이상인 다습한 환경이면 6시간 후에는 3~5%밖에 생존하지 못하는데 비해 습도가 20%인 저습도 상태에서는 66%가 생존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다시 말해서 기온과 습도가 낮은 저온저습한 기후조건인 겨울이 바이러스에게 있어서 최적의 생존 환경인 것이다. 두번째는 겨울에 생활공간이 밀폐되기 쉽다는 점이다. 감기바이러스의 대부분은 환자가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 발산된 콧물, 가래침 등의 큰 입자가 남의 호흡기 속에 침입되거나, 건조한 작은 입자 속에 포함된 감기바이러스가 입이나 코를 통해 흡인되는 감염이다. 밀폐된 실내에서는 이런 소립자가 계속 떠돌아다님으로써 감염확률이 높아진다. 세번째는 사람의 호흡기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감염예방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호흡기의 점액섬모(粘液纖毛, 가는 털) 수송계는 저온 환경에서 그 기능이 저하된다. 그리고 항(抗)바이러스 작용을 지닌 인터페론의 생성, 백혈구의 활성, 항체 생성능력 등도 추위 때문에 영향을 받아 둔화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3 ‘인플루엔자균’이란 지난 1889~1890년의 감기 유행 당시 독일의 학자가 인플루엔자 환자의 가래로부터 신종의 그람음성간균을 발견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 결국은 1933년에 진짜 ‘인프루엔자 바이러스’가 발견돼 앞서 명명됐던 균이 원인미생물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으나 그 뒤에도 이름만은 계승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실상 인플루엔자균은 폐렴구균과 비등한 폐렴의 주요 원인미생물이다. 인플루엔자에 뒤따르는 2차원적인 호흡기 감염증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 인플루엔자와 무관하다고 말할 수 없다. 요즘 인플루엔자라고 말할 때 그것은 기도를 침범하는 바이러스 감염증을 뜻한다. 지역유행성, 유행성 또는 범발성(汎發性)의 경우 여러 대륙에서 동시 또는 연속적으로 창궐한다. 비점막, 인두, 결막의 염증, 두통, 때로는 전신성의 심한 근육통을 수반하기도 한다. 4 계란 주(酒)와 흰파가 좋다 계란주(卵酒)와 흰파 등 각 지방에 전승되는 감기의 민간요법 효과에 관해서는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해 아직도 확실치 않은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 적당히 데운 계란주에는 몸을 덥게 해주는 효과와 알코올에 의한 수면유도 효과가 기대된다. 계란 흰자위에 함유되는 리조팀에 약효를 기대하는 면도 있지만 함유량이 적기 때문에 효과는 낮을 것 같다. 옛날 음식이 부실했던 시대에는 계란주가 환자에 대한 영양보급의 뜻이 강했을 것이다. 한편 긴 파의 흰색부분은 한방에서 ‘인백’이라고 부르며 발한작용을 지녔다. 땀을 내고 해열하는 작용을 기대할 수 있다. 일부 지방에서는 긴파(또는 불에 구운 파)를 목에 감거나 항문에 밀어 넣는다고 하지만 그 효과는 확실치 않다. 이밖에도 생강(진해, 인후통 완화), 마늘(감염 예방), 모과(진해 작용) 등이 감기환자에게 쓰인다. 5 인플루엔자의 분류와 命名法은 인플루엔자는 지금까지 A형, B형, C형으로 이름지어진 3종류가 발견되었으며 이것은 핵단백질의 항원성(抗原性) 차이에 의한 분류이다. 혈청학적으로 다른 여러 가지 바이러스 주(株)에 의해 발병한다. 이 가운데 A형 바이러스에서는 바이러스 표면에 있으면서 감염성에 크게 관여하는 헤마굴티닌(H)과 노아라미니다제(N)라는 두 가지 단백에 항원성이 다른 것이 다수 발견됐기 때문에 H를 다시 15종류(H1~H15)로 나누고 N을 9종류(N1~N9)로 나누어 그 조합을 통해 H1N1과 같은 아형(亞型)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강구했다. 홍콩형이나 소련형과 같은 명명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처음 출현했던 당시에 크게 유행했던 지역명이나 국명을 딴 것이다. H와 N을 사용하는 분류방식에 따르자면 홍콩형은 H3N2, 소련형은 H1N1, 아시아형이 H2N2에 해당된다. 한편 B형이나 C형에서는 아형(亞型)이 없다. C형은 가벼운 감기를 일으키지만 눈에 띄게 유행형태를 취할 만큼 확산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6 갓난아기는 감기에 잘 안걸린다 어린이는 어른에 비해 호흡기가 덜 발달되어 항체 생산능력이 낮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어른보다 감기에 걸리기 쉽다. 그러나 생후 수개월밖에 안 되는 갓난아기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어머니로부터 선천적으로 계승한 항체(抗體) 덕분에 어머니와 같은 수준의 저항력을 지녀 감기에 잘 안 걸린다. 어머니 뱃속에서 태반을 통해 모친으로부터 태아에게 전수되는 저항력의 본체는 면역글로불린G(IgG)이다. IgG는 바이러스 등에 대항할 수 있는 항체를 많이 함유하고 있다. 생체 내 반감기가 23일간으로 길기 때문에 생후 2~3개월간은 갓난아기 몸 속에 충분한 분량이 남아있다. 어린이 감기를 진료하면서 홈페이지를 통해 감기에 관한 정보를 시민에게 제공 중인 후쿠시마현 혼마쓰시의 쯔치가와(土川) 내과·소아과의 쯔치가와 겐야 원장은 “예를 들어 홍역 같은 전염병이라면 모친한테 물려받은 IgG덕분에 갓난아기가 석달쯤은 거의 확실하게 모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기도와 장관에 많이 분비되면서 감염방지 역할을 하는 면역글로불린A(IgA)은 모유(특히 초유) 속에서 많이 분비된다. 젖먹이는 이 젖을 먹음으로써 상기도나 장관의 표면에 어머니와 동등한 수준의 국소면역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출산 후에 모친이 자주 감기에 걸릴 경우에는 예외이다. 그런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는 신생아도 당연히 계승하지 못했으므로 이런 감기는 갓난아기에게도 감염될 수 있다. 아기를 감기로부터 보호하자면 우선 산모부터 감기에 안 걸리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 7 감기를 남에게 팔면 낫는다 -잠복·치유기간 관련된 착각 남에게 감기를 옮긴다(판다)는 민간 액땜의 미신으로 감기가 치유되는 일은 과학적으로 있을 수 없다. 흔히 ‘고뿔(감기)을 판다’는 말이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며 실제로 이웃에게로 감기가 옮겨가면 환자 본인은 치유되는 현상을 체험한 사람도 많다. 그러나 이것은 감기의 잠복기간과 치유기간이 관계된 일종의 착각이다. 감기는 인후와 비점막에서 증식된 바이러스가 재채기나 기침 등으로 주변에 날아가 흩어져서 전염한다. 즉, 인후 후두 등에 바이러스 량이 많고 기침이나 재채기 횟수가 잦을 때, 다시 말해서 증상이 강한 시기에 남에게 감염시키기 쉽다. 예를 들어 A로부터 B에게로 전염되는 경우를 생각하면 A의 증상이 절정에 달했을 때 그와 이웃했던 B는 이미 감염된 상태이다. 감염되고 나서도 2~3일간의 잠복기에는 B도 무증상이지만 그 후부터 감기증상을 서서히 나타내기 시작한다. 이때 쯤이면 환자A의 증상은 3~10일간의 질병기간을 끝내가면서 치유되는 과정이다. 이렇게 감기의 잠복기간과 감기의 치유기간이 주로 2~3일간이기 때문에 ‘남에게 고뿔을 파니까 치유되었다’라는 착각을 일으키기 쉬운 것이다. Part 2. 이런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까 한발 앞선 환자 지도의 포인트 감기환자의 지도는 단순할 것 같지만 실상은 분야가 넓다. 중요 핵심분야에 대한 연구가 진척되지 못하고, 분명하지 못한 구석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환자로부터 질문을 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다섯 가지 포인트를 ‘질문과 대답’ 형식으로 해설한다 급하고 무거운 증상에 주의 요망 예를 들어 OTC 감기약을 사러온 환자에게 “혹시 나 인플루엔자가 아닐까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약사인 당신은 어떻게 대답하고 어떤 조언을 할 것인가. 인플루엔자인지의 여부를 판단하자면 우선 환자의 증상을 잘 들을 필요가 있다. 인플루엔자는 갑자기 출현하는 고열(39°~40℃)과 호흡기 증상에 비해 심한 권태감과 근육통 등 전신증상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그 중에서도 주목할 일은 증상이 갑자기 출현한다는 점이다. 앞서 인용된 쯔치가와(土川)내과·소아과의 쯔치가와 원장도 “증상이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주목하기 바란다. 그것이 인플루엔자라면 환자 자신도 보통감기와는 달리 갑자기 나빠졌다는 자각증상을 지녔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미리 해당지역의 인플루엔자 유행상태를 체크해 두는 것도 중요하다.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고 그 지역에서 인플루엔자가 유행 중이라면 거의 확실하게 인플루엔자라고 단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플루엔자의 유행 상황에 대해서는 신문, TV 등 매스컴으로 보도되며 최근 일본에서는 국립감염증연구소 감염증정보센터의 홈페이지(http://idsc.nih.go.jp/ index-j.html)에서 지방자치체 단위로 상세한 환자 발생 수를 점검할 수 있게 되었다. 보다 좁은 범위의 유행상황은 인근 약국이나 의료기관과의 정보교환에서 알아볼 수 있다. 쯔치가와 원장은 “이웃주민 가운데 인플루엔자에 걸린 환자가 있는지의 여부를 환자 자신에게 물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충고한다. 조기진료가 급선무 환자와의 문답을 통해 인플루엔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면 만사 제쳐두고 곧 의료기관을 찾아가 진료 받도록 환자를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환자가 인플루엔자로 밝혀져도 의료기관은 대증요법 이외에 달리 치료하는 수단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항(抗)인플루엔자 바이러스제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약물은 발증 후에 복용개시까지 그 시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유효성이 높다. 즉 약국에서는 한시라도 빨리 의사의 진료를 받도록 친절하고 상세하게 설명해 주어서 환자를 설득한다면 인플루엔자의 중증화와 확산을 차단할 수 있다. 올 겨울 ‘新型’ 등장은 그렇다면 올 겨울 인플루엔자는 어느 정도 유행할 것인가. 인플루엔자의 유행에는 바이러스의 연속변이(連續變異)에 의한 통상적인 유행과 불연속변이에 의한 대규모 유행이 있다. 연속변이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며 실제로 그 예방백신은 후생노동성(보건당국)이 발표하는 유행예측 정보를 바탕으로 매년 새롭게 제조되고 있다. 한편 불연속변이 쪽에서는 1997년 중국에서 발견되어 화제가 됐던 ‘H5N’처럼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H와 N의 구성으로 모습이 특이해진 신형 바이러스들이 심심치않게 등장한다. 이렇게 되면 아무도 이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지니지 못했기 때문에 유행이 대규모화되고 환자증상도 심각해져 대륙간을 휩쓰는 창궐 규모로 악화될 수 있다. 앞서 인용된 구루메대학의 가지마사로 명예교수는 “신형 바이러스의 발생 주기가 10~15년 간격이므로 조만간 출현해도 이상할 것이 없으며 해마다 올해가 위험하다는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무리 ‘신형’ 바이러스가 출현해도 미리 준비된 항인플루엔자 바이러스제는 유효하므로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최근에는 감기진료에서 ‘안이한 해열제 투여가 치유를 지연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소아과를 중심으로 해열제는 발열 시에만 응급용으로 사용하도록 발열 시 돈복(頓腹)을 위해 처방되는 것이 일반화된 추세이다. 그러나 이럴 경우, 가정에서는 ‘발열 시’의 판단이 어렵다. 38℃이상 또는 38.5℃이상과 같은 체온상의 척도는 있지만 어느 쪽도 그 근거가 확실치 않으며 돈복이라는 1회 사용의 해열제로 열을 내릴 수 있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해열제 사용법에 관한 복약지도야말로 개국약사가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무대라고 말할 수 있다. 해열제 사용은 환자가 판단 쯔치가와 원장의 경우, 발열의 생리적 의의나 연속 사용 시에 몇 시간 간격을 둘 것인가 등 기본적인 상황을 분명히 설명한 뒤에 해열제 사용 시에는 매번 “열을 내리는데 반드시 약이 필요한가를 잘 생각하면서 사용할 것”을 당부한다. 해열제가 필요한 것은 해열함으로써 환자가 깊은 잠을 자거나 식사를 할 수 있게 되는 등 환자에게 명백한 혜택을 줄 경우에 한해서 추천될 수 있다. 따라서 체온계상의 수치가 아니라 환자 전신상태와 지금까지의 병태 경위를 고려한 뒤에 해열제 사용의 합당성을 환자나 그 가족이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쯔치가와 원장의 견해이다. 그는 해열제 사용은 체온이 높아진 상태에서 사용해도 효과가 낮다고 지적한다. 고열환자의 신열이 끝까지 높아져 30분쯤 지나도 내릴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목욕은 OK’쪽이 주류 그러면 발열 시 목욕은 어떠한가. 이 문제 역시 과학적인 검증은 아직 이루어지지 못했으나 ‘심한 고열이 아니라면 목욕을 허용한다’는 의사들이 많다. 1999년도 연구(오카야마 마사노부 ‘소아과 의사의 감기 어린이환자에 대한 목욕 지도’ Jpn. J. Prim. Care. 23(3):234 ~238, 2000)에서는 감기환자 입욕문제에 관해 ‘너무 오랜 시간은 목욕하지 않는다’ ‘목욕탕 속에서 몸을 식히지 않는다’ ‘목욕 후 곧 취침한다’는 등의 환자지도를 하는 의사가 많다고 밝혔다. 장시간 입욕을 피하는 것은 목욕에 의한 체온상승을 방지하기 위한 것 같다. 최근에는 인터넷이나 서적 등으로 의약정보를 손쉽게 접하기 때문에 약국에서도 ‘날카로운 질문’을 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그 일례가 감기원인의 80~90%를 차지한다는 바이러스성 감기에 대해 항생물질은 무효하다는 상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 항균제 처방이 이루어지는 까닭은 세균에 의한 2차 감염을 치료, 예방하려는 것이 주목적이다. 예방적 항균제 투여는 의문 감기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감염방지 기능을 맡아온 상기도의 점액섬모(粘液纖毛) 수송기능이 저하돼 코, 입, 인후점막에 세균이 부착하기 쉽게 되고 세균감염이 일어날 기회가 증대된다. 전에는 이와 같은 2차 감염을 막기 위해 감기치료를 시작하는 단계부터 예방적으로 환자에게 항생물질이 투여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유효성이 의문시되기 시작했으며 더욱이 이런 예방적 투여가 무서운 ‘약제내성균’을 낳는 원흉이 되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아져 삼가하려는 추세이다. 그러나 실제로 세균 2차 감염이 일어날 경우에는 항균제 투여가 필수적이다. 세균 2차 감염이 의심되는 것은 본래의 감기가 회복기에 들어섰는데도 병상이 지연되는 경우나, 농성(膿性, 투명하지 않고 황색)객담이 나오는 경우 등이다(표1). 또한 세균 2차 감염을 초래하기 쉬우며 일단 발생하면 병태가 중증화될 우려가 있는 고위험그룹에게는 예방적 투여도 유효한 조치인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호흡기질환, 심장질환, 당뇨병 등의 환자가 여기에 해당되며 단순한 감기단계 때부터 항균제가 사용된다(표2). 이처럼 매서운 질문을 하는 환자에게 약사가 얼버무리는 대답을 하는 것은 금물이다. 항생물질도 필요한 경우가 있다는 사실을 잘 설명하고 이에 해당되지 않는 환자에게 그것이 처방됐다면 약사가 직접 처방의사에게 연락을 취해 이 문제를 상의해야 마땅하다. 가장 잘 듣는 감기약 물론 누구에게나 다 잘 듣는 감기약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약을 요구하는 환자에게는 “우선 그 증상부터 잘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자가사키시에서 펭긴약국을 경영하는 나카무라 미키꼬 약사가 말한다. 나카무라 약사에 의하면 OTC 감기약을 선택하는 요령은 ①콧물 ②인후통증 ③기침 등 세 가지 중에서 어느 증상이 가장 심하며 신경에 거슬리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이처럼 OTC 감기약 선택의 기준이 되는 세 가지 증상별로 특징적인 OTC 약을 5종류씩 선택해서 리스트로 만들어 보았다(표3). (〈표3〉은 일본 시판의 OTC 감기약이므로 우리나라에서는 독자적인 리스트업이 필요하다). 이들의 특징을 유의하면서 가장 적절한 약품으로 초점을 맞추어 가는 방식이다. 이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본다. 환자의 증상이 폭넓은 경우에는 일단 종합 감기약 타입으로 분류한다. 설사를 해도 지사제는 권하지 않고 종합감기약과 유산균 정장제를 병용하도록 권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나카무라 약사는 말한다. 그리고 ‘감기약을 사려는 고객이 가족이 다함께 쓸 수 있는 제품을 요구하는 예도 많다’고 한다. 이럴 경우에는 보편적인 증상을 겨냥한 새로운 타입의 종합감기약이 나왔으므로 그것을 권한다고 한다. 〈표3〉을 참고로 해서 약국들이 추천제품들의 리스트를 ①콧물 ②인후통 ③객담 세 가지 치료분야로 나누어 작성해 둔다면 OTC 감기약 상담을 받았을 때 깊이 있는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감기예방의 동기부여 중요 구루메대학 가지 명예교수는 “목의 점막을 청결하게 지키는 것이 감기예방과 악화방지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므로 마스크나 양치질은 유효하다”고 말한다. 바이러스의 입자는 매우 작기 때문에 마스크가 그 침입을 완전히 저지하기는 어렵다. 그 효용성은 찬 공기나 먼지가 목 속에 직접 흡입되는 것을 막고 목 점막의 저항력을 유지하는 효과가 더 큰 것 같다. 양치질(가글)도 이와 비슷하다. 바이러스는 일단 목 속 점막에 부착하는 즉시로 세포 속에 침입하기 때문에 양치질의 효과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목을 청결하게 지키고 건조로부터 막는다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세수하는 것은 ‘라이노 바이러스’에 의한 코감기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평가이다. 감기 바이러스 감염의 대부분이 비말감염(飛沫感染)인데 라이노 바이러스만은 접촉감염(接觸感染)이 주류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감기예방책은 모두 한정적이다. 그러나 효과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니며 역효과를 초래하지도 않아서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다. 가지 명예교수는 “감기예방에는 무엇보다도 감기에 안 걸리겠다는 예방의지와 긴장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약사는 도움말을 청하는 환자에게 이런 여러 가지 예방법의 잇점을 적극 강조하고 환자의 감기예방에 대한 동기부여를 앙양시키는 역할이 중요하다.쭗 <이 기사의 저작권은 日經BP社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 한국의약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